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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Sep 10. 2022

아무도 모르는 숲에서 편안히,<성적표의 김민영>

2022년 73번째 영화

제목: 성적표의 김민영(kim min-young of the report card)

감독: 이재은, 임지선, 출연: 김주아(정희), 윤아정(민영), 손다현(수산나), 임종민(정일)

줄거리: 기숙사 생활을 하며 삼행시 클럽을 만들어 고등학교 생활을 함께 지낸 김민영, 유정희, 최수산나. 영원할 것 같았던 그들의 우정도 졸업과 동시에 각자의 다른 생활 속에서 관계가 소원해진다.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민영이 갑자기 정희를 집으로 초대하고, 정희는 기쁜 마음으로 민영을 찾아가지만, 자신의 기말 성적을 정정하느라 바쁜 민영에게 정희는 안중에도 없다. 정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영을 기다린다. 과연 정희와 민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대학생이고, 대학생이니 줄거리를 보고 눈을 번뜩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근처 극장에서 해주길래 얼른 가서 관람했다.

집에 오면서 계속 생각했는데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흘러간 상황이라 더욱 슬펐다. 노력한다고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정에 쏟을 시간과 노력을 지금은 다른 곳에 쏟아야 하니 말이다. 오지 않은 날들이 두렵다. 나 포함 지내는 친구들이 셋인데 고등학생 때는 매일 보다 지금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는 일은 전보다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엔 뭐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한 발자국 떨어져 볼 수 있게 되니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생겼다. 이게 지금 나에게 조금씩 오는, 주인공들에겐 이미 온 상황이겠지.

민영이가 밉상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보다보면 아니다. 민영이도 꿈을 위해 노력하고 실패도 하는 보통 사람이다. 새 친구는 맞지 않고 예전의 친구가 그리우니 정희를 부른 것뿐이다. 독설이 애정표현이라면 애정표현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민영이는 잘못 생각했다. 정희와 민영이의 상황이 많이 다르고, 대학에 다니지 않는 정희에게 그런 말들은 상처가 되기에 충분하다. 결국, 민영이는 자신에게 더 중요한 것을 향해 떠난다. 기다리다 지친 정희는 민영이에게 성적표와 햇반으로 만든 경단을 두고 떠난다. 둘의 우정은 여전히 흐른다. 정희가 숲에 둔 사람이 민영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예전으로는 돌아가는 것은 힘들다. 둘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고칠 수도 없다. 이런 게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우정이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각자의 삶이 있고 누군가는 우정을 우선 순위에 두지 않을 것이고 친구보다 중요한 일이 있기에 기다린다. 무슨 일을 하든, 예전의 우리 같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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