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몽골리안 루트를 아시나요?

한반도에 사람이 살게 된 까닭

   태초의 인류가 발생한 지역을 두고서는 그동안 다양한 주장이 존재했다. 일반적으로는 오늘날 이디오피아에 해당하는 아프리카 동북 고원지대에서 최초로 인류가 발생해서 세계 전역으로 인류의 이동이 일어났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인류가 발생하였다는 설이 점차 유력해지는 추세에 있는 듯하다. 즉 지구 여기저기서 비슷한 시기에 인류가 동시적으로 그 진화를 전개했다는 주장이다. 

  

  한반도는 지역적으로는 동아시아로 분류되고 이에 속하는 지역은 당연히 중국, 한국, 일본이다. 중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깝고도 먼, 애증이 교차되는 국가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지형적으로 말하자면 일단 일본은 바다를 건너야 하니 가기에는 멀고 어렵다. 그럼 중국은 어떤가? 역사적인 교류가 많아서 매우 가깝게 여겨지는 중국이겠지만 사실은 가기가 어렵다.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는 오늘날과는 달리 당시에는 그저 걷거나 연안류를 타고 근거리 정도를 배로 이동하는 수단밖에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여러 번 큰강을 건너야 하거나 산맥을 넘어 가는 중국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하고,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여정이었던 것이다.


  링크된 지도를 열어보시면 알겠지만(https://terms.naver.com/imageDetail.nhn?docId=1525110&imageUrl=https%3A%2F%2Fdbscthumb-phinf.pstatic.net%2F1341_000_1%2F20120717192904204_5UY5Q4ZQ3.jpg%2Fea3_0005_i1.jpg%3Ftype%3Dm4500_4500_fst_n%26wm%3DY)  둥베이 평원이 만주 벌판이고 다싱안령(대흥안령) 산맥을 시작으로 긴 산맥 띠를 이루고 있는 한반도 주변 중국지형을 대충 보면 이해될 것이다. 단 주의할 것은 중국역사의 시원을 이루는 지역은 베이징 왼쪽지역이다. 푸른색의 평원 지역이 중국 역사로 들어오는 것이 좀 더 나중의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황허문명은 옅은 중국 내륙 황색지대를 중심으로 하는 곳이며, 우리가 잘 아는 베이징은 원`명대에 이르러서야 정치의 중심지역이 된다.(이 부분에 대하여는 다음에 자세하게 이야기 해보자)


   상황이 그래서였겠지만 중국과 우리는 종족과 언어의 계열이 사뭇 다르다. 특히 언어의 구성과 기본적인 문법적 구조가 많이 다른데, 우리는 알타이어계이고 중국은 티벳-차이나 계열로 차라리 유럽의 언어에 가깝기에 영어와 중국어는 그 어순이 상당히 유사하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영어를 배우게 되면 우리보다 훨씬 쉽게 느낄 수 있고, 실제로 중국인들은 영어를 아주 잘한다. 물론 교육을 받은 사람에 한하는 말이지만.  

                                  

  반면에 만주로부터 시베리아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은 그야 말로 평원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반도에 들어온 태초의 인간은 아마도 몽고-시베리아-만주-한반도-일본으로 이어지는 이동의 경로를 갖고 있던 것같다. 우리는 인종적으로 몽골족에 속한다고 한다. 이제 다시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


  아주 오래 전, 몽골 고원으로부터 일단의 무리가 여행을 시작했다. 걸어 걸어 만주벌판을 지나면서 그 무리는 둘로 나뉘어 경로를 달리하며 이동을 한다. 한 무리는 한반도로 내려오고, 다른 무리는 오늘날의 연해주를 지나  베링해협을 향한다. 거기서 그들 중 일부는 쿠릴 열도를 따라 일본지역으로, 다른 일부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한반도로 내려온 무리들은 한반도 여기 저기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겨놓았을 뿐 아니라 또 다시 어떤 무리들은 여행을 계속하며 오늘날의 일본 열도로 들어갔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간 무리들 역시 일부는 다시 오늘날 쿠릴 열도를 따라 북해도 등지로 들어갔을 수도 있고, 다른 무리는 북아메리카에 정착하였지만 또 그들의 일부는 계속 여행을 해서 남아메리카로 들어갔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들의 여정을 한번 머릿속에 그려보자. 광활하고 웅장하지 않은가! 이른바 원시인들의 행보는 이유야 어떻든 자신의 두 다리를 믿고 한발 한발 자신의 삶의 영역을 확장시켜온 위대한 모습을 보인다. 현재의 우리는 그들의 삶을 '원시'나 '미개'란 말로 폄하하여야 할 아무런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옹졸한 모습이라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나의 기억으로 SBS 창사 5주년 기념으로 방영한 ‘몽골리안 루트’는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몽골인과 한국인, 일본인, 남,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혈액을 채취하여 유전자의 유사도를 분석하였더니 거의 97%가 넘는 유사성을 가지고 있었다. 학계에서는 이 정도의 수치라면 한 조상의 후손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즉 우리와 일본, 북아메리카 인디언과 남아메리카 인디언이 모두 몽골리안이란 말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몽골리안들의 특이한 신체적 특징은 바로 몽골반점이다. 엉덩이 근처에 푸르딩딩한 커다란 반점을 갖고 몽골리안들은 태어나는 것이다. 이는 성인이 되면 대부분 사라지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없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가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곤 했다. 각자 집에 가서 자기 궁둥이 관찰하기. 여전히 몽골반점이 있다면 정신연령이 낮다는 증거라는 반쯤은 진심이 담긴 농을 던지면서. 


