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첫눈을 함께하는 기적

대구의 첫눈을 함께하는 건 기적 아닌가?

by 하리

지난 주말 오후, 김민정 시인 북토크를 끝내고 저녁 7시에 박연준 시인 북토크가 이어졌다. 하루에 두 명의 시인을 그것도 따로따로 만날 수 있다니, 너무나 행복한 하루를 선물 받았다.





#묘책 #박연준 #난다

나에게 박연준 시인은 내가 사랑하는 시인을 말할 때 손에 꼽히는 시인은 아니었다.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책장 속 박연준 책 찾기에 돌입했다. 시집 칸에서 한 권, 두 권, 세 권? 에세이는 구석구석 여기저기 계속 나온다? 뭐지....? 나 박연준 좋아했네?

당황스럽게도 나는 박연준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책을 사는 박연준사랑단이었다.(전부 다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북노마드버전 「소란」부터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모월모일」, 「쓰는 기분」 등등 단독저서에다 남편인 장석주 시인과 쓴 청혼책과 읽어본다 시리즈까지!! 산더미 같은 책에 놀라고 말았다. 예전에 어떤 시인이 산더미 같은 내 책(책이 산더미인 시인 몇몇 있다)에 사인을 하다가 기차시간이 촉박해 다 해주지 못한 일이 있어서 전부 사인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 사인은 북토크 관련 도서나 권수가 정해진 경우도 왕왕 보았기 때문에 고민하긴 했지만 일단 가져가야지.


하나의 시선에 가서 선물용으로 두 권, 하나의 시선 대표님이 강력추천하는 「계속 태어나는 당신에게」 까지 추가 구매하고 말았으니 산더미 같은 책은 그 높이가 더 높아졌다고 한다.


(김민정 시인 때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는데) 누군가가 휙휙 썼을 것 같다, 쉽게 읽힌다고 했단다. 그러나 그만큼 애써서 썼고 쉽게 쓴 적이 없다는 시인의 말에 뜨끔했다. 묘책이 고양이 당주의 입장에서 쓰였다 보니 그동안의 책들에 비해 쉽게 읽혔기 때문이다. 오늘 여러 번 뜨끔하고 여러 번 반성합니다.


"인간만이 자기혐오에 빠지고 인간에겐 기대하는 게 있어서 바라게 된다. 그러나 고양이는 자기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집사들은 고양이에게 바라는 게 없다. 오직 존재하기만을 바랄 뿐.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그저 존재하는 일. 흠결이 있음에도 흠결로 보지 않고 흠조차 좋아 보이는, 그게 바로 사랑의 본질 아닌가."



그렇게 고양이를 사랑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마음이 있나 보다. 시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인이 당주와 헤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져서 몽글몽글 마음속에 사랑이 피어나는 것만 같았다.


나에겐 고양이는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동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양이뿐일까? 고양이뿐만 아니라 그 어떤 존재라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란 불가능한 게 아닌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그렇게 단순한 진리를 당주의 묘책을 통해 깨닫는다. 당주가 보기에 인간은 이상하고 어리석은 존재니까. 우리는 평화나 행복이 대단한 평화,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 작은 것들에 평화와 행복이 있다는 걸 모르니까.


사랑하는 일에 대해 쓰고 싶었다는 시인의 말처럼 우리 삶의 묘책은 역시 사랑에 있겠지요.


작고 귀여운 고양이 같은 박연준 시인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밖을 보라고 한다. 깜깜한 창밖에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대구에는 첫눈이라고 했다.


사랑이 가득한 이곳에 첫눈이라니, 기적 아닌가요?


어떤 존재가 어렵다는 것은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시인이 말했다. 나는 시인의 시가 어렵게만 느꼈는데 아무래도 박연준이라는 시인에게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뜻이었나 보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그냥 그렇게 우리에게 남은 건 사랑하게 되는 일뿐. 오늘 우리는 기적 같은 순간을 함께했으니까요,


산더미 같은 모든 책에 정성스럽게 사인해 주신 시인님께 정말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다음 작품으로 우리 또 만나요.



우리의 하루를 따숩게 해 준 고명재시인의 빵꾸러미, 김민정시인의 건빵, 커피사촌의 드립백, 하나의 시선 대표님의 어머님께서 준비해 주신 정성 가득 구운 계란과 떡까지 따숩다 못해 후끈후끈 더웠습니다. 하루 종일 감사한 일만 가득했습니다. 이렇게 사랑이 넘치는 곳이 있을까요?
다음 북토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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