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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Jul 13. 2024

체리가 항암에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

엄마의 사랑은 늘 그랬습니다.

엄마가 체리 사 먹으라고
한집당 5만 원씩 보내라 해서 보낼 테니
꼭 체리 사 먹도록.^^
체리가 항암효과가 좋다고
엄마가 걸렸으니
자식들도 위험이 있다고 사 먹으래.^^


최근 둘째 언니가 가족단톡방에 남겼던 메시지입니다. 순간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여든이 넘은 엄마에게 그동안 친숙하지 않았던 과일인 체리. 갑작스럽게 용돈을 보낸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00여 평의 집 앞 텃밭은 올해 처음으로 남의 손에 맡겨졌습니다. 작년 이맘때쯤만 해도 10종류가 넘는 농작물로 가득했던 그곳. 지금은 체리나무로 채워졌습니다.


과연 그 땅에 체리나무가  잘 자랄까 하는 우리 가족들의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해맑게 웃으며 걱정 말라고 하시는 60대 중반의 아저씨. 우리는 그분을 체리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체리아저씨로부터 체리가 항암에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모는 그 순간에도 자식들을 먼저 떠올리셨을 것입니다. 낯선 과일이라 눈길이 가지도, 눈길이 가더라도 비싸서 선뜻 사지도 못했을 그것을.


<엄마는 늘 그랬습니다>





언니가 남긴 메시지를 보면서 2년여 전의 기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암수술을 받기 전 몇 차례 정밀 검사를 위해 둘째 언니와 함께 큰 병원으로 오셨던 날이었습니다.


엄마는 열 번째 손녀인 제 딸과 늦둥이 막내인 저를 위해 텃밭에서 키운 예쁜 자두 몇 알을 가방에 챙겨 오셨습니다. 깜빡하고 잊을 뻔했다며 가방에서 꺼내 건네주신 빨간 자두 다섯 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자두를 만지작거리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빨간 자두 다섯알, 엄마의 사랑>

https://brunch.co.kr/@alwaysbehappy/210


엄마 다 큰 자식들
뭐 하러 체리 사 먹으라고 용돈까지 보냈어.


엄마는 살만큼 살아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엄마 사는 동안 자식들이 아픈 거 볼까 봐
그게 걱정이지.
체리가 몸에 좋다 하니 꼭 사 먹고
건강 잘 챙겨라.


나는 참 복도 많네.
엄마 같은 사람이 우리 엄마라서.
엄마, 사랑해용~♡
우리 엄마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어 줘용~♡


막내의 애교에 전화기를 타고 전해지는 엄마의 목소리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제 입가에도.




그날 저녁 체리를 사기 위해 과일 가게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며칠 전만 해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체리가 없었습니다. 대신 복숭아와 자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체리를 사기 위해 근처 과일가게와 마트를 돌아다녔고, 다섯 번째 갔던 마트에서 체리를 사서 집으로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딸이 태어난 이후 체리를 사서 먼저 입에 넣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깨끗이 씻은 체리는 제 몫이었습니다. 예뻐서 손이 갔던 체리가 항암에 좋은 줄 사실 잘 몰랐던 사실입니다. 엄마의 사랑이 담긴 체리를 오물오물 먹고 있자니 정말 힘이 생기는 듯했습니다. 어떤 바이러스가 와도 그냥 물러갈 것처럼.

< 항암 효과가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



체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또다시 사 왔고 보약 챙겨 먹는 마음으로 매일 챙겨 먹고 있습니다.

 <체리를 보약처럼 챙겨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


엄마, 체리가 이렇게 맛있는 과일인지 몰랐어요.
우리 엄마에게 암세포가 얼씬도 못하게
이젠 내가 평생 엄마 체리 담당할게요.
고맙고, 사랑해요~♡

.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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