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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첫날, 눈물

by 티타임 스토리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를 받는데, 입국심사관이 아랍계 아니면 인도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 공부할 학교의 스쿨레터, 토마스쿡 여행자 수표, 신용카드 등을 보여주고 심사를 통과한 후 서둘러 짐을 챙겨 출국장으로 나오니, 유학원에서 보내준 사람이 픽업 나와 있었다.


그렇게 오고 싶었던 나라인데, 마지막에 울고 있던 엄마를 혼자 두고 온 죄책감 때문인지 홈스테이까지 가는 동안 픽업해준 사람이 이것저것 알려주는데 귓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홈스테이하는 집에 도착해 만난 집주인 부부는 친절했다.


2층에 있는 나의 방을 안내받고 문을 열어보니, 예전 친구가 고시원에서 공부할 때 보던 방보다 살짝 더 큰 느낌이었다.


싱글베드, 책상, 그리고 서랍장. 끝.


피곤해서 일단 샤워를 하고 짐을 대충 정리하고 누우려고 보니 침대에 이불이 없다.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이불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급한 대로 한국에서 챙겨온 전기장판을 깔고 긴팔 옷을 입고 커다란 스카프를 덮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너무 추워서 깨어보니 전압이 맞지 않아 전기장판은 고장 나 있었다. 이민가방을 뒤져서 더플코트를 꺼내어 덮고 양말을 신고 다시 잠을 청해보았지만 추워서 잠이 오지 않았다.


10월의 런던은 생각보다 너무 추웠다.


새벽 6시. 일찍 나와 공중전화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잘 도착했고 오늘 핸드폰 살 거라며 짧게 얘기를 나누고 수화기를 내려놓는데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너무나 꿈꿔오던 영국인데, 무엇이 내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


오전 9시, 버스를 타고 등록한 학교에 갔다.


레벨테스트를 봤는데 Advanced 클래스로 가게 되어 다들 놀랍다고 했다. 보통 한국 학생들은 Intermediate, 조금 더 잘하면 Upper Intermediate 레벨을 받는다고 했다.


수업은 다음 날부터 듣기로 되어 있어, 유학원에서 나를 픽업 나와 준 오빠가 학교 근처에서 밥을 사주며 장 보는 곳, 지하철 타는 법, 근처 맛집 등을 알려줬다. 그리고 오후에 한국 학생들 몇몇과 함께 센트럴 런던을 갈 건데 함께 가자고 했다.


센트럴 런던을 가기 위해 총 7명이 모였고, 처음 온 나를 위해 소개를 하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온 사람도 있고 직장을 다니다 온 사람들도 있어 내가 가장 어렸다. 그중 2명은 온 지 1년이 넘었고, 1명은 나와 같은 클래스라 내일 같이 수업을 들을 거라고 했다.


차이나타운에 가서 중국 음식을 먹고, 빅벤과 런던 아이를 구경한 후 2층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런던의 아경을 눈에 담았다.


그래도 조금 아는 사람이 생겨서일까... 아침에 심란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집에 돌아와서 아빠와 친구들, 그리고 미국에 있는 헤어진 전 남자친구에게 메일을 보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걱정 말라고...


나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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