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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산 Oct 29. 2024

사내였던 여인을 추모하며

별이 되신 작가님

사내였던 여인을 추모하며


                                                             해산


“우리 한잔할까?”

선 굵은 턱을 가진 여인에게 한 사내가 말을 걸었다

한 시절 남자였던 여인은

사내의 눈을 오래 응시하며 침묵했다

입을 열어 뱉을 수 없었던 긴 이야기 실타래가

여인의 눈 속에 뭉쳐 있다

     

여인이 좋아하는 파전 안주와

한 잔 술

여인은 파전 한입 삼키며 실 하나를 당겼다

거칠게 얽혀 뭉쳐 있던 실은

기름이 발려 술술 풀렸다 

    

여인과 사내는

한 잔 눈물과

한 입 모욕을

번갈아 삼켰다   

  

밖은 백만 명 고함이 쩌렁쩌렁 울리는데

어스름히 아른거리는 불빛 아래 작은 탁자 사이에 놓고

사내였던 여인과

사내의 모습을 한, 여인도 사내도 아닌 한 존재가

마주 앉았다.




교회라는 이름으로 외치는 소리에 마음이 아프다.

적어도 역차별과 법 제정 반대를 외치기 전에 죽음에 이르기까지 번뇌하는 사람들의 영혼을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신이 사내의 모습을 하고 땅에 왔던 때에, 당시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창녀, 세리 많은 이들이 그와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

브런치에서 우연히 트랜스젠더 작가님의 몇몇 글을 읽었다. 교회에서 신앙의 열정을 불태웠던 그가 여자가 된 후, 신앙은 잃지 않았으나 갈 수 있는 교회가 없어서 그 시절이 그립다고 언급했던 글이 있었다.

내가 직접 겪지 않았고, 주위에서 만나보지 못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차별금지법에 수정해야할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가 '역차별'이라는 말로 불편함을 쩌렁쩌렁 주장하기 전에 이미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 속에서 수많은 밤을 잠 못들고 지새우다 스스로 생을 저버리기까지 고통 받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이라면, 그 분의 영이 마음에 있다면, 우선 같이 밥이라도 먹으며 대화하지 않을까? 함께 술 한잔 하자 청하지 않았을까?

열심히 글을 쓰시다 고인이 되신, 얼굴도 본 적 없는 작가님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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