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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dy Apr 15. 2021

<콘텐츠의 미래>

최선을 지향하고, 최적을 선택하기

***<콘텐츠의 미래(The Content Trap)>(바라트 아난드, 김인수 옮김, 리더스북)



콘텐츠를 콘텐츠 자체로 보지 말고 사용자, 다른 제품, 기능과의 연결을 보라는 게 <콘텐츠의 미래>의 핵심이다. 이 메시지를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으며, (책이 쓰여진 시점, 번역된 시점이 수년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례 자체가 최신은 아니지만) 그 양이 방대하다. 아래 인용구들이 대표적이다.


"독자들이 서로 도울 수 있도록 우리가 도울 순 없을까?"

--노르웨이 일간 <VG> 내부에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p.106~107



“애플은 1976년 설립 이후 계속해서 거의 ‘미치도록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첫 20년 동안의 사업 성적은 최근과 비교해 전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미치도록 뛰어난 제품’은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사업 초기에 애플은 그런 제품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그 점에 집중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다른 많은 미디어 기업들도 그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뛰어난 콘텐츠를 생산 하기만 하면 다른 일들은 저절로 풀릴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런 실수가 콘텐츠 함정이다.
애플의 역사가 전해주는 진정한 교훈은 이것이다. 제품의 품질은 디자인, 조직 구조, 비전 같은 요인에 의해 바로 결정되지만, 기업의 성운은 대체로 그 제품의 보완재를 얼마나 훌륭하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애플이 아이튠즈라는 보완재를 만들어낸 사례 설명
p. 238~239


“하지만 조직들은 점차 다른 유형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었다. 기존 제품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된 것이다. 녹음 스튜디오들은 CD에 집착하느라 콘서트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신문사들은 뉴스에 집중하느라 안내 광고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 (중략) 정작 치명적인 문제는 ‘고객 중심’이 아니라 ‘제품 중심’이었다는 사실에 있다. 그리고 정작 파괴가 확실한 순간에도 기존 조직들은 따라야 할 해결책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p. 633쪽


이외에도 아마존, 텐센트 등 많은 기업의 사례가 등장하는데, 원제 <The Content Trap>에서 보듯 책의 메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콘텐츠 자체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것으로 일관한다. 협의의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과 기업이 생산해 내는 대부분의 서비스나 제품 등으로 확장해서 보아도 이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매우 동의한다.


꼭 연결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기업, 매체라면 누구나 콘텐츠가 뿌려지고, 공유되고, 소비되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신문'과 '방송'이 콘텐츠를 생산해 대중에 배포되는 거의 유일한 '매스'미디어였던 시절에도 SMCRE 모델은 유효했으며 그 과정의 F(피드백)를 살펴야 한다고 배웠더랬다. 사실 이 20세기 초반의 모델을 배운건 20세기 후반이었으며, 그때에도 정말 오래된 이론이라고 느꼈지만, 심지어 저 시기에도 ‘연결’이라는 건 강조됐던 키워드다.


하물며 지금은 온라인 커머스 업체가 OTT를 하고, 개인이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스토리를 상품으로 파는 시대다. BTS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게 있어 그들의 본질을 더 강화하는 건 비전과 철학을 담은 신사옥 브랜딩을 해내며 네이버 Z라는 플랫폼에 투자하는, 그러니까 본질 밖을 보는 안목이었던 것이다. 목적과 맥락을 잃은 콘텐츠는 콘텐츠로서의 힘도 온전히 발휘되기 어렵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콘텐츠 함정’을 압도하는 원칙이 있다는 확신도 함께 커졌다. 콘텐츠의 질이 압도적으로 좋아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거다. 어떤 목적도, 어떤 맥락도 뛰어넘을 정도로 좋은 콘텐츠는 그 자체로 빛을 내며, 콘텐츠 이외의 것들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콘텐츠 자체의 질'은 가장 마지막에 포기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공수를 얼마만큼 들일 수 있는가 (혹은 들여야 하는가)의 결정은 기업의 성격,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일이겠지만, 그 지향을 낮춰잡을 이유는 전혀 없다. 일단 애플이 ‘미치도록 뛰어난’ 제품을 만들었다! BTS도 마찬가지!


최적의 선택은 때로는 매우 힘들더라도, 위기를 모면할 순간의 재치가 아니라, 꾸준히 최선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도출된다고 믿는다.





* 이미지: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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