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쁨 나의 기록: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낸 기록
신생아 중환자실 앞에 도착하니 남편 역시 아직 면회를 기다리며 대기 중이었다. 급한 마음에 의료진을 불러서 언제쯤 아기를 볼 수 있냐 물었더니 때마침 준비가 되었는지 우리를 아이에게 안내해 주었다. 기쁨이가 있던 병실은 내 상상 속 신생아 중환자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러 아기들과 함께 있을 거라 상상했는데 기쁨이는 3평 정도 되는 큰 독실 안 어마어마한 의료기기 사이에 있었다. 그만큼 내 아기가 위중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됐다. 심장 박동과 산소 포화도가 자꾸만 떨어져서 모니터는 붉은빛으로 번쩍거리고, 불길한 경고음이 쉴 새 없이 울려대고 있었다.
내 아기, 내 기쁨은 그곳에 있었다. 너무나 위태로운 모습으로. 손대기도 아까운 어여쁜 얼굴에는 수혈과 삽관을 위한 튜브가 여러 개 달려있었고 그 연약한 피부에 주사 줄들을 고정하기 위한 의료용 테이프가 떡하니 붙어있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에 수많은 줄을 달고, 아기는 눈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오전에 중환자실에서 받은 사진보다 얼굴과 몸이 한참은 더 부어있었다.
기쁨이를 보자마자 눈물이 솟구쳤다. 이상하게도 그 작은 아기 품에 안겨 목놓아 울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괜찮아질 것만 같았다. 지금 이 모든 게 우리 아이가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는 게 못 견디게 서러웠다. 이토록 무언가를 간절하게 바라는데, 이렇게나 매몰찬 거절이라니.
아, 그럼에도 내가 낳은 나의 아기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어여뻤다. 경험 많은 담당 교수가 아기의 얼굴과 손, 어디든 마음껏 만져보라 했다. 남편이 먼저 기쁨이의 이마 언저리를 쓰다듬더니 깜짝 놀라며 나에게도 만져보라 했다. 조심스레 아이의 이마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는데 그 촉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보드라워 나 역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보드랍고 섬세한 감촉은 처음이었다. 아직까지도 이 촉감을 감히 표현할 수가 없다.
이 와중에도 남편과 나는 우리 아기의 사랑스러움에 단번에 빠져들었다. 속수무책으로. 기쁨이가 한순간 기침과 함께 눈을 살짝 뜰 때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까꿍, 우리 아가"라는 소리가 나왔다. 죽음의 그림자마저도 우리 아기의 사랑스러움을 단 한 치도 가릴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기쁨이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기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작별 인사를 할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버텨줘, 조금만 더 싸워줘, 그렇게 말하는 내 마음은 기적을 바라는 마음 반 미안한 마음 반이었다. 나라면 저렇게 버틸 수 있을까, 이 낯선 곳에서 저 독한 약물들을…
담당 교수는 사실 기쁨이가 실려올 때부터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에서, 아니 지구상 가능한 모든 치료를 다 했다는 말도 했는데 그 말이 나중에는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해주었다는 사실이 시간이 지난 후 내게 작은 위안을 주었다.
담당의는 또 기쁨이가 지금까지 어떠한 것에도 반응이 없다가 엄마 아빠가 오니 조금 움직인다며, 아기가 부모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태어난 지 이제 겨우 하루가 된 아기가 기특하게도 우리를 기다려준 것이다. 우리에게 와준 이 귀한 생명이, 힘겹게 태어나 우리가 자기에게 다시 와줄 때까지 이 지독한 어려움을 견뎌낸 것이다. 엄마를.... 나를 기다린 것이다. 이 조그만 몸으로......
나는 이런 사랑을 받아본 적 없었다. 이토록 거대한 사랑을. 지진과도 같고, 쓰나미와도 같은, 순식간에 내 모든 것을 뒤바꾸는 사랑이었다. 2.8kg밖에 되지 않는, 제대로 호흡조차 내쉬지 못하는 아기가 내게 그것을 주고 있었다. 그 사랑은 태초부터 존재해왔으나 그때 마침 예정이라도 된 듯이 내게 다가왔고, 나는 그 크기에 압도되어 한 점 먼지가 된 것 같은 두려움마저 들었다.
한 시간 가까이 중환자실을 머물다가 우리는 다시 출산 병원 병실로 돌아왔다. 아기 임종이 다가오면 다시 전화를 해준다는 말을 듣고서. 오늘 밤, 내 기쁨이 아직 살아 숨 쉬는 밤. 나는 신에게 기도했다. 내 아기 살려내. 나도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살려내. 우리 기쁨이 죽으면 내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어디 한번 봐, 으름장 놓는 협박이었다.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는, 막다른 곳에 놓인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었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때 내놓는 마지막 카드였다. 그런 수작을 부려대며 나는 어느 순간 기절하듯 잠들었다.
아기와 지구상에서 함께 숨 쉬는 마지막 밤이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커버 디자인: Freep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