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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맨데이 Aug 14. 2024

회사는 울타리일까? 스트레스의 근원일까?

개복치의 회사생활

    건강의 이유로 퇴사한 지 거의 2달이 되어간다. 사실 2달이지만 3주는 여행 때문에 퇴사라이프를 느끼지 못했다. 그냥 연휴 같은 3주였고, 공식적으로 퇴사라이프를 보낸 것은 1달 정도 되어간다. 첫 주 3일은 주말처럼 놀았고, 그 뒤 일주일은 심심함에 일 벌일 궁리를 하며 보냈다. 


'퇴사하면 다 나을 거예요!'라는 말에 제발 좀 그랬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시원 섭섭함으로 회사를 나왔다. 첫 회사인 데다가 거의 4년을 함께한 사람들과 헤어지는 마음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퇴사의 이유가 다른 것이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거 같다. 대학생활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휴학 없이 스트레이트로 대학을 졸업하고, 취준을 하고 취업을 하면서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쉬어본 게 처음이다. 그래서 마냥 쉰다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 그러다 보니 며칠이 지나자 매일 규칙적으로 가던 일상이 없어지고 시간만 많은 잉여인간이 된 느낌이었다.


워낙 시간을 버리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심심함에 몸부리 치던 와중 쉬는 동안 뭐라도 남겨보자는 생각으로 모임에도 들고, 원래 하던 사이드 프로젝트도 더 열심히 참여하고, 인스타 계정도 만들고, 그동안 미뤄왔던 영어 공부도 하게 되었다. 회사를 다닐 때는 마냥 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쉬어보니 역시 백수는 체질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과 어울려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에 성취를 느끼고, 뭔가를 끊임없이 만들고 생각하고 헤쳐나가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며 역시나 디자인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심리적 무료함과는 다르게 몸은 빠르게 회복되어가고 있다. 아무리 좋다는 한약을 먹고, 수액과 스테로이드를 투여하고 생활 습관을 고쳐봤지만 전혀 호전이 되지 않던 몸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이제는 그 걱정이 무색하게 점점 개복치 이전의 내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쯤에서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몸이 많이 피곤하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몸이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것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 스텝으로 나에게 좀 더 맞는 형태의 회사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실 완전히 회복한 뒤 회사원이 될지 아니면 다른 형태로서의 디자이너가 될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남은 유예기간 동안 머지않아 다가올 날을 즐겁게 기다리며 이것저것 시도를 통해 씨를 뿌리고 있다. 다시 회사원이 되더라도 이 시간을 후회하지 않고 꾸준히 건강할 수 있도록!


회사라는 울타리 속에서 오늘도 힘내고 있는 개복치들을 응원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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