  결과적으로 한반도에서 삶의 흔적을 남겼던 사람들의 초기 문화적 갈래를 보면 중국과는 그 계통이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신석기 시대의 대표적 유물인 빗살무늬토기는 시베리아 계통이고, 초기 청동기의 제작기술 및 문양 역시 시베리아를 포함한 북방계열임은 이런 지리적 영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어떻게 바다를 지나는 어렵고 긴 여행이 가능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기후 환경을 알아야 한다. 지구의 기후환경은 긴 시간에 걸쳐 여러 번의 빙하기와 해빙기를 거쳤다고 한다. 그 중 우리가 역사로 접근할 수 있는 이른바 구석기 시대는 지구 탄생 이후 지금까지의 지구 역사상 마지막 빙하기였다고 한다. 


  빙하기는 온난화가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과는 반대로, 지구의 물이 얼음으로 산에 얼어 있었기에, 강과 바다의 수량이 매우 적었고, 해수면의 높이가 지금보다 200M이상 낮았던 시대라고 한다. 그러니 대한해협(한국과 일본사이 바다)의 대부분이 육지로 드러나 있었고, 베링해협(러시아에서 알래스카로 넘어가는 좁은 바다)이나 중국가는 길은 아예 육지였던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이지 않은가. 실상 우리나라의 서해는 그야말로 내해 수준으로 해수면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은 바다이다. 


  이런 기후와 지형의 영향으로 당시의 한반도 주변에서 생활했던 인류는 걷고 또 걸어서 그 먼 길을 이동해 가서 한 무리는 일본지역에, 일부는 알래스카에, 또 일부는 북아메리카에, 마지막으로 남아메리카에 각각 정착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신석기 시대에 근접해 갈 무렵부터는 지구의 날씨가 점차 더워지면서 오늘날 기후조건을 형성하였다고 한다. 자연히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게 되고, 낮은 지대가 바다가 되면서(그야말로 상전벽해이다) 여러 대륙들이 서로 격리가 되면서, 각각의 땅에 정착한 몽골리안들은 이른바 대항해 시대가 될 때까지 한동안 고립된 생활을 영위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앞서 말한 대로 구석기 시대는 바다가 멀리 떨어져 있다가 신석기 시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오늘날과 같은 해안선 구조를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현재의 얕은 바닷속은 어쩌면 구석기 시대의 도구들이 묻혀있는 보물창고 일지 모른다. 어찌 알겠는가. 현재의 지구 온난화 현상은 미시적으로는 환경파괴와 같은 이유로 일어나는 기후 이변이라 하지만, 거시적으로는 다시 빙하기가 오는 전조 증상과 같은 것이라고 기후학자들은 설명한다.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어서 다시 지구에 빙하기가 온다면 , 다시 바다는 육지와 멀어질 것이고, 바닷속은 육지로 드러나는 곳이 많아질 것이다. 그때의 인류는 다시 자신들의 최초 조상들이 썼던 도구들을 잔뜩 만나고, 이것이 어디에 쓰던 물건인고? 궁금할지도 모르고, 진품명품에 그것을 들고나와 감정가를 물어보는 일이 생길지.


  빙하기의 가혹한 추위와 환경파괴로 인하여 온 인류가 멸망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매우 낙관적인 나는 인류의 멸망과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을 확신하므로 믿거나 말거나할 상상의 나래를 펴보는 것이다. 그들에게 지금  우리가 쓰는 여러 물산들 역시 선사시대 유물이 될 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미 그때의 그들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어떤 수단으로 기록을 하고 의사소통을 할 지 어찌 알겠는가? 상상은 자유이다. 


  

이전 02화 사람은, 그렇게 사람이 되어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