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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Jul 21. 2024

프로를 꿈꾸는 을의 마인드에 대하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취약성을 인정해 가는 과정이다.
- 매들린 랭글


하루종일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나는 장차 '사장님이 되실 분'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따라 단톡방 알람 하나 울리지 않고 조용하다.

떨어졌구나. 자아가 쭈그러드는 순간.

나이 마흔 먹어도 어떨 땐 어른이 못 된 것 같다 ㅎㅎ




프리랜서가 되었을  가장 행복했던 일은 단연코 상사가 (어보인) 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나의 상사는 명함도 없이 나를 쥐락펴락 하는 수많은 회원님들, 발 없이 천리를 누비는 평판, 단숨에 나를 백수로 만들 수 있는 센터 사장님까지.


그렇습니다. 여러분.

프리랜서란 뼛속까지 '을'일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죠.



자격증을 따고 첫 강사 면접을 봤던 때가 떠오른다. 누가 나 같은 초보 강사를 써 주겠어? 했던 자괴감에 면접을 봐주겠다(?)는 원장님의 전화를 받았을 때 벌써 합격이라도 한 것처럼 방방 뛰었다. 그곳의 사장님"누구나 처음은 있다"는 말로 나를 위로하는 듯하더니, 내가 초보란 사실은 우리끼리만 하는 말이라며 회원들까지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고난도의 요가동작을 보여달라고 했다. 결과는 뭐, 예상한 대로입니다.


이런 경우있었다.

그곳은 원장 면접이 아니라 회원 시강을 이후에 회원들의 반응을 보고 채용이 결정된 케이스였다. 면접처럼 인위적인 시연에는 심리적인 위축감이 컸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수업을 시작하고부터였다. 정통요가만으로는 사업이 어렵다던 장님은 나에게 다른 기술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플라잉 요가(해먹에 매달려 공중에서 하는 운동)번지요가(탄성이 있는 번지 코드 줄에 매달려서 점프하는 운동) 같은. 제목요가이지 전혀 다른 수업이었다. 나는 거절하지 못했다. 가지 수업만 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조언에 당장 번지요가를 등록해서 배우기 시작했다. 등록비로 두 달치 월급을 썼지만, 수업 타임을 늘려준다는 말에 좋은 분을 만났구마, 했다.


불합리는 그뿐만 아니었다.

수업 세 타임 중 한 타임을 5천 원 높은 시급으로 쳐  것인데, 처음에는 (나 같은 초보 강사가) 타임이라도 높게 받은 것에 감지덕지했더랬다. 그런데 주위 강사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나머지 두 개 수업료를 깎은 것이라며 시급을 그렇게 협상하는 원장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 같은 초보강사가)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수업을 이어갔다. 결국 세 달 후 원장님은 추가 수업은커녕, 원래 있던 수업마저 줄이고 낮은 시급 수준에 맞추어 시간표를 변경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그곳을 떠나게 만든 건 사장님이 아니다.

뼛속까지 을의 마인드였던 내 탓이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산다는 만족감 때문에 버는 돈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겼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것은
맛있는 걸 잔뜩 먹었는데 희한하게 배도 안 나오고 살도 안 찌는 것과 비슷하다.
-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신예희





프리랜서가 된 이후로 늘 을로 살고 있지만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 갑으로 일할 때조차 을의 마인드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일이 익숙해지고 선배가 되었을 때에도 등댓불 같은 "갑"님을 섬겨 다녔다. 하라는 일은 왜 그래야 하는지 묻지 않고 냉큼 해냈으며, 아무리 일이 많아도 군말 없이 마감을 지켜냈다. 누구나 그렇게 사는 것이며 인정받는 사원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라 믿으면서. 




시간은 흘렀고 이제는 면접에 가면 요가 전문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수업에 대해 더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한 타임을 더 받는 것보다 내가 자신 있는 수업을 해서 회원들이 만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면접 본 곳에서 연락이 없으면 약간은 아프지만 을의 자괴감을 조금은 털어낼 수 있게 되었다. 갑과 을은 어차피 둘 다 중간에 낀 존재들일뿐이며 거기서 약간 위냐 아래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저 사장님의 일을 받아 하는 ''이 아니라 요가를 하는 '프로'로서 일을 되게 만드는 게 지속가능한 프리랜서의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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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늘 연락 못 받은 건 역시 좀 아프네요 ㅎㅎ

덕업일치 요기니 @momo_hyerang
모모제인의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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