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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31
세상은 빠르게 흘러간다.
내 눈앞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데 전화기가 울릴 때면 세상의 흘러감을 한 번씩 실감한다.
세상이란 그렇다.
같은 한 공간에 살지만 서로가 다른 인생을 산다.
카페에 앉아 글을 쓰다가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이따금 볼 때면 저 사람은 무슨 일을 하다가 여기를 지나가게 됐을까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내 눈에 보이지 않아도 행동을 하고 세상은 내가 방안에 콕 박혀 있어도 흘러간다.
우리는 서로를 모르지만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나는 이 부분이 세상의 아이러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세상은 내가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도 나를 인식하여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나는 이것이 사람이 절대로 혼자 살 수 없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런 세상 속에서 나는 나 혼자 살아보겠다고 자만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나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세상과 소통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은 꽤 치밀했다.
나는 결국 세상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세상은 내가 예상치 못했던 현상을 언제든 나에게 줄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다면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들을 조금 덜 불안해했으면 좋겠다.
결국 내가 모르는 그때는 다가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나는 다시 세상의 흘러감을 정면으로 맞아야 할 테니까.
그때가 오면 나는 세상과 무조건 소통해야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