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라면
시집을 좋아하고 시인을 좋아하며 꾸준히 시집을 읽고 필사해 왔다. 시를 좋아하는 마음은 시를 이해했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시를 필사한다고 해서 시를 더 잘 알게 되지도 않았다. 시가 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시는 늘 어렵게 느껴졌지만 시가 어렵다고 해서 시를 멀리하지는 못했다.
시인이 만들어준 바다에 뛰어들어 오래오래 잠수할 수 있었다. 시인의 바다에선 어떤 감정을 피어나도 괜찮았다. 기쁨과 환희의 찰나도, 절망과 우울의 긴 밤도, 슬픔과 외로움의 순간도, 마음껏 요동치는 시간을 시와 함께했다.
지난여름에 민구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시인과 함께 걷는 길, 시시때때로>라는 독서챌린지 프로그램이었다. 도서관에서 보내준 시집에는 안내자 역할을 맡은 유희경 시인의 편지가 들어있었다. 시인의 편지가 나를 다독인다.
시를 옮겨 적는 것이 시를 알아가는 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대도 지극히 혼자가 되어 오직 시만을 상대하며 받아 적는 시간은 여러분들에게 내적 고요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속 시끄럽게 만드는 일상에서 잠시 이탈하여 누군가의 내면을 낱낱 하게 헤아려보는 일이 어찌 소중하지 않다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감이며 경청이고 환대임을 저는 의심치 않습니다. 어쩌면 시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거의 전부라 할 이 감각은 '나'의 생활 속 정서와 태도를 바뀌 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필경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_ 유희경 시인의 편지 중에서
시가 삶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시집은 더더욱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러나 쓸모없음에서 쓸모를, 쓸데없는 일에서 쓸데 있음을 찾아내는 게 시의 힘이라고 믿는다.
시를 읽고 시를 필사하며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일, 그렇게 시 안으로 들어가 마음을 헤엄치는 일, 당신을 보고 나를 보며 그렇게 들여다보는 일. 그 순간순간을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다.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도 필경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으로.
덧붙이는 말)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김희성의 대사를 참 좋아한다.
난 이리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봄, 꽃, 달.
_미스터 선샤인 15화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시를 무용하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시를 무용하다 하지 않을 사람.
그래,
시를 좋아하는 당신.
내가 좋아하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