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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Feb 05. 2022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슬픔

하늘의 별이 되었을 나의 아가들아






 생각나지 않는다. 그 이름이...

“00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자다가도 깨어서 이름을 부르며 목놓아 울었는데. 그런데 이름을 잊어버렸다. 아마도 아이가 다시 별나라로 돌아갈 때 외로워서 이름까지 가져갔나 보다.      







“임신입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이미 연년생 딸 둘이 있는데... 이제 겨우 둘째가 걷고 말하고 귀여운 짓을 하는데... 이건 꿈일 거야.

신랑을 원망하고 나를 원망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나는 셋째를 은연중에 바라고 있을 수도 있었다. 아들이라는 보장만 있다면.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시부모님께 선물 같은 손자를 안겨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사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들을 안 낳고는 시부모님을 평생 볼 자신이 없었다. 어머님은 나를 볼 때마다 말씀하셨다. 

“어느 집이든 아들이 하나쯤은 있어야지.” 

“너희 시아버지는 아들을 정말 좋아한다. 집안에 아버지 형제 8형제 중 7형제가 아들이다. 고모 한분 계시지. 그런데 7형제가 모두 아들이 있고 그 아들들이 결혼해서 또 아들을 낳고...” 

시종일관 아들 이야기다.     



 신랑 사촌 중 딸 한 명 낳은 집은 이혼을 했다고 했다. 어머님이 이혼한 며느리 욕을 할 때면 ‘꼰대 같은 어른들 등살에 며느리가 버틸 수 있었겠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마음으론 수천번 이혼을 다짐했다. 친정에 달려가서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보다 더 속상해하실게 뻔했다. 내가 속상해서 더 속상한 것보다 당신들의 자존심이 상하실 테니까. 그런 생각이 들면 나는 더욱 작아지고 혼자인 것 같았다. 내 마음은 전쟁터였지만 아이들 앞에서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동서가 아들을 낳았다. 

“동서~ 내 숙제를 동서가 해결해주어 고마워.” 짓궂은 내 농담에 사정을 잘 아는 동서는 같이 웃었다. 하지만 시부모님은 장남인 우리가 아들을 못 낳은 것에 마음이 쓰이시는 듯, 그 전보다 더 아들, 아들, 하셨다. 멀리 떨어져 살고 싶었다. 아무 간섭도 받고 싶지 않았다. 신랑이 너무 미웠다. 딸들은 괜히 가여웠다. 그러던 중 덜컥 임신이 된 것이다.

      

결혼 후 삼 년 동안 딸 둘을 연달아 낳았다. 내 몸과 마음은 너무 지쳐있었다. 

‘또 딸이면...’ 

둘째를 낳았을 때 부모님의 실망하던 눈빛이 생각이 났다. 부모님 몰래 돌잔치 예약을 한 후 나중에 돈도 못 돌려받고 돌 취소를 했던 일도 떠올랐다. 

‘지금도 충분히 힘들어. 도대체 왜 임신이 된 거야. 아들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아들을 언급했다. 세상에! 괜히 뱃속 아기씨에게 화풀이를 하다니..     


신랑의 반응은 의외였다. “자기야 고마워. 나는 아이가 최소 셋은 있었으면 했어. 임신 축하해! 고마워!”

“당신 바쁘다고 산부인과도 따라가 준 적 몇 번 없으면서 뭘 축하한다는 거야. 나는 못 낳아. 당신이 책임져! 으앙!” 내가 펑펑 우니 아기들도 따라 울었다. 대책 없는 양반 같으니라고. 설마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게 그 이튿날 신랑과 함께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러 갔다. 아기씨를 확인하고 돌아오며 차 안에서 마마보이 신랑이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우리 셋째 가졌어요.” 그러자 잔뜩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네 형편에 셋째는 무슨 셋째냐! 내일이라도 내가 며느리 손잡고 병원에 끌고 가서 애 뗄 거다 그리 알아라!’ 언제는 아들 아들 하더니. 이렇게 빨리 임신 소식을 전해 들으시니 당황하셨나. 나는 어머님의 축하를 기대하기라도 한 것처럼 바보같이 눈물이 하염없이 나왔다.

“자기야 엄마 말 너무 신경 쓰지 마. 우리 아기 태명 뭘로 짓지? 00 어때?‘ 신랑은 넉살 좋게 넘긴다. 그러나 나는 어머님 말씀이 자꾸 머리에서 빙빙 돌았다.      




그 이후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는 죽을 것처럼 아팠다. 미친 듯이 괴로웠다. 어쩌면 그때 나는 한번 죽었던 것 같다. 그때 태명을 안 지었으면 덜 괴로웠을까. 어머님께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아기로 태어났을까? 마음으로 몸으로 거부반응을 보였던 내가 조금만 마음을 유연하게 가졌더라면...그랬더라면... 



그런 후 나는 다시 셋째를 가지려 노력했다. 다시 찾고 싶었다. 다시 되돌리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살고 싶었다. 다시 임신 카페를 들어가고 정보를 찾았다. 임신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어린이집 셋째 엄마랑 친해졌다. 그뿐이었다. 나의 간절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꿈을 꾸었어. 우리 딸 둘이 손잡고 앞서 걸어가고 있었어. 내가 이름을 부르려 하자 내 바지를 누가 잡아당겼어. 조그만 아기였어. 그 아기가 자길 봐달라고 잡아당기는 것 같았어. 나는 그 애 손을 잡았어. 그리고 같이 걸어갔어.


      

꿈에서 깬 나는 목놓아 울었다. 펑펑 울었다, 나는 나쁜 생각으로 나를 망치고 귀한 생명을 앗아갔다. 나를 용서하지 않겠다. 나를...



그렇게 두 번을 더 유산을 겪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나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그저 담담하게 살아가야 했다. 처음처럼 미친 듯이 울지 않았다. 아프지만 웃으며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나는 나를 위해 울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사실 나는 나를 위해 울었어야 했다.      


하늘의 별이 되었을 나의 아가들아. 엄마는 잊지 않을게. 더 크고 넓은 품 속으로 갔으리라 믿는다. 엄마는 전처럼 약하지 않아.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음을 알고 있어. 이제 더 이상 나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나를 용서하려고. 이제 안 아플게. 우주의 별. 너를 사랑해.





과거의 영광은 버려도

과거의 아픔은 기억합니다

아픔을 소리치면 

덜 아프다고 

용기있게 뱉어냅니다

지금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이야기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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