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0일 월요일, 성내동의 주택가에서 작은 단모 치와와 한 마리가 구조되었다.
개체 관리 카드에 기록되어 있는 구조 장소는 신고자의 집 주소일 것이다. 신고자가 이 개를 만난 장소와 상황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어찌어찌하여 강동구청 사회적 경제과 반려동물팀으로 연락이 닿았고, 구조 대장이 출동했을 것이다.
그 당시 강동구 내에서 구조 대장에게 구조된 개는 연계된 동물 병원에서 간단한 검진을 받은 뒤 강동구청에서 운영하는 리본센터로 입소되거나 동물구조협회로 보내졌다. 거처에 대한 분류 기준은 알 수 없지만 어리고 건강하고 작은 품종견이 리본센터로 입소된다는 점은 분명했다.
치와와를 검진한 수의사는 나이를 5살로 추정했고, 양쪽 슬개골 탈구와 치은염이 심하다고 진단했다. 나이와 건강 상태가 리본센터 입소 가능 기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어쩐 일인지 이 개는 리본센터로 보내졌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유기 동물 법정 공고 기간인 10일이 지나는 동안 이 개를 찾는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리본센터의 사양관리사들은 얘를 참깨라고 불렀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 주기로 했다.
어쩌면 '참깨'가 견생에서 처음으로 불린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참깨는 불법 번식장에서 모견으로 쓰이다 버려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구조 당시, 발톱이 모두 길고 날카롭게 세워져 있었다. 바닥이 철조망으로 되어있는 뜬 장에서 지냈다는 의미였다. 발바닥 패드는 연한 분홍색이었고 말캉했다. 산책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치아가 제 기능을 못 할 정도로 치은염이 심했다. 음식물 쓰레기만 먹었을 것이다. 작은 체구에 비해 젖꼭지가 비정상적으로 컸다. 새끼에게 젖을 많이 물렸다는 뜻이었다. 제왕 절개 흔적과 장유착은 입양 후 중성화 수술을 시키면서 알게 됐다.
번식할 능력이 없어진 불법 번식장의 작은 개는 개소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았다. 참깨는 구조 당시 몸무게가 2.2kg이었다. 개소주로 만들기에는 너무 작아서 버린 걸까, 아니면 보신탕집에 팔려가기 전에 필사적으로 도망쳤을까, 어느 쪽이든 감사했다. 살아서 우리가 만났으니까.
참깨는 1년 넘는 시간 동안 리본센터에서 지냈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60cm, 스테인리스와 유리문으로 만들어진 견장이 참깨의 방이었다. 하루 세 번, 30분씩 실내 운동장에 나오는 시간을 제외하곤 이 작은방에서 사료를 먹고, 물을 마시고, 배변하고, 잠이 들었다. 담요에서 풀어져 나온 실밥에 발이 감겨서 밤새 피가 잘 통하지 않아 다리가 퉁퉁 부어도 사양관리사들이 출근하여 발견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1년 동안 참깨에게 관심을 보인 사람은 세 명뿐이었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입양되는 리본센터의 다른 개들과는 달랐다. 참깨는 불법 번식장 출신을 증명하듯 사회성이 없었다. 작은 몸으로 사람들을 경계하며 있는 힘껏 맹렬하게 짖었다. 독립심이 강한 치와와의 특징 그대로 다른 개들에게 친화적이지 않았다. 슬개골 탈구와 치은염으로 인한 통증 때문인지 스킨십을 허용하지 않았고 사람 손을 물려고 했다.
입양을 머뭇 거린 사람들의 고민이 나이 때문인지, 예민한 성격 때문인지, 건강 상태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복합적 일 수도 있다고 짐작했다. 지나간 세월은 인간의 힘으로 되돌릴 수 없었지만 사회성은 가정집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다 보면 생기기 마련이었다. 참깨가 몇 개월째 입양되지 못하고 센터에서 나이 드는 걸 안쓰럽게 생각한 수의사가 있었다. 리본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는 개들을 위해 격주로 진료 봉사를 하던 수의사였다. 수의사의 호의와 재능기부로 참깨는 슬개골 탈구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참깨는 조금 건강해진 몸으로 입양을 희망하는 가족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