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생존을 기원하며

돌아온 탕자

by 낮별

오랫동안 블로그를 통해 이런저런 글을 세상에 뿌려놓았었다. 대부분 정제되지 않고 마구잡이로 토해놓은 배설물 같은 글이었다. 어느 순간 제대로 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면 다시 글쓰기를 배워야 하고 나를 새로이 다듬어야 했다. 이런저런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면서 때론 타인의 칭찬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쭐해진 적도 있었고, 타인의 칼날 같은 질타에 심해 깊은 바닥까지 내동댕이 쳐진 적도 있었다. 이런 시간을 지나며 나는 글을 쓰지 않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블로깅을 멈춘 지 2년가량이 지났다. 처음 1년 정도는 내게 안부를 물어오는 다정한 이웃들이 있었지만 2년이 가까워질 무렵 나는 블로그 세상에서 저 세상 사람이 되어있었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으로 변해간 나를 되돌아본다. 나는 아마도 끔찍한 자기혐오와 그에 못지않게 끔찍한 자기애 사이를 널뛰듯 오가다 마음의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 비단 그것은 나 자신에게만 향하는 감정은 아니었다. 블로그 세상에 깊숙이 숨겨져 있는 자기혐오와 자기애는 나를 질식하게 만들었다. 자기혐오든 자기애든 그 배후에는 저마다 글을 향한 욕망이 숨겨져 있다. 그것이 느껴진 순간, 나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물기가 힘들어졌다. 나의 욕망과 그들의 욕망이 얽혀 있는 공간임을 발견한 이후 더 이상 예전처럼 단순하게 즐겨지지 않았고 그리고 문득문득 나조차도 납득하기 힘들지만 걷잡을 수 없는 외로움이 느껴졌다. 한때 블로그는 나의 즐거운 놀이터였는데, 이렇게 변화하게 된 사실에 몹시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건 변해가는 것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글을 쓰지 않은 2년 동안 계속해서 책은 읽었고, 관심 있는 분야의 공부를 이어나갔다. 가만히 나를 가둬두고 어떻게 발효해갈 지 기다리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리고 2년이 훌쩍 지나, 나는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브런치를 찾은 건 이런 과정을 통해서이다. 수년 전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글을 올리다 블로그 활동을 멈추며 브런치 글도 모조리 삭제하고 방치해 뒀었는데 폐허가 된 이곳을 다시 찾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랬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 보련다. 그리고 또한 새로운 인연을 맞이한다.


요 며칠 새롭게 경험해 본 브런치는 블로그 갑절의 욕망이 넘실대는 곳이다. 과연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를 의심하고 또한 격려하며, 이 치열한 전장으로 나를 내 몰아본다. 생존을 기원하며...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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