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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20호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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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관 공일오비 Mar 15. 2024

쓰레기 따라가기: 연세대 쓰레기 탐험대, 두 번째

편집위원 영원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찾아서 

쓰레기 탐험대[1]의 일원으로 작년 12월, 학교의 쓰레기 발생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이 학교를 떠난 저녁 7시 무렵 연희관과 학생회관을 대원들과 함께 분홍 고무장갑을 끼고 네 차례에 걸쳐 돌아다녔다. 나흘 동안 우리는 라벨지를 떼지 않고 버린 페트병들은 고사하더라도 학회를 위해 단체 주문한 도시락이 채 뜯기지도 않은 채 박스 한가득 연희관 4층에 쌓여 있는 것, 그리고 커피가 반쯤 남아있는 테이크아웃 컵째로 쓰레기통에 버려져 쏟긴 커피로 흥건해진 쓰레기통들을 마주쳤다. 

  그러나 날이 밝고, 다음 날이 되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학교는 이내 깨끗해져 있다. 학교 안 어디엔가 별생각 없이 버리고 간 것들은 가만히 자리를 지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청소 노동자들은 학생들이 학교에 오기 전인 새벽 4~5시경에 출근해 1교시가 시작되는 오전 9시까지 대부분의 업무를 끝마치기 때문이다. 쓰레기통이 얼마나 차 있든, 테이크아웃 컵의 음료가 쏟아져 쓰레기통 전체를 오염시켰든, 음식물을 채로 일반쓰레기에 버려 벌레가 꼬였든 상관없이, 쓰레기는 청소 노동자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의해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2] 

  학교의 쓰레기가 각 관 청소 노동자에 의해 학생들이 오고 가는 건물 뒤편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쓰레기 적환장으로 옮겨지면, 학교와 계약을 맺은 폐기물 처리 업체가 모인 쓰레기를 재활용 폐기물과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 각각 도시 외곽에 위치한 재활용 센터와 소각장으로 쓰레기를 옮긴다. 매달 학교에서 100톤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쓰레기가 배출됨에도, 체계화되어 있는 폐기물 처리 시스템 덕에 우리는 학교를 떠나 더 이상 치울 수 없는 곳에 도착한 쓰레기들이 어떻게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와 같은 세계에 존재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 글은 학내 쓰레기 분리배출 현황 실태를 알리는 문과대학 자치언론 문우의 69호에 실린 글 <쓰레기를 찾습니다>에 이어,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쓰레기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학교 안에서 쓰레기의 이동 


일러두기

폐기물 처리 과정 일반에 관여하는 법인 폐기물관리법은 폐기물을 생활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로 구분한다. 연세대학교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사업장폐기물로 간주하는데, 이는 연세대학교가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제2조(사업장의 범위) 제7호가 규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제2조(사업장의 범위)
7. 폐기물을 1일 평균 300킬로그램 이상 배출하는 사업장


연세대학교는 당장 일반 쓰레기만 하더라도 매월 100톤 이상을 배출하고 있고, 하루 배출하는 폐기물의 양은 300kg을 가볍게 능가한다. 단, 사업장으로 분류될 경우 이곳에서 배출하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일은 더 이상 해당 사업장이 자리 잡고 있는 자치구의 책임이 아니게 된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생활 폐기물로 분류되기에 종량제 봉투에 담아 집 밖에 내어놓으면 지자체의 예산으로 봉투를 수거해가지만, 사업장 폐기물은 그렇지 않다. 사업장으로 분류된 연세대학교는,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폐기물처리법이 허하는 적합한 기준과 방법에 따라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이때의 처리는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폐기물을 수집, 운반, 보관, 재활용, 처분하는 모든 과정을 통칭해 처리라 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매끄럽게 수행하기 위해 학교는 폐기물 수집ㆍ운반업에 오래 종사해 다년간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인 (주)복천(이하 복천)과, 복천이 폐기물의 처분을 위해 재하청을 주고 있는 업체들과 3자 계약을 맺었다.  
 


쓰레기의 하루 


5:00 - 7:00

이른 새벽, 각 관의 청소 노동자들이 출근해 전날 오후부터 쌓인 쓰레기를 정리한다. 


6:00

복천 직원들이 출근해 작업할 준비를 한다. 


