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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윤 Jan 19. 2021

15.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1

소개팅 하수가 하수에게15

  우리는 소개팅을 하면서 직접 만남을 가지는 시간보다 연락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서 연락을 하는 시간도 직접 만남을 가지는 시간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종종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심리인 거지?'라며 애태울 때가 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그러는 걸까?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들


  소개팅을 하다 보면 가끔씩 특이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생각이 엉뚱해서 따라가기 힘든 사람, 말이 너무 많아 대화하기 힘든 사람, 말수가 없어 땀을 삐질삐질 흘리게 만드는 사람, 자기 과시가 심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 등 말이다.


  필자 또한 소개팅을 하면서 예시로 든 특이한 사람들을 가끔씩 만나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 자리와 만남이 버겁기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필자가 제일 특이하다 생각하고 견디기 힘들었던 사람은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장에서는 그 사람들과의 경험담을 통해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들에게서 깨달은 점들을 풀어 보려 한다.


답장에 몇 시간이 걸리던 그녀와의 이야기


  첫 번째로 만났던 사람은 자형을 통해서 소개받은 같은 직종의 근거리 직장에서 근무하는 여성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소개팅 경험이 거의 전무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20살 대학생 1학년 때 이후로는 소개팅을 한 적도 없었다! 게다가 늦게 군대를 간 탓에 SNS 대화에도 익숙하지 않아 여성과의 1대1 SNS 대화는 머리를 쥐어짜야만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쩔쩔대며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아 무사히 그 여성분을 만났다. 사실 SNS 대화에서는 큰 감흥이 들진 않았었다. 여성분이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 보니 인상도 좋고 호감이 가 오랜 시간 자리를 함께했다. 직장 이야기,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 등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 말이다. 


  그렇게 여성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선 고민하지 않고 애프터 신청을 했다. 그리곤 속으로 제발 받아주기를 기도했고 오래 지나지 않아 온 수락의 답장에 뛸 듯이 기뻤던 기억이 난다. ‘나도 드디어 솔로를 탈출하나?’라며 한껏 김칫국도 들이 마셨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약속한 두 번째 만남까지는 며칠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연락이 어렵기만 한 나는 조언을 구했고 주변의 지인들은 ‘매일 연락하라.’,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라.’면서 계속된 연락을 종용했다. 소개팅 경험이 부족했던 나는 그 말에 따르며 매일 아침부터 연락을 하고 쩔쩔매며 며칠을 보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여성분은 답장이 너무 늦다는 것이었다. 근무 시간에야 답장이 늦는 것을 이해하지만 퇴근 시간 이후에도 문자를 보내면 답이 돌아오는데 2~3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본격적인 대화를 좀 해보기도 전에 날씨 이야기만 하다 하루가 끝나거나 밥 먹는 이야기만 하다 하루가 끝나기도 했다. 대화를 충분히 나누기도 힘들었으며 ‘내가 왜 문자를 보내고 있는 거지?’,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려는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두 번째 만남을 가지면 이제 만남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약속 당일이 되자 난 약간 좌절한 마음으로 여성분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두 번째 만남은 첫 번째 만남보다도 더 즐겁고 깊은 시간을 보냈다! 함께 타지로 여행을 가서 영화도 보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시간도 함께 보내며 야경도 구경하면서 말이다.


