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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카제 Aug 27. 2022

[주택살이 12] 기다리던 임이 오는 소리

지금 가을이 오고 있다. 성큼성큼 그가 온다.

주택살이는 자연과 훨씬 가까이 사는 삶이기에 계절 변화에도 다른 이들보다 민감하다.

더위와 그보다 더 힘들었던 습함과 잦은 폭우, 비가 물러나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드디어 가을이 찾아왔다.


난 추위와 더위라는 두 극단 사이에 끼어있는 봄과 가을이 좋다.


적당히 선선하고, 적당히 따뜻하고, 맑고 상쾌한 그 두 계절을 난 사랑한다. 질리도록 누군가에게 볶이고 시달리다 갑자기 편안한 이의 품에 안긴 기분이랄까? 이런 날이면 집 앞 사시나무도 기분이 좋은지 반짝이며 스스스 소리를 낸다.


주택살이에서 집의 활용도가 제일 높은 계절 또한 봄과 가을이다. 데크나 테라스 등 야외 공간 활용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 계절에는 5시부터 동네 여기저기에서 장작 타는 냄새와 BBQ 냄새가 올라온다.


우리집의 올해 마지막 바베큐도 6월 초였던 듯하다. 가까이 사는 친한 언니네 남편(형부)이 요리가 취미이기에 우리는 그 덕을 많이 본다. 형부를 우린 동백 백종원으로 부른다.


형부가 잘하는 요리는 단연 육고기 바베큐. 수비드 한 고기에 소스를 발라 BBQ 하면 그 맛이 정말 끝내준다. 우대 갈비, 스테이크. 족발까지 다양한 종류의 고기가 적당한 소스와 불맛을 만나면 맛이 폭발한다.

두 가족은 주말 저녁, 맛난 고기와 시원한 바람을 안주삼아 와인을 즐긴다. 이것도 주택생활의 묘미일 것이다.


우리집 1층에도 자그만 데크가 있다. 가끔 앉아 차나 맥주를 마시며 멍 때리기 좋다. 새소리, 바람소리와 나뭇잎 스치는 소리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그리고 있다 보면 까무룩 잠들기도 한다.


근데 여기서 잠깐 팁! 주택 1층의 데크는 최대한 안쪽, 프라이빗한 공간에 두는 것이 좋다. 잎이 많은 조경수가 적당히 가려주는 그런 공간 말이다. 아니면 내가 조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며 내 집임에도 불구하고 순간 동물원 우리가 될 수 있다.


1층 데크 릴랙스 체어에 기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난 행복하다. 집은 자고로 이래야 한다.


난 그래서 어마어마한 출퇴근 거리에도 이 집에 살고 있나 보다. 올 가을도 많이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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