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 시대, 전반기 오십 년이 지났다. 만 나이 덕분에 백세 생을 반으로 나누면 이제 나는 두 번째 생애에서 갓 태어난 신생아인 셈이다. 전반기는 누구나 다 그랬을 테지만 내가 선택하여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랬기에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없이 때론 환경을 원망하며 어영부영 살아냈다. 나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없었고 그러기에 뭐 하나 죽을 각오로 덤벼 이뤄낸 성취도 없었다. 학업, 취업, 결혼, 육아와 같은 남들 가는 평범한 경로 위에 있음을 안도하며 지냈다. 그랬다는 걸 인정한다.
후반기를 맞아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맨 처음 내게 경고등을 울린 것은 나의 몸이었다. 머리, 눈에서 시작된 이상 증세는 허리, 다리, 발까지 아래로 향했다. 뇌와 허리에 비싼 촬영을 해봐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는데도 나를 괴롭히는 신경증적 통증이 지속되었다. 운동이란 걸 본격적으로 시작해 본 것도 그즈음이었다. 그러니까 나란 인간은 오십 년 가까이 운동하는 인간으로 살아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살아도 특별히 아픈 데가 없었으니까 그런 인간으로 살아왔던 것이고, 갑자기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한 증상들에 화들짝 놀라 운동을 시작했는데 운동이란 걸 안 하던 인간이 운동을 하니 또 여기저기 통증이 더해졌다. 실내자전거를 매일 탔더니 고관절이 아프고, 달리기를 매일 했더니 발목이 나가버리는 그런 식이다. 요즘은 걷기만 열심히 하는 중이다.
운동이 필요하다는 자각과 함께 찾아온 것은 먹는 것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찾아왔다. 같이 사는 사람이 각종 성인병 약을 처방받아먹기 시작했을 때 강펀치를 맞은 기분이었다. 매일 한두 잔씩 습관적으로 마시던 커피 대신 차생활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마시던 반주를 한 달에 한 두어 번으로 줄였다. 국수, 빵 좋아하는 밀가루 홀릭인데 가급적 멀리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니까 이전에는 별생각 없이 마구 섭취했던 카페인, 알코올, 탄수화물을 의식적으로 멀리하고 있다. 차마 완전히 끊어내지는 못하지만.
커피를 안 마신다는 얘기를 들은 지인들이 놀라고 걱정한다. "왜? 어디 아파?"
아프지, 아프다는 말 대신에 "그동안 마실만큼 마셨지 뭐"라고 대답한다.
작년 9월부터 어떤 계기로 보이차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그 뒤로 커피 생각이 안 난다. 아침 일찍 물을 끓여 쪼르륵 차를 내려 마시는 그 의식에 완전히 정착했다. 보이차에도 소량의 카페인이 있다지만 커피와 비할 바가 못 되는지 얼마 전에 커피를 한잔 마시고는 새벽 세 시까지 잠을 못 자고 뒤척였다. 몇 달간 커피를 멀리하는 수련을 통해 내 몸은 이제 카페인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몸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커피를 안 마시고 단 음료를 싫어하는 데다 빵을 기피하니 카페에 가고 싶은 욕구가 사라졌다. 남편과 외출해서 식사를 식사 후 늘 예쁜 카페를 찾곤 했는데 이젠 "그냥 집에 가서 차 마시자" 이렇게 되어버린다.
운동을 생활화하고, 먹을 것을 통제하는 삶. 그게 참 어려울 것 같았는데 저절로 이렇게 변해간다. 필요에 의한 습관화, 그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렇게 나는 나의 생애 후반기 50년을 시작했다.
마음과 더불어 그간 무심했던 몸의 단련, 나의 re-born 프로젝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