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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n 30. 2022

헤결되지 않은 채로 영원히,<헤어질 결심>

2022년 38번째 영화

제목: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감독: 박찬욱, 출연: 탕웨이(서래), 박해일(해준), 이정현(정안), 박용우(임호신), 고경표(수완), 김신영(연수)

줄거리: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


히히 개봉 당일에 보고 왔다. 요번에 <브로커>랑 <헤어질 결심> 둘다 기대했었다. 전자도 나름 괜찮게 나와서 후자도 기대해야지 했다. 솔직히 말하면 두 작품 다 내 성에 차지는 않았다. 그런데, <헤어질 결심>은 자꾸만 맴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

해준은 베테랑 형사이다. 사실 형사라고 하면 믿지 않을 행색의 형사이다. 깔끔하고 꼼꼼하고. 그런 그에게 사건 하나가 밀려들어온다. 바로 돌산에서 한 남자가 떨어져 죽은 사건. 기도수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한 여자. 그 여자는 기도수의 부인, 서래이다. 어딘지 허름해보이는 여자에게 해준은 자꾸만 눈길이 간다. 궁금해진다. 곧이어 남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녀를 수상히 여기고 집중 수사해보기로 한다.

해준은 서래의 직장을 조사하고, 그녀가 도우미로 나가는 할머니 댁 앞을 지키며 그녀를 관찰한다. 서래를 보다 그녀의 곁에 가닿고, 그녀의 향을 맡는 해준. 마음에 가득했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뀐다.

해준은 그의 마음을 쉽게 내보일 수 없다. 그에겐 이미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 일로 주말 부부로 지내는 해준 부부는 관계를 가지며 사랑을 견고히 한다. 하지만, 해준은 다른 곳을 보며 서래가 보던 티비 드라마를 떠올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래와 해준은 가까워진다. 아내에게 사주지 않은 초밥을 사주며 취조를 하고, 입안상피세포를 채취하고 허벅지 상처를 찍는 등의 일을 해준이 직접 한다. 서래의 집 앞에서 잠복을 하다 해준을 향한 서래의 속마음까지 듣게 된 해준은 서래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 옆에 꼭 붙어 있을 것이라 다짐한다. 하지만, 기도수의 죽음이 자살로 판명나면서 서래는 더 이상 해준과 있을 필요가 없다. 둘은 이별하게 된다.

13개월 후, 여전히 주말부부로 지내는 해준. 주말에 아내와 이포 시장에 갔다 다른 남자와 있는 서래를 만난다. 서래는 새 남편을 만난 모양이다. 해준의 아내 정안과 서래의 남편 호신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해준과 서래는 눈빛을 주고 받는다. 꼼꼼히 서로를 살핀다.

그날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래의 남편이 죽는 일이 또 발생한다. 서래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신을 만나지 못했을 거라 해준에게 말한다. 운이 좋게도, 서래가 남편을 죽였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 해준은 서래를 오래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편으론 들 떠 있다. 동시에, 서래가 범인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한다. 둘은 수사를 핑계로 전처럼 자주 만난다. 이런 모습이 해준의 아내 안에게 좋게 보일 수 없다. 호신이 죽은 날 밤, 안에게 호신의 전화기로 전화가 걸려왔었다. 안은 미치도록 그 부부가 수상한데, 해준은 밤늦게 서래를 만난다며 늦게 들어오고...질려버린 주안은 회사 이 주임과 어디론가로 떠난다.

사실, 해준은 서래가 남편을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찾은 증거를 서래에게 물 속에 던져버리라고까지 했으니. 하지만 서래는 던지지 않는다. 해준은 서래를 사랑하기에 잡지 못한다. 이 사건이 끝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해준은 이내 괜한 사람을 잡아 더뎌진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 범인이 확정된 상황에서 서래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둘은 다시 헤어질 결심을 한다. 헤어질 결심은 이별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자세한 내용은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아가씨>를 작년에 보았다. 박찬욱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영화였다. 이 영화 역시 박찬욱스러움이 마구 묻은 영화였는데 대사 면에서 꽤 절제되었다. 그래서 더 이끌리고 빠져들었다. 해석이랑 후기 보면 볼수록 다 의미가 있는 것이어서 놀란다. 덩달아 영화를 향한 사랑도 상승하는 듯! 아니 상승한다!

불륜이라는 소재가 마음에 걸렸지만, 왜 자신을 바다에 묶은 박해일이 절절하게 보인 건지...

알쏭달쏭한 결말로 나를 포함한 관객들에게 영원히 헤어지지 않음을 약속한 이 영화, 한번 더 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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