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늘 하는 일인데 갑자기 실수를 연발한다.
② 별 노력도 안 했는데 그날따라 일이 술술 잘 풀린다.
누가 봐도 후자가 좋은 상황이겠지만, 만약 앞서 말한 두 상황 중에 하나를 꼭 경험해야 한다면 나는 전자인 실수 연발을 택할 것이다. 짜증은 나도 어지간히 큰일이 아니라면 수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에 별 이유도 없이, 노력도 없이 일이 잘 풀리면 막연히 불안해져서 오히려 온종일 긴장하고 고통스러울 것 같다. 문득 단편 소설 <운수 좋은 날>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현진건, <운수 좋은 날> 중에서
그날따라 돈을 많이 번 주인공 김첨지는 아픈 아내에게 줄 설렁탕을 사서 집에 돌아갔는데 아내는 이미 죽어 있었다는 비극적인 끝을 맺는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접했던 이 소설의 결말은 반전이라기보단 ‘그럴 줄 알았어’에 가까운 기분을 선사했다.
원래 불안이 높아서 그런지 의심이 많은 나에게는, 일이 잘 풀리더라도 ②번 상황이 더 괴로운 건 당연하다. ‘럭키!’ 하고 긍정적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인생의 단맛을 많이 못 봐서 갑작스러운 강렬한 달콤함에 놀라 뒷걸음치는 것일지도. 금수저도 아니고, 특출난 재능을 타고나지도 않았기에 하고 싶은 일로 그럭저럭 먹고 살기까지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했다. 솔직히 운으로 얻은 성과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공짜로 찾아오는 달콤한 행운이 두려운 것이겠지.
인생에는 여러 맛이 있다고들 한다. 행복하고 기쁜 마음은 ‘단맛’, 힘든 마음은 ‘쓴맛’. 그리고 힘든 것을 넘어선 쓰라린 고통은 ‘맵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쓴맛’과 ‘매운맛’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고통은 인생에서 빠질 수 없다. 원하는 대로 다 이룬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아닌가?). 쓴맛과 매운맛을 경험하면서 사람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고, 어렵게 이룬 것에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요컨대 나에게 달콤함은 불안이요. 매콤함은 도전 정신인 것.
쓰고 보니 참 인생 피곤하게 산다 싶네. 에라 모르겠다. 짜릿하게 탄산이 톡 쏘는 생맥주나 마시고 싶다.
‘캬! (인생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