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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마라, 레이크 나쿠루

케냐 사파리투어

by 미 지

이곳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윌리와 켄은 내가 마사이마라의 사파리투어를 갈 의향이 있는지 여러 번 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아프리카의 정글 탐험을 가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나는 꼭 가고 싶다고 했고 평소에는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던 윌리가 금요일 저녁에 와서 내일의 여행 준비를 했다. 기대에 찬 토요일 아침이 되었고 윌리와 켄과 나는 일찍 일어나 마사이마라를 향해 출발했다.

가는 길에 주유소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밀크티와 튀긴 짜파티. 케냐에는 인도인들이 제법 많이 살고 있어서 인도 음식 '난' 스타일의 밀가루 반죽을 기름 두른 팬에 구운 음식을 '짜파티'라고 부른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식당 밖을 나와 걷는데 주유소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온통 검은 사람들의 '뚫어져라' 시선에 살짝 긴장을 하면서 여자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는데 한 남자가 불쑥 나를 따라 들어와서 더 놀라고 긴장을 했다. 밖에 있는 식당에는 윌리와 켄이 있고 내가 화장실로 오는 동안 나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몇 명 더 있었으므로 별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하며 애써서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창가에 있는 페트병에 든 물을 가리키면서 저걸로 손을 닦으라고 했다.


화장실에서 나오기 전 그 페트병의 물을 내려서 손을 닦고 있는데, 그 남자가 다시 들어와서 물값을 달라고 했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그냥 알아서 달라고.... 오십 실링 지폐가 있어서 그걸 주고 나왔다.


나록 카운티의 마라 웨스트를 향해 가는 길. 마을길을 지날 때 양, 소, 당나귀 떼를 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목동의 무리를 볼 수 있었다. 먼지 나는 자동차길, 시간이 멈춘 마을의 풍경.

서너 시간을 달려 마사이마라에 도착했다. 얼룩말이 먼저 인사를 했다.

입장권을 구입하러 갔던 윌리가 사색이 되어서 온다. 그리더니 천 실링을 빌려달란다.
투어비 만 칠천 실링을 달라고 해서 어제 이미 이백 불(2만 실링)을 주었다. 이건 뭐지? 여행사를 통해서 가면 이백 불이면 일박 이일 투어 비용인데..
난 혼자니까 이백 불 이상 들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워낙 저렴하게 여행시켜 주겠다고 장담했던 사람들 아니었던가....


자기가 잘 몰라서 입장료를 너무 작게 책정했다기에 영수증을 보니 외국인 80불, 현지인 10불씩 20불.

어제 내가 준 이백 불은 어디로 간 건지...

돈이 없다고 말하며 두 사람은 시선을 돌렸다.


할 수 없이 천 실링을 (빌려) 주고, 다음 주에 활동지까지 오가는데 들게 될 교통비를 따로 주기로 (내가 먼저) 제안했던 3천 실링까지 미리 주겠다고 했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서도 두 사람이 무척 당황스러워하며 메뉴판을 살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윌리의 차를 타고 누떼 이동, 하마와 악어, 가젤, 코끼리를 보는 게임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입장권을 끊을 때 게임드라이브 차량 탑승권을 끊으면 전용 트럭을 타고 공원을 돌며 동물을 볼 수 있다. 개인차량으로도 둘러볼 수 있는데, 전용 트럭 운전기사들이 서로 무전을 주고받으며 동물을 볼 수 있는 위치를 알려주면 너도나도 그쪽을 향해서 달려갔고, 개인차량도 그 차들을 따라서 달려가다 보면 무척 굉장한 사파리 체험을 할 수 있다. 춤추듯 뛰는 가젤무리의 움직임은 이 어마어마한 사파리 공간에서 마치 나비를 보는 듯 우아한 느낌이 들었다. 코끼리 가족이 산책을 나왔다가 암컷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 제법 거리가 있는 숲 속에서 두 마리 코끼리가 상아를 부딪히며 나는 '딱딱'소리가 신기하게 들렸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가 지날 무렵 천천히 나를 보며 윌리가 '이제 갈까?' 묻는 것이었다. 사파리 입장권 티켓이 1박 2일 이용권인데 이게 무슨 경우인지 화가 울컥 날 뻔했지만 여행사에서도 1인 투어는 경비를 따로 잡기도 하니까... 한 호흡을 쉬고 나서 내가 윌리에게 숙소를 잡아서 1박을 하고 가자고 했다. 내일 새벽 게임 드라이브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물론 숙소 추가 비용 100불은 내가 냈으니까 나는 이 마사이마라 사파리투어를 위해 300불이 넘는 비용을 지불한 거다. 300불이면 여행사를 통해서 편하게 1박 2일 게임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비용이었기에 마음이 살짝 불편해지기도 했지만.... 나를 위해 이틀 시간을 비운 두 사람을 위해 그냥 마음 편하게 시간을 즐겨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한번 더 게임드라이브를 하면서 누떼의 이동철이라 강을 건너는 누떼를 볼 수 있었고, 왓독 한 마리가 사자의 아침식사로 쓰러지는 모양도 멀리서 볼 수 있었다.

마라 웨스트 캠프. 텐트형 호텔. 커다란 물탱크에 장작불을 지펴 욕실로 더운물을 보내고 있었다. 부킹닷컴을 통해 예약하려면 400불 정도로 잡혀있던... 네고시에이터 켄의 긴 협상으로 90불 낙찰. 좋은 숙소, 좋은 식사. 좋은 경험이었다.


나는 텐트형 숙소에서 자고, 두 사람은 아마도 도미토리 합숙소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살짝 미안했지만... 아침식사는 모두 모여 멋지게 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엄청 센 벌레에게 물려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좀처럼 없어지지 않았던 허벅지 상처는 조금 고민스러웠었다. (지금은 말끔히 사라지고 없다.)



