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츠와프 도시의 풍경

by 미 지

흐리고 쌀쌀한 날. 오데르강 툼스키다리를 건너 성당의 섬을 산책했다. 다리 난간마다 연인들의 자물쇠가 쌓여 있었다. 춥고 흐린 날씨였음에도 약속을 쌓아두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드는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강변의 풍경이었다.


오래된 도시답게 이곳저곳 손 보아야 할 건물과 거리가 많은 듯 구글지도를 따라 걷는 길에서 공사 중이라 멀리 돌아서 가야 하는 길이 자주 나타났다.


올드타운에서 보이는 가장 큰 성당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기에 얼른 따라 들어갔다. 손잡이가 없는 묵직한 잠금장치를 당겨 문을 닫아보려고 했지만 어떻게 만져야 하는 건지 몰라서 닫히지 않는 문(손잡이로 추정되는 곳)을 만지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바깥에 서 있던 사람이 문을 닫아주었다.

옆에 있는 내실로 향하는 여닫이문을 조심해서 열었을 때 고해성사를 하기 위해 대여섯 개의 고해소 앞에서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신도들이 보였다. 그분들은 불쑥 따라 들어온 이방인인 나에게 조용한 시선을 주었다. 난 미안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숙이고 몸을 숙여서 최선을 다 해 조용히 문을 열고 되돌아 나와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들어올 때 당황했던 묵직한 출입문 앞에 서서는 어떻게 만져야 크고 무거운 문이 열리는지 몰라서 볼록하게 자리하고 있는 커다란 네모 모양의 잠금장치 구석구석을 훑으며 열림 스위치를 찾아보았다. 그때 밖으로 나가기 위해 고해소를 나온 분이 그런 나를 보고는 살며시 웃으며 윗부분의 경첩처럼 보이는 쇠붙이 묶음을 손으로 눌렀다. 딸깍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난 여전히 나를 보고 미소 지으며 서있는 그분에게 고맙다고 작은 소리로 인사하며 밖으로 나왔다.



현장학습을 나온 학생들이 선생님의 인솔을 받으며 의미 있는 건축물들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다.

서점 앞에 서 있는 난쟁이는 책을 들고 있었다.


오래된 전통시장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딸기에 붙어있는 가격표에는 어제 마트에서 산 가격과 비교해서 700원 정도 싼 가격이 표시되어 있었다. 사고 싶었지만 계산대에는 사람이 없었다.


전통 빵을 파는 가게가 보였다. 몇 사람이 줄을 서 있었는데 나도 맛있게 보이는 도넛과 파이를 사려고 줄을 섰다. 젊은 두 사람이 주인 할머니와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 돌아서 갔다. 다음 대기순서인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자기가 먹고 싶은 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동안 그 아이 엄마가 주인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빵을 포장하거나 돈을 지불하지 않고 그냥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려서 3 즈워티라고 쓰여 있는 도넛 하나와 또 3 즈워티라고 쓰여 있는 파이 하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할머니는 또 나를 향해 무슨 말인가를 하며 가만히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현금으로 살 거라고 10 즈워티를 보여주었지만 할머니는 가만히 서서 폴란드말을 하며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와 그 아이 엄마가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 있는 것으로 해석을 하자면 계산을 할 줄 아는 그 '누군가'가 올 때까지 할머니는 가게를 지키러 와 계신 분 같았다.


가게 문을 열고 나서도 본격적으로 장사할 준비가 제대로 갖추어지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할 수 없이 그냥 시장을 나와서 숙소 근처에 있는 마켓에 가서 도넛과 야채류 몇 가지를 샀다. 무당벌레가 그려진 체인점으로 보이는 비에드론카 매장은 전통 시장과 대형마켓의 중간정도 되는 상점 같았다. 연세 드신 분들이 천천히 둘러보며 물건을 담고 계셨다. 마켓 캐셔도 천천히 오래오래 그분들의 짐 정리 시간을 기다렸다. 젊은 사람들은 셀프계산대를 이용해서 신속하게 쇼핑한 물건을 정리해서 나갔다.


나는 지난주 마트에서 셀프계산을 시도하다가 해외신용카드 결제를 하기 위해 필요한 버튼 하나를 찾지 못해서 캐셔에게 계산을 부탁하고 있는 중이었다. 내 신용카드 때문에 계산대가 약간 엉켜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뒤에 줄 선 사람들은 말없이 기다려주었다.



브로츠와프는 크라쿠프에 비해 도시적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공사현장이 자주 나타난다. 작업복을 입고 큰 소리로 동료와 일상을 나누는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공원의 빈 의자에 앉아서 커다란 소리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중년의 남자가 보일 땐 조금 걱정스럽긴 해서 피해서 걸었지만 어떻든 도시의 고된 생활 풍경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길을 건널 때 횡단보도 불이 초록색으로 바뀌어도 막무가내로 회전해 들어오는 차들을 끝까지 확인해야 했다.

구급차가 자주 지나갔다. 구급차가 지나갈 때면 모든 사람, 모든 차가 다 멈추어 섰다.


큰 도로 옆의 작은 건물 출입구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여서 살짝 궁금해졌다.

넓은 창을 가진 현대적인 건물의 카페 안에서는 젊고 활기찬 사람들이 여유롭게 앉아서는 맥북을 펼쳐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 연인끼리 친구끼리 담소를 하며 익숙한 일상의 풍경을 나누고 있는데 여기 줄 서 있는 분들에게서는 입고 있는 옷과 표정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아도 좋거나 행복한 것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화려한 도시를 도시답게 유지시켜 주는 분들의 작은 쉼터일지도 몰랐다.

가까이 지날 때는 눈 맞추지 않으려고 애썼고 멀리 떨어져서는 작은 기도와 함께 그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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