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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돌 Oct 19. 2022

덮밥 먹으러 롯데리아 갈래?

베트남에서 즐기는 패스트푸드

난 외국음식을 잘 먹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베트남 시골을 다니기 때문에 그 지역 특산물을 가지고 요리한 음식을 많이 먹어야만 한다. 특별히 기억나는 음식으로는 지렁이 요리, 논병아리 통구이, 개구리 찜, 뱀탕, 고양이 카레 등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베트남의 지역 특산 요리를 먹어본 것 같다.


인심이 후한 베트남 시골 사람들은 그저 일 때문에 상담만 하러 가더라도 식사 대접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고, 또 차만 마시기로 약속까지 해놓고도 집에 식사를 차려놨다고 꼭 먹어야 한다고 붙잡는 게 다반사다.

출장을 나가서 하루 최대 5번의 식사를 한 적도 있었는데, 그 후로는 가급적 하루에 2 또는 3 거래처만 만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아무튼 일주일에 2~3일가량 출장을 가야 되니까 꽤 많은 베트남 로컬 음식을 먹게 되는 것 같다.


함께 출장을 나간 통역 직원에게 내가 베트남 로컬 음식을 얼마나 많이 먹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를 했더니, 오늘 점심은 시골에서 롯데리아를 찾아봐 주겠다고 한다. 


"오늘 점심 식사는 롯데리아에서 하실까요? 운전기사 말로는 근처에 롯데리아가 있다고 합니다."


"이 시골에도 롯데리아가 있어?" 호치민에서 3시간가량 떨어진 이 시골 지역에 롯데리아가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통역 직원에게 다시 물었다.


"네, 롯데리아는 베트남 전국에 다 있습니다. 베트남 패스트푸드점 중에서 매장이 가장 많을 거예요." 가장 많은 점포가 있다고 한 직원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베트남에서 가장 큰 패스트푸드점 세 곳을 꼽는다면 KFC, 롯데리아, 맥도널드 정도가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찾은 시골의 롯데리아에 도착을 해서 불고기 버거 세트를 주문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나만 햄버거를 주문했고, 나머지 두 명(운전기사, 통역 직원)은 밥을 주문했다. 그리고 매장 내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대부분은 밥 종류를 먹고 있다. 아마 햄버거보다는 밥이 더 인기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 후 호치민 시내에 나와서 패스트푸드를 먹으러 갈 일이 생기면, 사람들이 주로 무엇을 먹고 있는지 유심히 보게 된다. 역시나 햄버거보다는 밥의 비중이 더 높거나 비슷한 것 같다.


베트남 맥도널드의 밥 메뉴


몇 달 후, 이제 막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뒤 회사에 입사한 여자 직원과 함께 출장을 나가게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다른 먼 지역에 가야 하는 출장이었는데, 공항에서 만난 뒤 비행기를 타기 전에 공항 내의 버커킹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난 와퍼세트 먹을 건데, 뭐 먹을래?" 주문대 앞에 서서 직원에게 메뉴를 물었다. 아무래도 어린 직원이니까 햄버거를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저도 법인장님하고 같은 거 먹겠습니다." 이제 막 입사한 어린 직원이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공항 매장의 작은 테이블에 앉아 햄버거를 먹는데, 내가 다 먹는 동안 맞은편에 앉은 직원은 절반도 먹질 못하고 있다. 


"왜? 맛이 없어서 잘 못 먹는 거야?" 햄버거는 거의 먹지 않고 콜라만 마시고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아니요. 햄버거를 별로 먹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못 먹겠습니다." 신입 여자 직원이 대답한다.


"학교 앞에 햄버거 가게들 많지 않아? 베트남 젊은 사람들은 잘 안 먹나 봐?"


"네, 먹는 친구들도 있는데,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시골 출신이라 더 그런가 봐요."


"그럼, 이따 점심은 네가 골라봐." 아침을 잘 먹지 못한 직원이 안쓰러워서 점심은 직원이 좋아하는 음식을 고를 수 있도록 미리 얘기해 두었다.


그리고 베트남 직원이 선택한 대로 점심을 먹으러 베트남 식당에 들어갔는데, 이날 점심은 꼬불꼬불하게 생긴 돼지 뇌가 통째로 들어있는 베트남 수프를 먹어야만 했다.


"왜 잘 못 드세요? 맛이 없나요?" 


"아...... 아니, 이런 음식 처음 봐서 잘 못 먹겠어." 나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계란처럼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이 지역 특산물이니까 여기서는 이거 꼭 먹어야 해요." 신입 직원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돼지 뇌를 한 숟가락 퍼서 내 앞에 보여준다.


"어...... 알겠는데, 내 돼지 뇌만 좀 가져가 줄래? 난 국물만 먹을게."




종종 베트남 시골에 있는 고객들을 호치민 시내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한국 식당에 데려가서 가장 비싼 소고기 구이를 시켜주곤 하는데, 신기하게도 소 등심이나 안심 구이보다는 삼겹살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한국과는 다르게 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부드러운 소고기 구이의 질감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상대적으로 질깃한 삼겹살이나 목살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음식에도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 그리고 우월한 문화가 없듯이, 다른 음식보다 더 뛰어난 음식도 없다. 익숙한 대로 즐기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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