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연수 Feb 08. 2021

[번역활동 1년째]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이해하다

서메리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걸음마를 내딛다

2020년 2월, 출판사를 퇴사한 뒤 2021년 1월에 이르기까지 나의 번역공부 스케줄은 이러하다.


2020년 2월~4월: 소설 준비하면서 휴식

2020년 4월~6월: <강주헌의 번역작가 양성 63기> 수강

2020년 7월~12월: 펍헙번역학교 카페에서 번역공부

2020년 7월~9월: 토익공부

2020년 9월~11월: 서메리의 <영어 원서 직접 번역하고 수입 만들기!> 수강

2020년 12월~2021년 1월: <The personal memoirs of U.S. Grant>의 번역기획서 만들고 제출/새로운 기획서 준비 중


즉, 강주헌 선생님의 강의를 먼저 듣고 서메리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하지만 서메리 선생님의 강의 후기를 먼저 쓰는 이유는 강주헌 선생님의 강의는 하나의 글을 중심으로 했다면, 서메리 선생님의 강의는 문장 중심으로 번역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문장이 모여 단락이 되고 단락이 모여 하나의 글이 되는 것이니, 서메리 선생님의 강의는 번역을 막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강의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하는 게 아닐까?' '문장 번역이 뭐가 어려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었다.




수업 시간에 다루는 문장은 11~12개 정도이다. 그중, 한 강의에서 알려주는 핵심은 3~4개 정도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ex) Sally is a good driver.


예습할 때 이렇게 번역했다.

-> 샐리는 실력 있는 운전자야.


그런데, 이런 번역은 초보자들이 하는 번역이다. 왜냐하면, 영어는 주어의 상태를, 한국어는 주어의 행동을 서술어 중심으로 풀어내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철수는 달린다'라고 표현하지, '철수는 달리는 사람이다'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니, 'Sally is a good driver'는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ex) Sally is a good driver.

-> 샐리는 운전을 잘해.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알면 번역이 더 자연스러워진다. 번역은 영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인데,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점을 알면 한국어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어디까지 배워야 할까?(출처: 픽사베이)




무심코 쓰는 번역투! 주의하기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출판 편집 과정을 들을 때 외서를 교정교열하는 작업을 했다. 그때, 국립국어원에서 나온 '번역투 문장'을 보면서 번역투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글 중심으로 번역해서 그럴까.

 

단어 하나하나에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던 것 같다. 을 읽다 보면, '하여금', '로부터', '~의' 같은 것들이 글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었다. 강의를 듣고 나서 배웠던 것을 상기시킨 후 번역투 단어들을 당장 고쳤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했던 것은 '지나친 상황 객관화'라는 말이었다. 여기서도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점을 살펴봐야 한다. 영어는 '사물 주어'를 자연스럽게 쓰는 언어이다. 왜냐하면, 영어의 경우 직설적인 표현을 꺼리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주관적 감정을 마치 객관적인 상황처럼 포장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유체이탈 화법이랄까. '나 쟤 때문에 화났어!'가 아니라 '쟤가 나를 화나게 만들었네'같이 좀 더 완곡한 표현을 쓰는 것이다.


그러면, 'His hypocrisy made me sick'이라는 문장은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 직역하면, '그의 위선이 나를 역겹게 만들었다'가 된다.


하지만 한국어의 경우 사물 주어를 잘 쓰지 않는다. 행동의 주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러니, '그의 위선이 역겨웠다'라고 표현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나는 '그의 위선 때문에 역겨웠다'라고 번역했다. 번역은 최대한 간결하게 해야 한다. 지우개를 마련해라. 줄일 수 있을 때까지 지워야 하니까).



문장이 모여 글이 된다

문장에 관한 강의를 들은 후, 여러 단락이 모인 글 한 편을 번역했다. 장르는 문학/경제·경영서(이 중에서도 말랑말랑한 실용서와 딱딱한 전문서적으로 나뉜다)/에세이/아동서적/요리책이다. 이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문학과 에세이였다(공교롭게 둘 다 헤밍웨이 작품이다. 선생님께서 헤밍웨이를 좋아하시나?).

'I knew' 이하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보통은 '~알고 있다'라고 번역할 것이다. 그런데 정답은 '~을 사려면 돈이 상당히 필요할 터다'이다. 이상했다. 'I know'가 왜?? 문장을 보고 문맥을 파악해보자.


It was either six or eight flights up to the top floor and it was very cold and I knew how much it would cost for a bundle of small twigs, three packets of short, half-pencil length pieces of split pine to catch fire from the twigs, and then the bundle of hard wood that I must buy to make a fire that would warm the room.


첫 번째 문장은 '꼭대기 층까지 가려면 6~8계단(비행기 아니다!)을 올라가야 하는데 너무 추웠다.'라고 번역된다. 다음 문장에 따르면, 나는 너무 추워서 잔가지, 불쏘시개, 장작을 사야 한다. 나는 잔가지, 불쏘시개, 장작을 사려면 돈이 얼마 드는지 알고 있다. 돈이 얼마 드는지 알아야 해. 왜? 추워서 방을 데워야 하니까.


왜 저자는 '돈이 얼마 드는지 알고 있다'라고 표현했을까? 방을 데워야 하는데 이미 가격을 알아. 그래서 걱정이야. 걱정되는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잔가지, 불쏘시개, 장작을 사려면 얼마가 드는지 알고 있다'라고 번역한 것이다. 이게 바로 문맥 파악이었다.




나의 번역 실력을 돌아보다

강의를 다 들은 후 원서를 읽으며 독해력을 키웠다. 그리고 내 수준에 맞는 작품을 가지고 번역기획서를 작성해 출판사에 제출했다. 그러는 동안, 선생님의 코칭이 도착했다.


선생님께서는 내 문장력은 평균 이상, 즉 상위권이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현직 번역가분께서 생각보다 후한 평을 내려주신 게 아닐까.'하고 긴가민가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평을 받는 1:1 코칭에서 100% 거짓말을 한다는 게 가능할까? 네이버에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유명한 선생님이 정말 형편없는 글을 보고 다 잘했다고 평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거짓말했다가는 알음알음 소문날 테니까.


그렇게 '행복 회로'를 돌리자, 한겨레에서 강의를 듣고 꾸준히 번역 연습, 영작 연습을 한 노력의 결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쁨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나는 아직 걸음마를 내디딘 번역가 지망생이다. 방심은 금물! 난 아직 부족하다. 간결하게 표현하는 능력, 하나의 글을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다. 비록 강의는 끝났지만 아직 번역가로 데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번역공부를 꾸준히 해야겠다.  




다음 편은, 강주헌 선생님의 강의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겠다. 보다 기술적인 내용이 많았던 강의였다. 한번 기억을 되살려보자.


* 네이버 블로그에도 게시된 글입니다.


이전 01화 [번역활동 1년째] 호기롭게 시작한 번역가의 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