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쁨 나의 기록: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낸 기록
임신 38주 0일째에 들어서는 날이었다.
출산을 앞두고 휴직한 지 8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남편도 재택근무로 함께 집에 있었다. 오전 내내 뱃속에서 아기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점심을 먹어도, 초콜릿 과자를 두어 개 먹고 옆으로 누워도 그 전날 같은 움직임이 없었다. 그때가 한 네시쯤. 막달에는 움직임이 많이 줄어든다고 했기에 기다려보는데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다섯 시까지 기다려도 잠잠하면 분만실에 가야지, 생각하다가 불길한 마음에 다섯 시도 되기 전에 집을 나섰다.
사실 그때만 해도 일곱 시에 식사 예약을 해두었기 때문에 빠르게 아기 상태를 확인한 뒤 저녁을 먹으러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분만실로 가는 차 안에서 태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태동이 느껴지자 조금 무안해지면서 그냥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극도로 예민해져 있던 나는 사실 방금 느낀 태동이 이전과 다르게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분만실에 도착했다.
약 한 시간가량 태동 검사를 했다. 그 사이에도 태동은 단 한 번 뿐이었다. 당직의가 검사 결과를 보고 초음파 검사까지 하더니 아기 상태가 안 좋아 보이니 바로 응급으로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 했다. 내 호칭은 어느 순간 '산모님'에서 '엄마'로 바뀌어있었다. "엄마, 지금 수술해야겠는데? 초음파상으로는 괜찮은데... 이게 오히려 더 위험할 수가 있어. 이럴 땐 아기를 위해서 지금 수술하는 게 좋아요." 그때부터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지난 아홉 달 동안 준비해 왔는데도 아무런 준비가 안된 것 같았다. 물론 그와 상관없이 의료진은 빠르게 수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 전에 아기 태동을 확인하려고 먹었던 초콜릿 과자 때문에 마취의와 당직의가 수술을 하면 안된다 해야된다 몇 번 실랑이를 했고, 결국 나는 수술대에 올랐다. 어제 남편과 함께 자연분만을 위해 순산 호흡법을 연습한 게 무색했다. 하반신 마취 후, 호흡기를 꼈다. 의료진이 안대와 헤드폰도 껴주었다. 헤드폰에서는 출산 순간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우울한 뉴에이지 음악이 흘러나왔다. 몇 주 전부터 만들어 둔 출산용 플레이리스트가 떠올랐지만 지금은 그저 흘러나오는 음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에 대한 격렬한 긴장감이 조금 풀리고 나서야 내가 출산 중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홉 달 넘게 품고 있던 내 아기를 이제 만난다. 내 아기가 세상에 나온다! 그 사실을 떠올리니 지금껏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수준으로 흥분되기 시작했다. 내가 엄마가 되는 거야, 우리가 드디어 만나는 거야. 머릿속에서 폭죽이 일제히 터지고, 이 세상 모든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올랐다. 이토록 거대한 감격을 나는 지금껏 알지 못했다. 눈물이 양옆으로 쉼 없이 흘렀다.
배가 몇 번 크게 흔들리는 것 같더니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 내 아기가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내는 소리를 들었다. 당장 안대를 풀고 일어나 아기를 보고 싶었다. 그래그래 더 크게 울어라, 누군가 정겨운 목소리로 내 아기를 다독였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 역시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기쁨아, 너에게 모든 걸 다 줄게. 내 모든 걸 줄 거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나도 모르게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다시 말하지만 이토록 격정적인 감정은 내 생애 처음이었다. 내 운명이 송두리째, 그리고 영원히 바뀌는 그런 순간, 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