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만남, 결이 주는 기쁨
오랜만에 먹는 빵.
결에 따라 찢어지는 촉촉한 식빵은
레인지에 살짝 데워
입안에 포근하게 안긴다.
그 부드러움을 수용하고 있자면
‘이게 행복이다’는 짧은 말이
나도 모르게 어디선가 울려 퍼진다.
짙은 맛의 케이크를
커피에 한입 가득 베어 무는 것보다,
결에 따라 춤추며
나를 의지하는 이 맛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
가끔 피곤하고 지쳐 단 걸 찾지만,
늘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자연적인, 본연의 맛이다.
이런 취향은
내 입뿐만 아니라
눈과 귀, 마음 전부를 지배한다.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마음의 결이 맞고
온도가 맞는 사람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희미한 웃음과 시답잖은 이야기들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한 번에 진한 맛들을 쏟아내는 것처럼
모든 감각을 일깨우는 만남도
때로는 나에게 기쁨을 주곤 하지만,
돌아서는 그 길은,
먹어치운 빈 접시가 허무할 만큼
시끄러운 공허함이 나를 짓누른다.
많이 채운 줄 알았는데,
그 뒷모습에는
요란한 흔적만 남아 있다.
홀로 남아 정리하는 시간,
쓴웃음만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