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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트라우마 극복기

너, 비행기 또 놓쳤어

by 여행하듯 살고

"넌, 그 비행기를 탔어야 했어”

오징어 게임에서 프런트맨이 성기훈에게 했던 말처럼

비행기를 놓친다는 건 인생을 뒤흔들 만큼 큰 일일까.


2025년 6월에 인도발 영국행 비행기가

이륙 직후에 공중에서 폭발한 적이 있었다.

241명이 죽고 단 한 명망 살아남았단다.

그 후속 기사 중에 이런 내용을 봤다.

"교통 체증 때문에 비행기를 놓칠 수밖에 없던

부미 차우한은,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삶이 항상 그토록 극적이지는 않더라.

비행기를 놓쳐도 나에게는

그 같은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생사가 갈릴만한 건 아니었을지라도

분명 그 일은 날카로운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리고 어떻게 왕복 비행기를
둘 다 놓칠 수 있었는지, 나도
아직까지 그게 의문이다.




트라우마

극복하라고 생긴 걸까
돌아보라고 생긴 걸까
무시하라고 생긴 걸까
인내하라고 생긴 걸까
나를 더 사랑하라고
돌보라고 생긴 걸까

이유야 어찌 되었건
트라우마야,
내가 가지고 있는 동안
꼬옥 안아줄게
그 온도에
네가 녹아 없어질 때까지




삼 년 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혼자 애리조나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남편이 봄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을 돌보기로 했다.

자발적인 참여가 아니었기에 별로 신나지 않았다.

혼자 5일 동안이나 자유부인이 되는 것이

별 동기부여가 되지도 않았다.


서둘러 공항에 갈 필요가 없었다.

국내선이니까 한 시간 전에만 도착하면 된다.

새벽 이른 시간이라 붐벼봐야

집에서 반 시간 떨어진 공항에 혼자 운전하고 가서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비행기를 타면 된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한 시간도 안 남았다.

서두르자. 트레일에 사람이 많다. 이제 뛰어야겠다

주말도 아닌데 월요일 아침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냐.

더 빨리 뛰어야겠다.

여기 공항은 공항 검색대가 골고루 나눠 있어서

다른 공항처럼 줄이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그러니 괜찮을 거다.


트레인에 사람이 많은 건 일도 아니었다.

문이 열리자 보이는 공항 검색대 입구는

내 기대를 뭉개버렸다.

설마 저게 다 줄? 내가 이 공항에서 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줄을 이루고 있었다.

다들 어딜 그렇게 가려는 걸까.


빨리 가서 줄을 서야 한다. 뛰자.

꽉 채운 배낭은 둥글어지다 못해 폭발지경이라,

등에 촥 감겨 붙지도 않는다. 그게 뭣이 중요한디?

무조건 뛰어야 한다. 40분도 안 남았다.


그래 지금은 봄방학 기간이구나.

우리 애들도 학교 안 가고 집에 있는데,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사는 곳은 전 세계적인 휴양지로

사람들이 연중 내내 몰려드는 플로리다구나.


봄 방학 때에 비행기 타는 게 처음이라고 하면

사람 많을 걸 대비하지 못한 변명거리가 되기는 할까.

아니지, 지금 그 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다.

더 빨리 뛰어라.


비행기를 놓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일단 줄이 제일 짧은 곳으로 뛰어가 본다.

TSA PreCheck. 지금은 그게 뭔지 잘 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디즈니 월드에서 돈 더 주면

먼저 들어가게 해주는 익스프레스 패스쯤으로

생각했던 게 문제다.


짧은 줄 제일 앞에 서 있는 공항 직원한테 가서,

나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서 놓칠 거 같은데

이거 사서 빨리 들어가면 안 되냐, 어디서 파는 거냐...

떼를 쓰니, 이건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미리 예약하고 인터뷰하고 통과해야

이 줄을 지나갈 수 있는 거다라고 귀찮은 듯,

파리 쫓는 말투로 알려주긴 한다.


아니 아저씨, 전혀 예상밖에 답만 내어 놓으면

듣는 사람 당황해서 어쩌라고요.

비행기 놓칠까 하는 걱정에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도해 본 게

내 생각과 다르자 꽤나 당황했다.

직원이 분명히 알려주었는데도 발이 움직이질 않는다.