7:00 - 8:00

각 구역에서 외곽 미화를 담당하는 청소 노동자가 층별로 정리된 쓰레기를 쓰레기 집하장으로 옮겨둔다. 다만 청소 노동자가 근무하는 구역에 따라 외곽 미화를 담당하는 청소 노동의 수가 부족해 외곽 미화 노동자가 층별로 방문하지 못하고, 각 관의 청소 노동자들이 정리된 쓰레기를 1층에 내어놓으면 외곽미화가 수거해 쓰레기 집하장으로 한 번에 옮기기도 한다. 



잠깐! 이 글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쓰레기 문제를 환기하고자 쓰인 글이기는 하나, 각양각색의 쓰레기 문제로 인해 업무 부담이 가중된 청소 노동자들의 부담을 경감하고, 궁극적으로는 학내 구성원들의 변화를 요청하기 위해 쓰인 글이니만큼 구역별로 노동의 형태가 달라지는 이유를 잠시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학교 청소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어 이루어진다. 1구역에는 공학관, 과학관 등이, 2구역에는 연희관, 위당관, 대우관 등이, 3구역에는 백양누리, 경영관 등의 건물이 해당되며, 서로 다른 하청 업체가 각 구역을 관리하는 만큼 구역별로 노동 방식이 상이하다. 처음부터 청소 노동자들이 (1) 쓰레기를 정리하는 업무와 (2) 정리한 쓰레기를 1층으로 옮기는 업무를 겸했던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원래 다섯 명이 근무하던 관에서 한 명이 정년퇴직하면, 하청 업체는 수당 월 20만 원을 더 줄 테니 4명으로 작업을 해달라 부탁한다. 다섯이 나눠서 하던 업무를 넷이 나눠 가지니 업무 강도는 올라가기 마련이지만, 심화된 업무 강도만큼 돈을 받으니 청소 노동자들은 이 제안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다 중간에 하청 업체가 바뀌면서 원래 네 명이 하던 일이기 때문에 추가 수당의 형태로 지급되던 돈이 사라지고, 그렇다고 노동자를 충원하지도 않는다. 결과적으로 청소 노동자들은 이전보다 과중한 업무를, 마땅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행하고 있다. 청소 노동자의 가중된 노동 강도 경감을 위해, 그리고 기후 위기의 시대, 후술할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를 실천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 이외에도 공간을 깨끗한 상태로 가꾸기 위해 투입되는 노동을 우리가 얼마나 저렴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7:30 - 8:30 

트럭을 타고 학교 전체, 총 70여 군데를 순회하며 쓰레기를 수거하고, 대우관 뒤 위치한 선별장으로 옮긴다.


8:30 - 10:00

각 관의 청소 노동자들이 혼입된 쓰레기를 일차적으로 선별해 낸 것을 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쏟아부어 잘못 분리배출 된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선별 작업을 재차 진행한다. 일반 쓰레기로 배출돼 재활용할 수 없는 것들은 따로 풀어보지 않고, 그대로 압축한다. 이 기간 이들은 음식물이 묻어 오염된 재활용 쓰레기, 음료가 반쯤 들어 있는 페트병, 먹다 남은 배달 음식 등을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재활용 쓰레기와 분리한다. 


10:00 - 11:00 

2차 순회를 진행한다. 


13:00 - 16:00

3차 순회와 선별 작업을 병행한다. 이렇게 하루에 총 세 차례 학교 전체 순회를 돌며, 간혹 연구실을 정리한다거나 하는 이유로 폐기물이 대량으로 나오는 경우 긴급 출동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학교를 떠난 쓰레기의 행방

선별장에서 선별 작업을 마친 쓰레기는 학교를 떠나 경기도 화성, 평택 등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쓰레기 처리장으로 이동한다. 가능하다면 직접 현장에 방문해 쓰레기의 마지막 모습까지 취재하고 싶었으나, 업무가 바빠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는 회신을 받아 아쉽지만, 해당 부분은 빈칸으로 남겨두게 되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사라진 듯 보이는 쓰레기가 우리의 믿음처럼 과연 온전히 사라진 것이 맞는지를 질문하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만큼, 학교를 떠난 폐기물이 마주하게 될 마지막을 추적하는 과정이 누락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들에 말미암아, 여러 텍스트에 기대어 부족하나마 빈 부분을 메우고자 한다.[3]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5의3. ‘처리’란 폐기물의 수집, 운반, 보관, 재활용, 처분을 말한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 위치한 학교를 떠난 폐기물은 각각 경기도 화성, 평택에 위치한 폐기물 처리장으로 운반된다. 이곳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는 재활용을, 재활용이 불가한 일반 쓰레기의 경우 처분하여 비로소 폐기물의 처리가 마무리된다. 

