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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스스로 잘 자라고 있다.

엄마는 거들뿐

by 바카

우리가 어릴 적 "엄마"라는 단어를 말하기까지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요? 세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만 번 이상 소리를 내뱉었을 거예요. 그럼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요? 처음부터 바로 가나다라 글자를 썼나요? 아니죠. 글자를 쓰기 위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스스로 기초 훈련을 굉장히 많이 해 왔어요. 글을 쓰려면 손가락과 손의 힘이 필요하고 힘을 조절하는 능력도 길러야 하고 눈과 손의 협응 능력도 발달시켜야 하는 등 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아요. 글자 하나를 쓰기 위해서 아이들은 선 긋기부터 가위질하기와 같은 손으로 조작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훈련을 하는 거죠.


다운로드.jpg 열심히 스스로 훈련하고 있어요.


아이가 걷는 과정을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거예요. 아이가 걷기 위해서는 목을 가누는 것부터 시작해서 가슴 들기, 허리 힘 기르기, 팔, 다리 힘 기르기, 앉기, 서기, 걷기의 일련의 신체 발달 과정을 거치게 되지요.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걸은 다음엔 뛰게 되고 뛰는 것도 빠르기, 느리기 속도 조절 능력도 발달하게 돼요. 모든 발달은 이와 마찬가지예요. 집에서 아이가 종이를 찢고 가위질을 하고 낙서하고 어지르는 모든 행위들이 아이 스스로 훈련을 잘하고 있는 거예요. 아이가 잘 발달하고 있으니 칭찬해 주시고 마음껏 하게 하세요.


그리고 어느 날에 아이가 쓰기에 관심을 보일 때가 아이의 적기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때를 놓치지 마시고 아이의 요구에 민첩하게 반응하셔서 아이를 자극해 준다면 아이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어요.


그다음으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흥미 즉 재미라고 생각해요. 오징어 게임이라는 유명한 드라마에서도 나오죠. 회장 할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재미가 없어 재미가.." 극 중에서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리 높은 자리에 가도 인생이 재미가 없으면 다 소용없다는 메시지였지만, 저는 다른 의미로 정말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재미가 없으면 하고 싶지 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재미가 중요하고 아이가 흥미 있어할 때 적절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운로드 (3).jpg 글자다운 글자를 처음 쓴 날,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글에 관심을 가지고 글자를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맞춤법이 다 틀린 삐뚤빼뚤 글씨가 귀여워 칭칭 만 해주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엄마 욕심에 맞춤법을 교정해 주기 시작했더니 아이가 흥미를 싸악~ 잃어버리더라고요. 역시나 나의 욕심이었구나 싶어서 그 후로는 맞춤법 교정을 해주지 않아요. 아이가 맞춤법을 물어보면 그때만 가르쳐주고요. 그랬더니 글 쓰는 데 다시 흥미를 가지고 자신이 쓴 글에 자신감을 가지더라고요. 부모는 그저 아이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같이 가주기만 하면 되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답니다.






한글을 처음 가르쳐줄 때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미 위주로 많이 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독일어 역시 몸으로 알파벳을 표현하게 했더니 금세 익혔어요. 아이 둘이 합심하여 글자를 표현하면서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얘기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경청하며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배워요. 그리고 같이 활동하면서 협동심을 기를 수 있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법과 타인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결과물에 대한 성취감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요.







2021년 9월 18일, 이제는 전세가 역전되어 아이가 엄마를 가르치는 상황이 되었어요. 아이와의 간격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부지런히 따라가야 할 텐데 나이가 든 엄마는 아이를 따라가는 게 너무 숨이 차네요. ^^;


넌 맞춤법만 연습하면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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