배낭 메고 쿵쾅쿵쾅 뛰어간 것도 부끄러운데,

줄 서 있는 사람들 제치고 지나가

아이처럼 빨리 보내달라고 말도 안 되게 떼를 썼다니...

아는 사람이라도 보고 지나갔을까 두렵다.

그때 생각만 하면 평생 이불킥이다.


아까 처음부터 원래 줄로 갔으면 5분, 10분은

더 빨리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괜히 들어갈 수도 없는

짧은 줄로 가서 시간 낭비했다. 일반 검색대

통과하고는 미친 듯이 게이트로 뛰어갔다.

아직 12분 남았으니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희망고문일까?


역시나, 희망은 개뿔.

전력 질주 후 맞이한 현실은 차가웠다.

보딩 시간이 끝난 지 오래고

이미 닫힌 비행기문은 꼭꼭 닫혀있다.

절대 다시 열릴 리가 없다.

괜히 뛰었다. 어차피 감이 왔었는데 뛰지나 말걸.


희망은 이토록 잔인하다.
절박한 심정을 볼모로 사람을 가지고 논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지

항공사 직원은 아무렇지도 않다.

로봇처럼 침착하게 다음 옵션을 알려준다.

어차피 사람도 많이 없는데,

공감 같은 것 잠깐이라도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아침 일찍 비행기라서,

다른 곳을 경유해 목적지로 가는 길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가장 가까운 시간으로 골랐다.

3시간 기다렸다가 덴버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거기서 애리조나로 가는 걸로 갈아타면 된다.


아, 원래 비행기는 직항이었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날 보니, 나도 기가 찬다.

놓쳤는데 돈 더 안 받고 오늘 그곳으로 데려다준다면

감사해야지, 어디 불평부터 하고 있냐.


그렇게 난생처음 비행기를 놓치고는

뒤의 일정이 꼬인 건 당연지사다.

공항 라이드 나오기로 한 분께 연락했다.

이런 바보 같은 일로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될지는 상상도 못 했다.


"저, 비행기를 놓쳐서

원래 타기로 한 차에 못 탈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딸이 만 2살이 안 되었을 때 한국을 방문할 때였다.

티켓팅하는 데 직원이, 완전 만석 비행기지만

꼭 비행기를 놓치는 분들이 한두 명 있다고 귀띔한다.

아이 좌석이 따로 없지만, 혹시 남는 자리가 생길 경우

여유롭게 가라며 제일 뒷부분 좌석을 주었다.


이제 이동의 자유를 충분히 맛본

만 두 돌이 다 되어가는 딸을

열 시간 넘게 안고 가는 것보다는

꼬리칸에서라도 한자리 얻는 게 낫다.


얼마 전 아시아나 항공기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다

생긴 사고에서, 꼬리에 앉았던 젊은 두 명 여성이

사망한 일이 생각났지만, 뭐 사고가 그리 자주 날까.

사고 따위는 전혀 겁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이 전쟁을 고통 없이 빨리 끝내줄 도구일 수도 있다.


육아 전쟁을 하다 보면 어떤 전우가 떠오른다.

미국 시리즈 <위기의 주부들> 중 아줌마 하나가

네 명 아이들 육아에 제대로 시달리다가

정신을 놓아버린 순간,

자살했던 친구가 평화로운 얼굴의 천사로 나타나서

총을 건넨다. 뭐에 이끌린 듯

하늘에서 구원의 밧줄이라도 내려온 듯

그 친구에게서 황홀한 듯 총을 받아 들고

자기 머리에 행복한 듯 겨눈다


아, 정신 차리자. 두 살 아기와 열네 시간 비행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일은 맞지만,

한국이지 않은가, 꿈에도 그리던.

꼬리 부분이라 좀 그렇지만 만석 비행기에

자리가 하나 더 공짜로 주어진다면 그 정도는

내, 너그러이 이해하리다.


이백 명이 넘게 타는 비행기에 아이와 함께

제일 뒤까지 걸어 걸어가면서 이게 맞는 선택인가?

다른 자리를 달라고 우겼어야 하나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정신없는 사람이 비행기를 놓쳐?

한국 가는 비행기를 버스처럼 타는 것도 아닌데

못 탈 거 같으면 환불이라도 했겠지. 누가 안 오겠어.

