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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산 Nov 15. 2024

부남 해변

물의 양면성

수(水)


                                        해산


파도여

그대는 흔적 없는 아우성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부르는 노래


형(形)과 음(音)을 잃어버린 한 생(生)이

밀려와 하얗게 부서진다


포말 하나하나에 실린 곡조는

보아 달라고, 들어 달라고

형(形)과 음(音)에 담아 달라고

기도처럼

가 닿지 못하는 세상을 쓰다듬고 매만지다가


생의 저 너머로 돌아간다.




강원도 삼척시 부남 해변.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왔던 장소라고 한다.

여주인공이 삶의 마지막 장소로 선택했던, 영화에서는 스산하면서 비장한 분위기로 다가왔던 곳이다.

그래서일까? 바람에 치는 파도가 거세기도 했지만 죽은 자들의 아우성 같이 들렸던 건...

사람의 피부에 처음 닿는 물은 엄마의 양수다. 양수 속에서 들리는 물소리, 내장 기관들의 소리 등이 흡사 파도 소리와도 같아 무의식 중에 우리는 바다에 끌린다고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양수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경험했을까? 내 앞의 유산된 여러 아이들(언니나 오빠였을)은 물속에서 생명을 잃었고, 나는 처음으로 지켜진 아이가 되었다.

물은 생명을 지키기도 하고, 잃게도 한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어우러진 해변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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