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IT로 먹고살다가 지금은 생뚱맞게 몸을 쓰고 있어요. 제가 컴퓨터 전공으로 입학할 때만 해도 IT가 그리 인기 있는 학과는 아니었습니다. 졸업 무렵 취업 잘되는 학과로 떡상했어요. 그 무렵 화공과도 비슷했습니다. 제 친구는 공대1학년 때 성적 바닥을 깔고화학공학과에 강제배정(?)됐는데요. 졸업할 때는 전세가 역전됐죠.최선의 선택은 알 수 없다는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제가 몸을 쓰게 된 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몸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방치했다고 보는 편이 맞아요. 이 쪽엔 타고난 몸을 지닌 분들이 참 많거든요.재능도 중요하지만저는 이 일을 하면서 내 몸도돌볼수 있어서 좋습니다.
취미로 해도 되지 않냐고요?
일 중독 성향이좀 있어서요...
그래서 15년 동안 책상 앞에서 일어나지 못했나 봅니다.
최선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몸을 못 쓰던 제가 생활체육 지도자가 된 것에 대해서 합리화를 좀 하고 싶어 지네요. 몸 쓰는 일을 시작하고 보니 해보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이 직업의 전망을 현실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프리랜서로 살아남는 것이 일단 기본이고요. 그다음은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을까의 문제예요. 전에 하던 직업과 비교해 볼게요.
저는 DBA로 경력을 시작했어요.
오라클이나 MySQL같이 회사에 구축된 DBMS의 성능관리, 장애관리 같은 일이에요. 관리툴이 업그레이드돼서 AI모듈이 탑재되기 시작했습니다. 성능을 자동으로 튜닝해 주고 간단한 장애처리도 가능해졌어요. "이 툴을 도입하면 관리비용(인건비)이 절감됩니다" 라며 경영진을 설득하고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어요. 운영업무는 자동화 툴 또는 싼 인건비로 아웃소싱되었고요. 회사는 업무 효율화, 이웃소싱 업체관리 등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위주로 조직을 개편합니다.
기계는 진화하고 저는 고비용 시니어 연차가 되어 갑니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찾아 사람도 진화합니다. 대체할 수 없는 경험과 연륜으로 무장한 리더급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라떼"일 뿐입니다.
AI로 대체되어 가던 메마른 제 영혼에게
한 요가 선생님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요가강사는 AI에서 안전할까?
ChatGPT가 대답했어요.
AI의 명언
더 놀라운 사실은 똑같은 질문을
"의사"나 "변호사"로 바꿨을 때는
"부분적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라고 AI가 답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살아있는 한, 평생 움직이게 해 드립니다
신경계의 가소성 원리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은 다양한 자극에 따라 발달한다는 원리인데요.
동시에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역시 거기에적응할수밖에 없다는의미도 됩니다.
아무리 날고 기던 프로 운동선수도 은퇴후 운동을 그만두고 나면 평범한 몸으로 변해버립니다.
체육지도자는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잖아요.
갈수록 신체활동이 없어져 가는 현대사회에서,
엄지손가락만으로 많은 걸 해결할 수 있는 세상에서,
움직이지 않을수록 효율이 높아지는 가상 네트워크 세상에서 말이에요.
당신이 살아있는 한, 평생 필요로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덕업일치 요가강사 @모모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