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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좋은쌤 Oct 13. 2022

나와 친해지기로 했다

남이 아는 나로 살지 않겠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다 창밖에 시선이 뺏긴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바다의 물결은 한껏 평온해 보였다. 바다   있는 배들이 입을 다물고 묵직한 자태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밝은 카페 창에 반사된 내가 보였다. 유리에 비친 내가 문득 낯설었다.


나는 나로 살고 있나?


눈이 멀 때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보이지 않는 것은 무시했다.

숨길 의도는 없었지만 나에게 진심으로 묻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아는 나로 살았다. 남들이 보기에 평온한 백조였다. 우아한 백조에 시선이 뺏겨 물아래 열심히 구르는 발을 잊었다.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을  여유가 없었다. ‘진짜  보려 하지 않았다.


겉모습을 꾸미기만 했다. 보이지 않는 나는 뒷전이었다. 글쓰기는 뒷방에 숨어있던 진짜 나를 꺼내 주는 탈출구였다. 세상을 연결해 줄 통로, 스스로 점검하고 멋진 모습을 발견해 줄 나만의 도구였다. 갇혀있지 않고 세상을 향해 자신 있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제 숨어있지 않아도 돼. 나와.’ 마치 숨바꼭질하며 숨어있는 아이에게 저녁 먹으러 오라며 소리치는 엄마처럼 ‘두려움’을 불렀다. 형체 없이 나를 옭아매던 두려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젠 너를 미워하지 않아. 겁나지도 않아. 나는 너를 계속 쓸 거야. 마주할 거야.’     


글쓰기를 하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에 직면했다. 가장 잊고 싶었던 나, 무서웠던 기억, 의지할 곳 없이 외로웠던 마음을 글로 썼다.

슬픔과 괴로움을 덜어내니 ‘사랑’이 있었다. 공포와 불안에 떨면서 누군가의 보호와 관심을 받고 싶었던 나는 내 안의 충만한 사랑을 발견했다. 어릴 때는 두려움과 사랑 이 모든 감정이 한 데 어울려 놀았었는데 그조차 잊고 있었다.      


마음이 어두울 때는 내 안의 사랑도 상대의 사랑도 깨닫지 못했다. 사랑을 듬뿍 꺼내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자 불안함이 사라졌다. 나를 밀어냈던 사람들을 이해하고 용서했다.

드러내고 인정하니 마음이 맑아졌다. 긍정적인 좋은 에너지가 주변에 모였다. 믿음이 생겼다.


살면서 끝없이 갈등과 상처, 두려움이 반복되겠지만 나에겐 ‘사랑’이 있다. 사랑은 힘이 세다.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어느새 창밖은 깜깜해지고 어촌마을에 옹기종기 모인 불빛이 따스하게 빛난다. 바깥이 어두우니 창에 반사된 내 모습이 더 뚜렷이 보인다.


나를 보며 빙긋 미소 짓는다. 반가워 수민아.

나는 내가 참 좋다.

나는 나를 인정해,

나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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