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걱정, 불안, 염려 두려움을 떨치려면 근원적인 통찰이 있어야
두려움은 그 뿌리를 알아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절에 갔다가 펜션에서 지네에게 물렸습니다. 새벽 2시반 장딴지에 ‘딱’하는 느낌과 함께 평범한 아이가 문 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죠. 캄캄한 방 안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것에 물렸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마음은 최악의 경우부터 차례대로 떠올렸습니다.
독이 있는 뱀이라면?
만일 그 날 밤, 다리를 문 아이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물린 것보다 생각때문에 훨씬 많은 불안에 시달려야 했을 겁니다.
우선 이 정체부터 알아야겠구나. 화장실 불을 켜고 이불을 젖히니 작은 지네 한 마리가 기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10cm 남짓. 어린 지네였죠. 일단 어리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죠.
검색을 했더니 ‘다행히 지네는 맹독이 아니어서 비누로 씻고 냉찜질을 해주고, 계속 통증이 있으면 나중에 온수에 담궈서 해독을 하라’는 정보가 나왔습니다. 시키는대로 세수비누로 물린 곳을 씻고 냉장고에 든 약봉지를 수건으로 묶어서 냉찜질이 되도록 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은 쉽게 해결이 되었죠.
중요한 건, 실체를 아는 일이었습니다. 지네에게 물렸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 밤을 그렇게 조용히 지날 수 있었을까요?
응급실을 간다고 해도 무엇에 물린 지를 모른다면 모든 것들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병원을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지네가 왜 그 시간에 저를 물었을까요?
지네의 의도와 상관없이, 저는 우리 모든 걱정, 두려움, 불안, 염려는 실상을 알아야 그 뿌리까지 뽑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상, 나와 세상에 대한 실상을 모르고서는 끊임없이 크고 작은 두려움에 흔들릴거라는 거죠.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고, 티벳불교를 배우고. 그 모든 수행의 과정이 결국 이 두려움을 보면 그 진전을 알 수 있습니다. 존재의 실상을 보면, 스스로의 흔들림으로부터 자유로울 뿐 아니라 수 많은 존재들을 도울 수 있죠. 자기가 흔들리는 채로 누군가를 도울 수는 없으니까요.
조금 특별한 마음으로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선생님을 만나기도 전에 지네가 큰 가르침을 주고 갔습니다. 지네가 밤새 깨우친 지혜 덕분에 린포체의 법문이 어느때보나 가슴에 와 닿더군요.
우리 삶의 크고 작은 걱정, 불안, 두려움, 염려는 존재의 실상을 알아야 뿌리가 뽑혀질 수 있습니다. 그 실상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몸도 건강해야 하고, 마음도 깨어 있어야 합니다.
몸이 흔들리면 마음은 곧바로 흔들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고, 의문을 갖고, 실상을 꿰뚫어보려고 공부를 합니다.
쉽지 않지만, 나아가고 있음이 다행이라고 느낍니다.
누구나 불안은 있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에 접하면 곧바로 일어나죠. 평소에도 마음 깊은 곳에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초래하는 많은 걱정, 두려움, 염려로 우리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죠.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그대로 살든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조금씩 덜어내든지.
저는 왠지 완전히 뿌리뽑고 싶어지네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조그만 일에도 쉽게 흔들리는 그 마음의 동요를 멈추고 싶지 않나요?
** p.s. 지네에게 물리면 관절염이 낫는다는 설도 있어요. 어떻게든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빛과 어둠이 있으니 너무 걱정말고 삽시다
** 심지어 제가 간 밤에 지네에게 물렸다고 했더니, 아는 스님은 나는 얼마전 공들여 지은 토굴이 30분만에 다 타버려서 흔적도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스님은 너무 의연하셔서 역시 스님이구나 했습니다. 오고가는 것들에 마음 흔들리지 않을 마음의 힘만 있다면 세상사 모든 것들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바람이고, 연잎의 이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