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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가 May 14. 2024

9. 곰양, 퇴사의 이유

 

 나는 한 번 싫사람은 그냥 싫다. 호불호가 확실한 나의 성격 사회생활에서는 다지 좋지 않았다.

 지만 이유 없이 사람을 싫어한 적은 없다. 그 사람이 날 대하는 말이나 태도에서 기분이 상하기 시작해서, 하나씩 속에 쌓여간다. 그게 한계치에 이르면 이 사람이 너무 싫다. 그럼 말하기도 싫어진다. 얼굴 보기도 싫고, 한 공간에 있는 것도 싫고 다 싫다. 그렇게 꾹꾹 눌러 참다가 폭발할 거 같을 때쯤 일을 그만둔다.


 그렇기에 나의 퇴사 이유는 거의 다 사람 때문이었다. 인간관계에서 싫은 사람이 생기면 바로 도망쳐버리는 것이다. 그게 나의 최선이었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다. 이건 언제나 어딜 가나 일정수의 또라이가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또라이가 없는 곳이라면 자신이 또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또라이는 어디든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법칙을 내가 확실하게 믿게 된 건 내가 일하는 곳에 늘 존재하는 또라이들 때문이었다.


 지만 계속 치과를 이직하면서 '내가 사회생활을 못하는 게 문제인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렇다면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누군가는 그 사람이 싫어도 조금만 비위를 맞춰주고 으면 된다고, 그냥 시키는 일은 군말 없이 하면 다고 .


 하지만 나는 그게 싫었다. 싫은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비위를 왜 맞춰야 하는가? 그 사람이 해야 될 일을 왜 내가 해야 되는가?


 왜 나이가 좀 더 많다, 그들은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걸까? 나로선 같은 월급 받는 처지에 나만 일하는 거 같은 불공평한 상황에 화가 나 결국 그 사람을 좋아할 수가 없다.

 왜 날 무시하는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어야 되는가? 그런 작은 불만들이 쌓이며 결국엔 그 사람을 보는 거 자체부터 스트레스가 생기게 된다. 이러니 단체 생활을 오래 하기가 힘들었다.

 

 


 내 문제점에 대해선 알고 있다. 생각이 많아서 문제다. 그러니 혼자 공상에 많이 빠지기도 한다. '갑자기 운석이 떨어져 세상이 멸망하면 어쩌지? 내가 길 건너다가 사고가 나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컵을 떨어뜨리면?' 별별 생각을 다한다. 그러니 내가 불만을 토로했다가 벌어질 상황들도 여러 가지로 생각하다가 그냥 포기하게 된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더 불편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경험 때문이다. 굳이 다툼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 많은 나니까 사람이 싫어지면 문제가 더 생긴다. 출근길부터가 고욕이다. 안 그래도 하기 싫은 일이 더 하기 싫다.


  '나는 왜 이렇게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받는 걸까'


  혼자 자문자답을 해봐도 답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혼자 일하면 괜찮을까? 막상 그렇게 생각해도 뭘 해야 할지 모르니, 퇴사 후에도 다시 새로운 곳을 찾아 취직할 뿐이다.

 현실은 도돌이표같이 반복되는 사회생활 내가 순응하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사실 퇴사하는 건 매번 힘들었다. 그만둔다는 말을 하기까지의 심사숙고의 시간들과 새로운 곳을 찾는 수고 시간들, 다시 적응의 시간을 보내는 게 쉽지 않았다.

 겨우 적응했다 싶었는데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라니,  반복되는 힘듦을 잊어버리고 다시 퇴사를 하는 스스로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퇴사하고 쉽게 취업가능한 직업이라 가능한 나의 만용이기도 했다. 하루하루 버텨내는 스스로를 이젠 거리를 두고 지켜본다.

 다시 퇴사를 하면 아예 이직을 생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 이미 커트라인 앞에 서있는 나는 생각이 더 많아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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