꼬리자리받고 내가 깐깐하게 구는 거 같으니까

항공사 직원이 그냥 달래려고 한 말 같아." 남편한테

비행기에 들어가자마자 전화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비행기 문이 닫힌다는 방송이 끝나고도

내 옆엔 아무도 안 왔다.

완전 만석이라고 했는데,

안 온 사람이 진짜로 있긴 하구나.

친절한 항공사 직원 말을 의심한 게 미안해졌다.


그리곤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사정이 있길래

한국씩이나 가는 비행기를 놓칠까? 그냥 돈이 많아서,

까짓 거 뭐 비행기 티켓 같은 건 다시 사면돼서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사는 그런 부류의 사람일까?


십여 년 전에 그런 의문을 가졌던 게 불현듯 떠올랐다.

그걸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아- 사정이 있었겠지.

어떤 드라마틱한 일이 생겼거나,

아님 나처럼 그냥 정신 놓고 사는 사람이거나.


아이가 유모차 탈 때 보다

더 정신없어진 사람이 된 스스로를 보니 한심하다.

새벽에 늦게 일어난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천천히 나왔는지.

주차할 시간이랑 공항 내 이동 시간도

다 고려했어야 했는데,

비행기를 놓칠 거라곤 상상도 못 해서 그랬겠지.


그래,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오늘 태어나 처음으로 그런 건데

스스로 너무 나무라지 말자.

나에게 관대해지고 그만큼 타인에게도

더 관대해지자고 다짐해 보고 넘어간다.




마지못해 간 모임이라도, 누가 해주는 밥 먹고

상황이 비슷한 사람들 모여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는

마음이 좀 넓어졌다.

무엇보다 봄 방학에 아이들 돌보지 않아도 되니

이런 해방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함께 모임 했던 사람들이랑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그래, 일찍 도착했으니 올 때처럼 그렇게

비행기 놓칠 일은 절대 없지.’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먼저 출발할 사람들

시간이 되어 각자 게이트로 흩어졌다.

세 시간이나 남았는데 뭘 할까.

밀린 일기도 쓰고, 오랜만에 친구랑 통화도 해야겠다.


빈 전화벨 소리만 계속 울려대는 전화를 귀에 대고는

멍 때리며 저 멀리 있는 텔레비전을 보았다.

어? 언니가 거기 왜 있어,

지인이라도 만난 마냥 친근하다. 프리앙카 초프라,

한때 유튜브로 덕질을 했던 나의 셀럽이

오후 햇살이 뿌연 공항 안에서

선명하게 눈으로 들어와 박힌다.

빼닮고 싶은 마음속 우리 언니가 인터뷰 중이네.

참 멋있다.

길거리 지나다 우연히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다.


친구는 바쁜 가보다.


나이가 들면서 그렇다.

내가 통화하고 싶을 땐 친구가 바쁘고,

친구가 전화 왔을 땐 내가 아이들 뒤치닥 거리로

타이밍이 안 맞을 때가 많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연락이 점점 뜸해진다.


뭐라도 써볼까.


비행기 출발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았을 때

아까 내 전화를 못 받은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세상에, 지겨워서 죽어가고 있던 나한테

이 친구의 전화가 차은우 보다 더 반갑다.

오랜 친구는 일 년에 한두 번 통화를 해도

어색한 법이 없다. 즐겁다.


그동안 공유하지 못한 서로의 일상을 나눈다.

말끝마다 웃음이 빵빵 터지고,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진짜? 너 그래서 어떻게 했어?"


내가 올 때 비행기 놓친 이야기를 해주니 친구는 웃겨 죽겠단다. 비행기 놓치는 상상은 해 봤지만 정말 놓친 적은 없다고. 친구가 비행기 또 놓치면 안 되니까 그만 전화를 끊자고 한다. 나는 아니라고 괜찮다고 통화를 이어갔다. 출발 게이트 앞에 앉아있으니, 사람들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통화를 끊고 들어가면 된다고 친구를 안심시켰다.


그래, 준비성 철저한 친구는 절대 비행기를 놓칠 스타일이 아니다. 아니, 그렇다고 뭐, 난 비행기 놓치게 생겼나? 핸드폰이나 카디건을 어디에 자주 놔두고 다니지만 결국 곧 찾았다. 심지어 라오스 신혼여행 때 내가 여권을 로컬버스 자리에 떨어뜨려 놓고 내릴 뻔했을 때에도, 뒤따라오던 남편이 뒤를 돌아봤다가 경악하면서 주워왔다. 난 결정적으로 무얼 잃어버려도 항상 금방 찾는 스타일이다. 비행기 놓친 건 내 일생 일대기의 실수일 뿐이다. 그냥 두고두고 웃으며 얘기할 안주거리다.


