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꿈속에선 그래도 괜찮겠지

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 속에서 유혜빈

by 하리

.

독감 때문에 일주일을 앓았다. 비몽사몽 꿈같은 시간을 보내며 어지러운 마음은 새해가 되어도 선명해지질 않았다. 몸은 땅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무겁기만 하고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목구멍은 찢어질 것만 같다. 깨어있어도 잠들어있어도 괴롭기만 한 시간. 한동안 오래 아플 것이다.


꿈속을 따라 걷는 듯한 기분이다. 꿈에서 깨지 못한 당신이, 단잠을 자지 못하는 당신이 안쓰럽다. 유리조각을 밟고 걷는 꿈속을 헤매는 시간이, 산산조각 난 사랑이, 꿈속에서조차 울지 못하는 당신이 먹먹해서 아파서 오래도록 시에 머물러 있었다.

잠 못 이루는 시간이 많았다. 불면에 시달려 잠들 수 없기도 했지만 새벽을 좋아하고 새벽이 아쉬워 늦도록 잠들지 못하기도 했다. 힘들 땐 괴로운 꿈도, 행복한 꿈도 많이 꾸기도 했다. 지난날의 나를 놓지 못하고 두고두고 스스로를 괴롭혔다.


꿈속에서라도 밤새도록 쓰다듬어준다면,

그래준다면 좀 나았을까.


꿈의 종착지가 바다라는 사실에 또 가슴 저릿하다. 바다는 내가 사랑하는 곳이니까. 마음의 여유와 안정을 주는 곳이자 애틋하고 먹먹해지기는 곳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꿈에서 나를 살리고 싶은 곳으로 가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반짝이는 하늘도 마찬가지겠지.


약하고 아프고 슬픈 나는 매일 울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마음은 고여본 적 없이 예쁘기도 무겁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시간과 마음을 가지고 함께 가고 싶었으나 매정하게도 그러라고 한 적 없다는 말이 마음을 내려앉게 한다.


슬프지만 담담하게 아프지만 드러나지 않게 차분한 듯 하지만 위로받고 보듬어주길 바라면서.

그렇게 등을 쓰다듬고 이마를 쓰다듬으면서.


안녕, 잘 잤다.


인사해 줄게요.


꿈속에서라면 당신 안아줄 수도 있겠지.

만신창이가 된 마음이어도

아픈 건 나 혼자만 할 테니

당신은 괜찮아야지.

아프지 말아야지. 그래야지.



언젠간 알게 되겠지
건너편의 등을 쓸어주며 가만가만
속삭인다는 건

.....

조금만 가, 가도 조금만 가.
내일 아침이면 돌아오기로 해
돌아오면 안녕, 잘 잤다.
인사해 주기로 해
_ 달의 뒤편


다음에는 여기 오지 않아도 괜찮아 언니, 입가에 흐르는 신선하고 물컹한 기분을 훔치며 언니의 귓가에 속삭여주었다 언니는 아주 잠깐 포근하다 밤새도록 언니의 이마를 쓰다듬는 꿈 속에서
_BIRD FEEDING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