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
울긋불긋
바람이 가는 길 따라
소리 없이 흔드는 이야기들이
나무에 걸렸다
어느 이에게는 눈으로 읽는 이야기
다른 이에게는 숨결로 스치는 이야기
답장하는 마음으로
내 이야기를 긴 숨으로 실어 보냈다
세월의 상흔 거뭇거뭇한 손길처럼
붉지도 검지도 않은 잎 하나에
담아 다오
수많은 이야기와 함께
바람 앞에 오롯이 선 자태 하나
배우고 싶다.
가을이라는 시간은 특별하다. 금세 지나가기도 하고, 한 해의 남은 여운이 짙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봄의 설렘과 희망, 여름의 열정과 인내를 거쳐 그 모든 이야기가 무르익어 주렁주렁 달려있는 듯한 나무들.
가을, 단풍, 낙엽, 바람...
잎은 바람에 떨어지고, 낙엽이 되어 뒹굴고 스러지지만 나무는 늘 그 자리를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