그런데 통화를 하다 보니 좀 이상한 거 같다. 시간이 거의 다 된 거 같은데 게이트가 그리 붐비지도 않고 무슨 일이지? 게이트 옆 작은 모니터를 자세히 보니 우리 동네로 가는 비행기가 아니다. 어? 이 게이트 맞는데?

출력한 표에는 이 게이트가 분명했다.


뭐? 뭐야?


저 앞 전광판으로 걸어가 내 비행기 번호를 확인해 보니, 게이트가 바뀌어있다. 어? 이렇게 게이트가 바뀌기도 해? 언제 바뀐 거야? 언제 바뀐지도 모르겠다. 내가 세 시간 전에 도착했을 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아직 게이트에 정보가 모니터에는 없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이륙시간은 15분 정도 남았다. 게이트는 번호 세 개가 차이 났다. 바로 옆의 게이트의 대각선 게이트. 그 앞으로 가 보니 이미 상황 종료. 내 이름을 엄청 불렀을 테다. 안 들릴 거리는 아닌데. 아무리 내 고향말이 아니지만 내 이름을 못 알아듣다니. 미국엔 온갖 엑센트가 다 있다. 인도, 멕시코, 중국 등등 아무리 특이한 엑센트였다 해도 내 이름정도는 귀에 꽂혔을 텐데... 통화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듣지 못했었나 보다.


한번 경험이 있다고 나름 전문 용어를 써가며 직원에게 말했다. 방금 비행기를 놓쳤다, 오늘 밤 내 목적지로 가는 비행기에 스탠딩 대기 걸어 놓겠다. 바로 답이 돌아온다. 오늘 이후 비행기는 없다고. 내일 새벽까지 기다리라고.




그렇게 비행기를 왕복여행 중 두 번 모두 놓친 이후로

비행기를 열 번 넘게 탔지만

그중에 비행기를 한 번도 놓친 적은 없다.


그런데 항상 가족 모두와 함께 갔었다.

그 말은 남편이 나가자 그럴 때 나가면 됐었다.

남편 옆에만 붙어있으면 문제가 없었다.

내가 신경 쓸건 그다지 없었다.


그런데 그 사건 뒤 혼자 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싼 호텔비 때문에 처음에 이 여행을 망설였지만,

몸이 반응했었던 것 같다.

사실 이번 여행을 망설였던 더 큰 이유.

혼자 비행기 타고 가면, 비행기 또 놓칠 것 같은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트라우마는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혼자' 비행기 여행에서

꽁무니를 빼게 하는 매우 강력한 것이 되었다.

엄살이 아니다. 남편이 어디 비행기 타고 멀리

여행 갔다 오라는 게 내키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였다.




오늘은 무사히 탈 수 있을까?

공항 탑승시간 두 시간 전에 도착했다

사놓은 표를 버리는 건

한때 여행을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게다가 남편이 공항까지 태워주기로 해서 주차할 시간도 따로 필요 없다.


그런데도 무슨 변수가 생겨서

비행기를 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소화가 안 된다.

겨우 4일 여행인데,

만약 이번 비행기 못 타면 다음 거 타고

어찌어찌 가더라도 하루가 통 채로 날아갈 텐데.


일찍 공항을 가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떨쳐 낼 수가 없다.

홀로 여행 가는 아침 아이들도 수련회로 잘 출발했고

공항에 일찍 도착했는데도 맘이 편하지 않다.

검색대는 텅텅 비어있어서

TSA PreCheck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들어가는 속도도 비슷하다.


게이트 앞에 도착해서도

보딩 시간이 한 시간 반이 넘게 남았다.

게이트에는 내 티겟과 동일한 정보가 떠있다.

그런데도 비행기를 못 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


비행기가 내일로 연착되던지,

내가 갑자기 배탈이 나던지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쇼츠도 못 보고 있겠다.

뚫어져라 게이트만 보고 있다.

이런 걸 트라우마라고 하는구나…


비행기를 잘 잡아 타고 뉴욕으로 갈 수 있을까?


나를 찾아 떠나겠다는 여행이 이렇게 불안해서야, 나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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