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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5호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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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관 공일오비 Oct 14. 2021

동물 動物: 들어가는 글

[헤아리기] 편집위원 빙봉, 연세지 편집위원 유자

<연희관 015B> x 『연세』  공동 기획

동물 動物


 발음 [ 동ː물 ]

 명사

 1. 생물계의 두 갈래 가운데 하나. 현재 100만~120만 종이 알려져 있고 그 가운데 약 80%는 곤충이 차지한다. 원생동물부터 척추동물까지 23개 문(門)으로 분류된다. 주로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섭취하며, 운동, 감각, 신경 따위의 기능이 발달하였다. 소화, 배설, 호흡, 순환, 생식 따위의 기관이 분화되어 있다.

 2. 사람을 제외한 길짐승, 날짐승, 물짐승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에 ‘동물’을 검색해 보면 두 가지 뜻이 나옵니다. 동물의 첫 번째 뜻은 식물과 구분되는 생물계의 갈래로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일컫습니다. 두 번째 뜻은 ‘사람을 제외한 짐승’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동물의 뜻으로 무엇을 먼저 떠올리셨나요? 인간은 자신 또한 같은 동물이지만, 그 안에 포함되기를 꺼리곤 합니다. ‘동물의 왕국’, ‘동물적인 감각’ 등의 용어는 그러한 인간의 사고를 반영합니다. 중앙 교지인 『연세』와 함께하는 이번 기획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동물을 마주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 주변엔 참 많은 동물이 있습니다. 먼저 인간이 도시를 꽉 메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 외의 다른 존재도 이 땅에 함께합니다. 개와 고양이는 ‘반려동물’이란 이름으로 오랜 시간 사람 곁에 함께했습니다. 풀벌레와 매미는 밤낮으로 울며 존재를 알리고 날벌레는 어디에서나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하늘을 날아가는 새, 강과 바다를 헤엄치는 물살이, 물과 뭍을 오고 가는 양서류와 파충류도 우리 주변에 함께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치 이 땅이 전부 인간의 영역인 것처럼, 선을 긋고 구획을 나누고 가격을 매기고 소유주를 정하곤 합니다. 그 속에서 인간 외 동물들은 쉽게 구별됩니다. 관리와 보호의 대상이거나, ‘우리’의 영역에 허락 없이 들어온 침입자로 말입니다.   

  

참 가까이에 있지만 죽음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동물도 존재합니다.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수많은 닭, 돼지, 소의 사체와 부산물. 양과 라쿤의 피부를 벗겨내 만들어진 옷. 펄떡이며 살아있는 채로 도마 위에 올라갈 횟집 수족관의 물살이. 모두 살아있는 동물이지만 우리에겐 ‘고기’라는 단어가 더 익숙합니다. 날개를 퍼덕이고, 두 눈을 반짝이며 뛰어다니고, 진흙 목욕을 하고, 힘차게 울며 꼬리를 움직이는 생명의 모습은 쉽게 제거됩니다. ‘먹음직스럽게’ 요리된 그들의 살점 앞에서 그들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이었음을 떠올리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연세』와의 공동기획은 인간이 비인간동물에게 부여한 얄팍한 이미지를 벗겨내고, 그들과 우리의 관계를 돌아보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8명의 편집위원이 보고, 듣고, 읽고, 느낀 점을 토대로 비인간동물을 세심히 살펴보는 여정을 떠납니다. 한 달 전, 먼저 시작된 『연세』의 발걸음부터 떠올려봅시다. 『연세』는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공간이 도시 속에서 그 여정을 시작합니다. 시멘트로 견고하게 지어진 아파트 단지에서 나와 차례로 생태공원, 광장, 대학교 캠퍼스를 둘러봅니다. 이제는 <연희관 015B>의 차례입니다. <연희관 015B>의 여정은 집에서 시작됩니다. 안온하고 평화롭지만 그만큼 시끌벅적하고 폭력적인 ‘집’에서 우리는 불현듯 펫샵을 떠올립니다. 안전해서, 그래서 두려운 집에서 나와 우리는 도살장을 들여다보며 동물의 고통을 생각하고, 서커스 공연장을 들러 동물의 행위자성을 한참이나 곱씹어보다가 이윽고 도서관에 도착합니다. 그러고는 시집 여러 권을 잔뜩 들고 와 무아지경의 발췌를 시작합니다. 인간들이 자신의 언어에, 문학에 동물을 사용한 방식들을 떠올리면서 그 관계성을 되짚어 봅니다.      


『연세』와 <연희관 015B>의 걸음을 함께 하면 보이지 않았던, 혹은 너무 잘 보였던 비인간동물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건 비인간동물의 삶에 대한 고민일 수도, 비인간동물과 맺었던 관계에 대한 회상일 수도, 혹은 인간으로서 겪었던 경험에 대한 반추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고통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누군가에겐 당연했던 사실의 균열일 수도, 누군가에겐 진솔하게 털어놓는 회고록일 수도 있겠지요. 모쪼록 이번 여정을 함께해주시길 바라며, 발걸음을 내디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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