사자의 아침식사, 왓 독 한 마리.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TV에서 흔히 보던 독수리들의 나무.




이곳 아프리카에서는 예상외로 히포(하마) 사고가 종종 난다고 한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 같아서 조금 게으르고 어쩐지 순할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하마는 상당히 포악하고 성격이 급한 동물들이어서 순진하게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들은 여지없이 공격을 받아버리기 때문이란다.







레이크 나쿠루투어는 더 당황스러웠다.


나쿠루에는 켄의 아내가 두 딸과 지내고 있다고 했다. 윌리의 어린 조카 카리프가 동행을 해서 나쿠루로 가는 길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많은 비로 산사태가 나서 길이 막혀있었다. 돌고 돌아 다른 마을길을 찾아가며 운전을 하다가 지나가는 행인에게 흙탕물이 튀었다. 차에서 내려 그와 도로 사정과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켄이 차 문을 열고 나에게 오십 실링을 (빌려) 달라고 했다. 나는 지갑에서 오십 실링을 꺼내서 켄에게 주었고 켄은 그 돈을 행인에게 주었다. 그의 옷에 흙탕물이 튄 것에 대한 사과의 표시였다. 빌려준 돈은 당연히 돌려받지 못했다.


세차장에 차를 맡기고 세차를 기다리는 동안 켄과 윌리는 그 옆에 어색하게 놓여있던 의자에 앉았다. 잠시 뒤 한 사람이 그들에게 다가와서 재빠르게 머리 손질을 해 주었다. 세차를 기다리는 동안 차 주인은 머리를 손질하는 시스템인 듯싶었다.


곧 켄의 아내가 합류했고 근처에 있는 나름 힙한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구운 바비큐와 감차칩과 음료수로 식사를 끝내고 나서 계산서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현지인 네 사람은 조용히 침묵하며 앉아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그들의 나쿠루호수 입장료와 저녁식사비용까지 다 내가 지불했다.


홍학 떼도 없는 나쿠루 호수를 둘러보다가 그냥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켄이 1박을 하고 가자고 했다. 내일 아침 볼 것이 더 많다고, 장담한다고.... 오늘 없던 홍학 떼가 내일 아침이면 탄자니아에서 내려올 거라고 확신하듯 말하는 그에게 할 말이 많았지만, 그냥 나는 알았다고, 방 두 개를 잡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녁식사도 (나름) 럭셔리한 걸로 샀다. 도자기 접시에 생선커틀릿과 육류 커틀릿, 스테이크가 샐러드와 함께 플레이팅 되어 나오는 지금까지 이들과 먹었던 식사 중에서 제일 값이 나가는 메뉴였다.


윌리가 살짝 미안했던지 내 방만 잡아주고 자기들은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며 갔다.


다음날 아침 그들이 오기 전 혼자 동네를 산책하고, 혼자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레이크 나쿠루는 더 들르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차 브레이크 페달이 나가서 수리하느라 몇 시간을 르테인 인근에서 보냈다. 그냥 별로 볼 것 없이 그 식구들에게 밥만 사 주고 온 여행이었다. 켄은 미안했는지 내가 그곳에서 투어차량을 이용했으면 입장료만 백사십 불이었다고 설명해 주었지만, 백사십 불이 아니라 이백 불이었더라도 난 그 투어차량이 편했다. 이백 불 넘게 썼거든.

다음날 아침 그들이 오기 전 혼자 동네를 산책하고, 혼자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레이크 나쿠루는 더 들르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차 브레이크 페달이 나가서 수리하느라 몇 시간을 르테인 인근에서 보냈다. 그냥 별로 볼 것 없이 그 식구들에게 밥만 사 주고 온 여행이었다. 켄은 미안했는지 내가 그곳에서 투어차량을 이용했으면 입장료만 백사십 불이었다고 설명해 주었지만, 백사십 불이 아니라 이백 불이었더라도 난 그 투어차량이 편했다. 이백 불 넘게 썼거든.


고장 난 차를 보는 것, 운전하느라 힘든 윌리를 보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어쨌든 여행은 여행사를 통해서 가야겠다고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다시 여러 번 마음 정리를 하다 보니 아프리카 가족들과 함께하는 나쿠루 투어의 경험 비용은 비싸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차차 정리가 되어갔다. 현지인들에게는 나름 싼 입장료였고, 나를 위해서 시간을 비워둔 네 사람과의 추억의 시간은 정말 정말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었다.

비와 산사태로 차가 지날 수 있는 길이 거의 다 막혀서 진흙탕에 빠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차를 밀어내면서 도착한 레이크나쿠루는 출입게이트가 물에 잠겨있었다.

성수기에는 홍학 떼가 장관이라는 나쿠루 호수는 긴 장마로, 최근에는 환경문제로 소금호수의 염도가 낮아져서 홍학 떼는 탄자니아로 날아가버리고 거의 없다고 한다.




레이크 나쿠루의 개코원숭이. 어린 카리프가 삼촌과 수다를 떨면서 원숭이를 보고는 "마이 커즌"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해서 차 안에 있던 모두가 박장대소를 해버렸다.


켄과 카리프가 5대양 6대주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내가 온 한국이 있는 아시아, 자신들의 나라가 있는 아프리카, 가까운 대륙인 유럽까지 말하고 더듬거렸다. 미국이 있는 아메리카, 호주가 있는 오세아니아를 말했더니 두 눈만 껌뻑이던 두 남자는 쿨하게 말했다.

"우리는 딱 이렇게 말하면 돼! '아프리카' 그리고 '아프리카가 아닌 대륙! "


차 안에서의 수다는 티 없는 카리프로 인해 더욱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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