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e n 한글 04
안타깝게도 굴림체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굴림체를 사용하면 디자인 망한다.'라고 할 정도로 미움받는 글꼴입니다.
굴림체는 어쩌다 이렇게까지 미움받게 된 것일까요?
굴림체가 일본의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사람들은 굴림체를 일본의 잔재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사용하면 안 되는 나쁜 서체로 인식되어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최정호 선생님이 일본의 나루체를 바탕으로 굴림체를 만든 것은 맞지만 이는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한글 글자를 팔기 위해 그 당시 인기 있었던 나루체와 함께 쓰기 좋은 한글을 만들어 달라 의뢰하여 제작한 것이지 일본의 잔재로 만들어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애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루체 또한 이태리에서 만들어진 유로스타일(Eurostyle)이라는 라틴 글꼴의 영향을 받은 글꼴로, 엄밀히 말하자면 디자인 근본도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게 됩니다.
그리고 굴림체의 조형적 부분에서 최정호 선생님의 [한글 글자꼴 기초연구]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글자의 사방을 여백 없이 꽉 채워주며 속에는 공간을 주는 형으로
좀 크게 사용하면 호소력 있는 변형체가 될 것이다.
여기서 '좀 크게'란 굴림체가 본문이 아닌 제목용에 적합하게 디자인된 글꼴임을 이야기합니다.
굴림체를 살펴보면 아시겠지만, 자소의 크기가 크고 속공간이 커서 글줄로 작게 쓰게 되면 눈이 아픈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정호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조금 크게 굴림체를 적절히 잘 사용한다면, 굴림체만의 조형적인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굴림체의 수호자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폰트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상을 굴림체로 만들 것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굴림 계획](링크참고)프로젝트 였는데요, 브랜트 및 카피 문구 등을 굴림체로 바꾸거나 굴림체로 작업된 것들을 공유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해외에서 굴림체처럼 사용하면 안 되는 글꼴로 알려진 '코믹산스(Comic Sans)'를 이용한 [Comic Sans Project](링크참고)를 모방하여 만든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웹사이트의 글꼴을 굴림체로 바꾸어주는 Gulimize(링크참고)라는 확장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 소개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그동안 폰트 산업은 굉장히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한글 폰트 산업의 중심에는 언제나 굴림이 있었습니다. 다른 폰트를 두려워하지 말고, 간단한 플러그인 설치로 굴림체의 정신을 계승하세요.'
미운 오리 새끼처럼 미움받아 왔지만, 언젠가 아름답게 사용될 굴림체를 상상하며 이야기를 마칩니다.
Gulimize(https://chrome.google.com/webstore/detail/gulimize/fihhfglknigkofeodamfhmbiogimloga)
Comic Sans Project(https://comicsansproject.tumbl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