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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 소리에 취해보라(1)

by 유용수

◎ 유용수 : 요즈음 출판되는 책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분류되는데 하나는 ‘심리학’이고 하나는 ‘자기 개발서’로 분류할 수 있겠더군요. 그래서 저는 심리학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모든 심리학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인체에 미치는 나쁜 효과는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읽곤 합니다. 스님께서도 스트레스를 적지 않게 받으실 텐데 어떻게 해소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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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 :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가면 의사께서 먼저 질문이 ‘요즘 힘드세요?’ 아니면 ‘스트레스받는 무슨 일 있으세요?’ 하고 묻습니다. 그만큼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절대적인 것이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인간은 항상 긴장하고 그 긴장 속에서 희로애락을 겪게 됩니다. 스트레스는 살아가는데 피할 수 없습니다.

어떤 분은 스트레스로 호흡곤란을 느끼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으로 병원으로

실려가는 경우도 있더군요. 보통 스트레스는 부정적인 변화에서 준비하지 못한 분들에게서 많이 받는 거 같아요. 수행자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가끔 무기력해지고 식욕이 없고, 잠을 잘못 자는 증상들이 다 스트레스 아닌가요? 사람 사는 곳은 인간관계가 복잡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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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는 삶 자체가 단순합니다. 집착이 없는 삶이고 무소유의 삶. 내려놓은 삶이기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는 받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저는 걷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걷다 보면 산새의 소리에 취하기도 하고 길가 바위에 앉아 바람 소리를 듣다 보면 우선 잡념이 사라지죠. 스님이라고 해서

그냥 법당에 들어앉아 다독이지는 않습니다. 수행자라고 괴로움이나 두려움에서

다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걷다 보면 생각도 내려놓게 되고 언어도 내려놓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세상의 잘못된 제도에 대해 헛소리하던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꾸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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