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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윤 Jan 08. 2021

9. 소개팅과 선은 어떻게 다른가?

소개팅 하수에게 하수가9

  나이가 들면 이전의 가벼운 만남인 소개팅 대신 조금씩 선 자리를 제안 받게 된다. 선이라고 하면 마냥 부담스럽기만 하고 피하고만 싶었다. 소개팅과 선은 어떻게 다를까?


부담스러운 자리, 선 자리


  지인의 소개로 가볍게 만남을 가지는 소개팅. 결혼을 전제하지도 구체적인 재산과 종교, 학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나이는 얼마인가?’, ‘직업이 무엇인가?’, ‘성격은 어떠한가?’, ‘주선자와 어떤 관계인가?’ 등 그 사람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가지고 우리는 소개팅 만남을 가진다. 그러하기에 소개팅은 큰 부담이 없이 상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에 든다면 만남을 이어가고 마음에 안 든다면 주선자에게 사과하고 만남을 그만두면 그만이다.


  그러나 선은 어떠한가? 소개팅과 선은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소개팅보통 지인의 소개로 이루어지는 연애를 전제로 한 만남이라는 의미가 있다. 반면에 이란 보통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 친척이나 가족, 중개인을 통해서 들어오는 만남 주선이라는 의미가 있다.(물론 정의하기에 따라 조금씩 이 둘의 의미는 달라질 것이다.)


  그러기에 만남을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게 되며 마음의 부담도 더욱 가중되기 일쑤이다. 또한 선은 집안 친척을 통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많기에 집안의 관심 또한 높아지며 만나기 전부터 많은 구설에 오를 수도 있다. 그래서 선은 소개팅보다 더 많은 정보를 사전에 접하게 되며 진지하게 상대와의 만남에 임해야 한다.


선을 보다


  필자는 집안 친척들을 통해 선 제의를 여러 번 받아 본 적이 있다. 다행히 안정적인 직장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집안 친척들을 통해 들어오는 선 제의가 제법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이라는 자리가 부담스러워서 번번이 거절하기 일쑤였다. ‘난 아직 선 자리에 나설 때는 아니다.’, ‘지금은 연애를 전제로 한 가벼운 소개팅만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 또한 강했다.


  하지만 딱 한 번 친척의 강권에 못 이겨 선 자리에 나선 적이 있었다.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일 때였는데 한 번 제의가 들어왔을 때 거절하였으나, ‘그러지 말고 일단 한 번 만나나 봐라.’라는 지속되는 만남의 제안을 마냥 거절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계속 제의가 들어오니 ‘선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라는 궁금증도 생겨났다. 소개팅만 계속 해왔었으니 소개팅과는 다른 선이라는 것을 겪어 보고 싶은 마음도 조금 생겨났기에 만남을 수락했다. 일단 한 번 겪어 보기나 하자고 마음을 다잡으며 말이다.


  그리하여 만나기 전 상대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소개팅보다 훨씬 구체적이었기에 놀람과 동시에 신선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들은 상대에 대한 정보는 나이, 학벌, 부모님 직업과 재산, 가족관계, 직업, 경력, 키, 외모 등 상당히 방대했다. 특히 소개팅 자리에서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부모님 직업과 재산, 가족관계 등의 정보가 놀라웠다. ‘과연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구나.’,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상대 또한 마찬가지로 나와 우리 집에 대한 정보를 접하곤 우리는 연락을 시작했다. 금방 만남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직장 일이 있어 그 주 주말에 만남을 가지기로 하곤 만남을 위한 준비들을 하였다. 선이라고 하니 괜히 신경 쓰여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중에 지인인 홍은 격의를 갖추어야 한다며 정장을 갖춰 입고 나가라고 조언을 하였다. 선 자리란 원래 그런 자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알아보니 '요즘 선 자리는 그렇게 딱딱하게 만나지 않는다'는 말이 많았다. 나 또한 앞 장에서 밝힌 것처럼 그런 옷차림을 선호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평소 소개팅에 나서던 것처럼 무난하게 옷차림을 하고 헤어 스타일 등에 신경을 쓰곤 상대를 만났다.


  상대 집 근처의 좋은 레스토랑을 잡아 놓고 미리 도착하여 메뉴와 자리를 살피곤 상대를 기다렸다. 이 당시 소개팅을 열 번 넘게 해본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선 자리라는 것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왠지 모를 신선함과 기대감이 들었다. 소개팅을 많이 해본 사람에게도 경험이 적은 선 자리는 익숙지 않기 때문에 무뎌질 수 있을 것 같은 이런 만남이 새롭기만 한 것이었다.


  자리에 앉아 조금 상대를 기다리자 늦지 않게 상대가 도착하였는데 상대 또한 보통 생각하는 선 자리에서의 차림과 다르게 무난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나왔다. 상대의 옷차림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고 원하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데 원래 지인의 조언처럼 정장을 갖추고 나왔으면 오히려 마이너스였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수줍게 마주 인사를 나눈 후 미리 봐놨던 메뉴를 토대로 음식을 추천해주고 주문한 후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 주제는 방대했는데 평소 소개팅에서 나누던 대화처럼 취미, 살아온 이야기, 직장 이야기 등도 나누었으나, 선 자리인 만큼 조금 더 구체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들도 나누었다.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집을 잡는다면 어디에 살고 싶은지, 해외에 나가서 한 달 동안 사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이었다. 소개팅 자리라면 자제했을 법한 질문들이 거침없이 대화 주제에 올랐다.


  물론 그 사람의 성격이 거침이 없었을 수도 있으나 상대 또한 중요한 선 자리인 만큼 구체적으로 나에 대해 알고 싶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대화 중간중간 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을 받고 당황한 적이 수차례였다. 그러면서 역시 ‘선 자리는 소개팅 자리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적이 처음이었기에 오히려 신선한 부분이 있었다. 대화 주제가 이렇듯 방대하고 내밀하다 보니 그날 첫 만남은 늦은 시간에 끝마쳤다.


  집으로 돌아오니 부모님뿐만 아니라 소개를 해준 친척 분 또한 만남이 어땠는지 나에게 물어보셨다. 솔직하게 든 감정과 나눴던 대화들을 말씀드렸고, 그 후 상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후 만남을 이어갈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볍게 만나볼 수 있는 소개팅이었다면 만남을 이어가고 연애를 시작할 수 있을 것들이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만남에서는 곤란한 것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만남의 발목을 잡은 것은 종교 문제였다. 불교 집안과 기독교 집안의 양극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다른 걸리는 문제들도 있었지만 부모님의 뜻에 반하여 이 만남을 더 이상 이어가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선 자리는 첫 만남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선 자리가 준 경험


  지금 와서 생각하면 선 자리라는 것을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소개팅과 선의 차이에 대해 알 수 있었고, 그 뒤 더 성실하게 소개팅을 이어갈 수 있었으니 매우 유용하였다. 그러나 다시 누군가와 선을 해보라고 하면 안 하고 싶다. 결혼을 전제로 한다는 것은 만남 자체가 생각보다 많은 부담을 지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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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필자의 말은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하며 정답이 아니니 유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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