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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Jul 15. 2024

내 선택은 얼마짜리일까

시간과 돈의 절대가치

지난주 부동산에 갔을 때였다.


사장님 : 지금은 어디 거주하세요?

나 : ...


부동산 상담을 할 때, 통상 이 지점에서 고객님과 사장님의 "정보 불평등"이 해소되기 시작한다. 이 전까지는 주로 고객님에게 필요한 정보들이 일방향으로 흐른다. 일테면 이곳 분위기, 거주민 특성, 거래추이 같이 인터넷 검색으로는 알기 어려운 고급 정보 말이다. 사장님이 저렇게 묻는 것은 내가 "잠재고객"의 범주에 속할지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보일 터. 말하자면 나는 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무르익던 대화 분위기가 사그라든다고나 할까 ㅎㅎ 사장님의 말수가 점점 줄어들고, 영업 의지가 사라지는 걸 느끼며. 명함을 받기는 커녕, 번호 남기고 가시라는 흔한 멘트도 못 들을 수 있다.ㅎㅎ


그날따라 사장님과의 대화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에 잠시 뇌가 정지되었던 건지, 사장님의 자연스러운 화제전환에 걸려든 건지 모르지만 아무튼 발설(?)을 하고야 말았다.


나 : 경기도 OO에 살아요.


말이 나오고서야 깨달았다. 크나큰 실수를 했다는 걸.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의 4배!! 최근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 이슈로 전국에서 상승폭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지역 아니던가. 그런데 후회할 틈도 없이 사장님 입에서 나온 그 한 단어로 인해 우리의 대화는 더더욱 고조되기 시작했다.


사장님 : 오!! OOOO 회사 다니시는구나!

나 : 아.. 그.. 그렇죠. (작년에 퇴사한 건 없었던 일이야.)


정말 신기하게 난 거기 있는 내내 내가 아직 그 회사를 다닌다고 진심으로 믿고 대화를 이어갔다. 대기업 다니는 맞벌이 부부. 대출 빵빵하게 때릴 수 있고, 지금은 회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앞에 살고 있지만 아이 교육 문제로 이사 의지가 강력한 **수*요**로 빙의했달까



우리는 결국 사장님 두 분의 90도 인사를 받으며 문을 나셨다.

그것도 두 분이 문 밖에까지 나오셔서 꾸벅.


부동산 출입문부터 아파트 정문까지 누군가 레드카펫을 깔아놓은 느낌이었달까.

백화점에서 100만 원짜리 옷을 지르고 당당히 '일시불이요!' 했던 때나,

은행에 1000만 원 현금으로 들고 가서 '수익률 제일 좋은 걸로 거치해 주세요!' 

해봤던 경험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짜릿함이었다.



돈이라는 것.

쓸 수 있는 여력이 많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단지 있어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누릴 있는 편의가 얼마나 큰가.


하지만 돈의 교환가치는 반드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시간과의 교환가치가 그렇다.


나는 2017년에 겨우겨우 대출 갚아 내 집이 된 아파트를 팔아 이곳으로 내려왔다. 육아휴직에서 복직할 시점이었고, 팔고 나온 집 가격은 그때부터 2배 넘게 급등했다.

가까운 곳에서 출퇴근하며 아이를 케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자, 당시 복직 결정에 대한 손익계산을 해보자. 회사 덕분에 이후 6년 치의 월급을 벌었고 동시에 회사 때문에 그만큼의 집값을 잃었다. 결과적으로 쌤쌤이지만 왠지 억울하다. 어쩌면 일을 안 하고도 벌 수 있는 돈이었을지 모르니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시간가치를 과연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6년 전에 요가를 시작했다면 요가마스터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내가 그때 집을 팔지 않고 1시간 반씩 출퇴근하면서 월급까지 벌었다면 지금 서울 채쯤은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아이들은 방치되었을 테고, 소중한 순간들은 이미 흘러가버렸을 것이다.) 아파트의 시간가치, 아이들의 시간가치, 몸값의 시간가치는 절대적이지 않다.


지인 중에 9급 공무원이 있다. 월급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공무원의 특성상 근속 다른 수입활동 제한, 심지어 육아휴직 중에는 해외여행도 증빙이 필요해서 가기 힘들단다. 그렇다고 힘들게 받은 공무원 배지를 반납하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 30년 뒤에 연금을 기다리며 포기해야 하는 나의 시간, 경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하게 내가 가진 조합 아파트가 그렇다. 조합 자격 유지 조건 때문에 투자 목적의 부동산 거래가 불가능한 데다 10년 넘게 묶여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시간 동안 다른 지역의 집 값(또래 직장인의 경력)은 부지런히 오르고 있다. 손해 보는 것은 비단 월급 몇 푼, 이미 투자한 돈 몇 푼이 아니라, 소중한 나의 시간과 경력이다.

 

자, 이제 작년 나의 퇴사결정에 대한 손익계산을 해보자. 요가강사 월급은 예전 월급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리고 7년 전에 비해 어딜 가도 2배 이상 오른 가격에 이사를 가야 한다. 그것도 빚을 잔뜩 진 채로. (퇴사하지 않았다면 이사갈 이유가 없었을..) 지금 나의 결정은 돈을 잃는 결정일까, 아니면 내 시간(인생)을 버는 결정일까.




네.. 맞습니다..

돈 벌 타이밍은 못 가져본 자의

슬픈 합리화입니다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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