  만남을 끝마치고 여성분의 집앞까지 차를 몰아 내려주고 귀가하니 다시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상대도 나한테 충분한 호감이 있으며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 것 같았다. 또한 연락을 잘 안 하는 점도 ‘아!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연락을 안 한 게 아니었나 보구나. 원래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이었어.’라며 위안 삼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세 번째 만남을 약속 잡게 되었다. 주변에선 '세 번이나 만나기로 했으면 다했다.'라는 말들을 했으며 어떤 분들은 미리 축하까지 해주었다. 나 또한 ‘세 번째 만남을 가지고 난 뒤에 고백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세 번째 만남까지는 또 며칠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또 다시 시작된 늦은 답장들을 보며 나는 ‘원래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지속되는 며칠의 시간에서 다시 스트레스가 쌓여가게 되었다. ‘왜 이러지?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건가?’라는 의심이 다시 한 번 마음 속에서 솟아 올랐다.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약간 찌질하지만 하루를 아예 연락을 안 해봤다. ‘마음에 있으면 그래도 한 번쯤은 연락을 먼저 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날 날이 바뀌는 그 시간까지도 여성분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첫 연락부터 그날까지 2주에 가까운 시간을 늘 내가 먼저 연락을 하고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했었는데...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세 번째 만남을 앞둔 하루 전, 고심 끝에 동료의 조언에 따라 만남을 그만두기로 했다. 이대로는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연락 문제로 스트레스만 받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당시엔 너무 지배적이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라는 생각도 부정하고 싶었지만 맞는 것 같아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래서 만남을 하루 앞둔 그날, 나는 ‘연락이 잘 안 되는 것을 보아 마음에 없는 만남을 이어가시는 것 같다. 만남을 그만두고 행복하시라.’는 내용의 문자를 여성분에게 보냈다. 그러자 머릿속이 후련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아! 번뇌가 사라진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라며 때 아닌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그런데 기분이 좋았던 것도 찰나의 순간이었다. 우웅 울리는 진동 소리에 핸드폰을 돌아보니 이상하게 늘 답장이 늦던 그 여성분이 그날따라 빠른 답장을 보낸 것이 보였다. 내용을 읽어 보니 ‘이럴 줄 몰랐다. 가슴이 아프다. 행복하시라.’는 SNS 문자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곧 깊은 우울감에 빠지게 되었다. 적어도 하루는 견디고 다음 날 만나서 문제를 이야기라도 했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가슴에 깊게 남았다.


깨달은 점


  이 이야기에서 내가 깨달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원래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성향이든 하는 일이 많아서 그렇든 말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소개팅에서 연락이 잘 안 되는 경우는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나?’라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된다. 그러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그 사람이 정말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연락을 안 하는 것인지, 원래 성향이 그런 사람인지, 바빠서 연락을 드문드문 하는 것인지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람들 같은 경우는 연락을 많이 할 필요도 없으며 원래 이런 성향이라는 것, 지금 상황이 바쁘다는 것들을 이해하고 소개팅에 응해야 한다.


  두 번째는 연락이 잘 안 오는 것에 너무 상처받지 말아야 하며 상처가 싫다면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상처받는 줄도 모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혼자만 상처받고 끙끙대며 만남을 이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말 연락이 잘 안 되는 것이 싫다. 연애를 하고 나서도 이럴 것이 뻔하다.’ 하면 만남을 그만두고 다른 사람을 찾거나 직접 대화로 이 문제에 대해서 푸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혹시 모르지만 소위 말하는 밀당일 수도 있다. 지금이야 개념이 많이 희박해졌지만 예전에는 밀당이라고 하여 일부러 연락을 적게 하고 상대를 애태우려는 연애 전략이 상당히 유행했다. 그런데 밀당도 통하는 상대가 있으며 안 통하는 상대도 있다. 특히나 나이가 들고 오랜 밀당을 겪은 직장인들에게는 밀당이 별로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 이미 여러 글들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그러니 내가 밀당을 구사하려고 한다면 다시 한 번 잘 판단해보도록 하고, 상대가 밀당을 구사하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린다면 직접 만났을 때의 느낌과 분위기로 판단하도록 하자. 또한 연락의 빈도에 너무 신경 쓰다 보면 필자처럼 직접 만났을 때의 느낌과 분위기를 의심하고 잊게 되기 쉽다. 상대가 호감이 든다면 이런 점을 고려하여 만남을 이어갈지 잘 판단하도록 하자.(네 번째부턴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


다음 주제-16.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2
주의-필자의 말은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하며 정답이 아니니 유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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