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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윤 Jan 13. 2021

11. 주선자와 함께하는 소개팅

소개팅 하수가 하수에게11

  외로운 어느 날. 당신은 친구에게 소개팅 제안을 받게 되었다. 뛸 듯이 기뻐하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 친구가 이런 제안을 하게 된다. '나도 나갈까?' 소개팅은 둘만 만나는 거 아니었어? 당황에 휩싸인 당신은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주선자와 함께 소개팅 자리를?


  간혹 소개팅을 다 보면 주선자에게 이런 제안을 받을 때가 있다. ‘내가 함께 나가줄까?’ 또는 ‘언제 어디서 보자. 내가 데리고 갈게.’라는 식의 소개팅 자리 동석 제안이다. 일명 주선자와 함께하는 소개팅인데 소개팅에 나서다 보면 한 번씩 이런 소개팅을 겪게 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필자 같은 경우는 소개팅을 주선한 친구, 지인과 두 번이나 상대와의 첫 만남에서 동석한 적이 있었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좋은 결과로 돌아온 적은 없었다. 오히려 불편함이 가득하여 대화의 향방을 잃고 주선자가 떠나자마자 침묵이 내려앉았던 아팠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주선자와 함께(동석)하는 소개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주선자의 성격이 어떠하냐, 주선자가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소개팅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선자와 함께하는 소개팅은 여러모로 장단점을 잘 따져봐야 한다.


주선자와 함께할 때의 장점


  우선 주선자와 함께 소개팅을 할 때는 이런 장점이 있다. 첫째, 번거롭게 상대와 연락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상대와 연락을 해서 일정을 잡고 주선자를 부른 경우는 예외이다.) 이 경우엔 주선자가 '언제 어디로 상대를 데려갈 테니 나와라.’는 식으로 소개팅이 전개된다. 그래서 다른 소개팅처럼 상대의 연락처를 받고 어색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약속을 잡지 않아도 된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가볍고 빠르게 만나는 만남을 선호하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으므로 이런 만남을 선호할 때는 주선자와 함께 소개팅을 즐겨도 좋다.(심지어 안 좋게 끝날 경우 연락처도 교환하지 않은 상태다. 거절의 말도 주선자를 통해 하면 되니 부담이 적다!)


  둘째, 주선자가 분위기를 띄워주어 소개팅 자리를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주선자가 화술이 뛰어나고 이런 자리에 익숙하다면 어색하게 만난 두 남녀의 대화를 재밌게 잘 이끌어주며 분위기를 훈훈하게 해줄 것이다. 그렇기에 주선자가 역할을 잘해줄 경우 어색한 첫 만남을 풀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주선자가 어떤 성격과 화술을 지녔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주선자가 함께하는 것이 득이 될 것 같으면 주선자의 도움을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셋째, 나의 부족한 경험을 채워줄 수 있다. 소개팅을 제안받는 내가 경험이 부족하다면 주선자의 풍부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좋은 식당이 어디인지, 카페는 어디로 가야 하며, 첫 만남에 술을 마셔야 할지, 이런 것들이 고민이라면 주선자가 이끄는 대로, 제안하는 대로 따라가며 상대와의 첫 만남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자리에 동석할 수 있는 주선자들은 상대와도 상당히 친분이 있을 것이므로 상대의 취향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주선자의 리드를 잘 따라간다면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주선자와 함께할 때의 단점


  이렇듯 장점만 있으면 좋을 것이지만 아쉽게도 단점들이 있다. 첫째, 소개팅 자리에서의 주객전도가 일어날 수 있다. 주선자가 대화와 만남을 너무 리드하다 보면 이게 내 소개팅인지 주선자가 이끄는 모임인지 구분이 안 갈 수도 있다. 심할 경우 주선자가 둘을 이어주려는 노력은 안 하고 자기 말만 한다던지, 내 상대와의 대화에만 집중한다던지 할 때는 구경꾼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속으로 ‘내가 여기 왜 왔지?’, ‘빨리 집에나 가라!’라고 외치게 될 것이다.


  둘째, 상대가 나를 소극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다. 주선자가 어느 정도까지 역할을 해주느냐에 달렸지만 너무 많은 것을 주선자에게 맡기거나 자리에서 주선자의 대화 리드에 의지하다 보면 상대가 날 소극적인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간중간 나를 어필하고 내가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도 보일 필요가 있다. 또한 그래야만 서로가 서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결국 서로를 알아가려면 당사자들이 직접 대화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는 법이므로.


  셋째, 소개팅 경험을 쌓을 수 없다. 별것 아닌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만남이 마지막 만남일지, 이 소개팅이 나의 마지막 소개팅일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소개팅은 결국 당사자들의 만남이며 주선자가 자리에 낄지 안 낄지는 선택의 문제다. 다음 만남, 다음 소개팅이 들어올 때도 주선자를 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 만남과 다음에 들어올 소개팅들을 생각한다면 직접 연락처를 교환 받고 만남을 가지고 리드하는 경험들을 일찍이 쌓을 필요도 있다.


  넷째, 상대가 마음에 안 들거나 재미가 없어서 자리를 일찍 파하고 싶어도 그러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선자가 오랫동안 자리에 있으면 당연히 자리를 파할 수 없다. 하지만 주선자가 일찍 자리를 피해주더라도 주선자가 직접 자리에 함께한 만큼 상대와 최대한 예의 있게 자리를 오래 가져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게 된다. 주선자는 둘 모두의 지인인 만큼 주선자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주선자와 함께하지 않았다면 일찍 파했을 만남도 원치 않게 만남을 길게 이어가게 된다.


나, 주선자, 상대에 대해 잘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하자.


  이외에도 많은 장단점이 있을 것이며 각각의 장점이 단점이, 각각의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소개팅을 원한다면 나와 주선자, 상대에 대해 잘 파악하고 내게 중요한 것 몇 가지 우선순위를 정하자.(번거롭지 않은 만남 선호 등) 그리고 나서 주선자와 함께 소개팅에 나설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니면 필자처럼 어색한 만남(주선자의 화술 부족)이나, 구경꾼 모드(주선자가 말이 많고 상대와의 대화에 집중함)에 들어가게 되어 소개팅을 망칠 수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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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필자의 말은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하며 정답이 아니니 유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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