  재활용은 쓸모를 다 해 불필요해진 물질을 다시금 인간에게 필요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재활용은 재사용, 재생 이용, 에너지 회수를 아우르는 넓은 개념이다. 우선 재사용은 재활용 쓰레기를 그대로 혹은 고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키고, 재생 이용은 재활용 쓰레기를 원료 물질로 바꾸어 다시 사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PET펠릿(pellet)이라는 재생 원료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재생 이용의 예시라 할 수 있겠다. 작은 구슬 같은 형태인 PET펠릿은 폐플라스틱을 파쇄하고, 세척하고, 열에 녹여서, 국수 가락처럼 길게 뽑아내 한 김 식힌 후 작게 잘라 만든다. PET펠릿은 그 자체로 쓸모를 지닌 물건은 아니지만, PET펠릿을 녹여 원하는 모양의 플라스틱 용기를 만들 수 있다. 에너지 회수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에너지를 회수하거나,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는 물질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일한 성상의 폐기물(섬유 공장의 섬유, 폐지 등)을 한데 모아 태워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직접 사용하거나, 고형연료제품(Solid Refuse Fuel)을 만드는 것이 그 예이다. 복천의 재활용 할 수 있는 폐기물을 재활용 업체에 전달하고 그 양에 따라 업체로부터 값을 지불받고, 이것이 복천의 이윤이 된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은 처분되어야 한다. 처분은 오염되어 있고, 더러운 것인 폐기물이 우리에게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에게서 완전히 격리하는 과정이다. 격리는 폐기물을 땅에 묻는 방식, 즉 매립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그 때문에 매립을 두고 최종 처분이라 명한다. 매립은 폐기물을 바로 매립하는 경우인 직접 매립과, 중간 처분을 거친 후 폐기물을 묻는 간접 매립으로 나뉜다. 중간 처분에는 크게 네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열적 중간처분인 소각이다. 폐기물을 소각해 나온 재를 땅에 묻는다. 이외에도 기계적 중간 처분(압축), 생물학적 중간 처분(미생물로 분해), 화학적 중간 처분(화학 반응 활용)의 다양한 방식으로 중간 처분이 이루어진다. 만약 중간 처분과 최종 처분이 중간에 작업장의 이동 없이 한 장소에서 이루어진다면, 이를 두고서는 종합 처분이라 한다. 복천은 학교에서 수거한 폐기물을 곧바로 최종 처분 업자에게로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소각장을 운영하는 중간 처분 업자에게 넘긴다. 폐기물을 소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소각할 폐기물의 무게에 따라 정해지고, 이 비용을 학교 총무처에서 지불하게 된다. 

  폐기물 처리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 불경한 쓰레기를 우리로부터 격리하기 위해 땅에 매립하거나, 우리의 쓸모를 획득하기 위해 재활용 과정을 거칠 것을 법은 규정해 두고 있으나, 법에 근거해 폐기물의 처리가 모두 완료된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폐기물과의 불편한 공존을 이어가고 있다. 쓰레기를 직접 매립하는 경우, 쓰레기 독성으로 인해 침출수가 나오고, 매립 가스가 배출된다. 무엇보다 매립 가능 용지 대비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의 용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매립지는 언젠가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되고, 새로운 매립지를 찾아야 한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매립지는 인천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역시 포화가 예상되는 2025년부터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쓰레기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인천시의 이 같은 선언은 매립이 더 이상 물리적으로 불가하다는 사실 이외에도, 타(他)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우리 지역에서 처리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인천 시민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혐오 시설 중 하나인 매립지가 생활 권역 내에 존재한다는 것은 쓰레기통에 버린 것들이 그저 사라지지 않고 매립 가스, 오염수 등의 형태로 변해 끈질기게 나의 일상에 침투하고 있음을 목도해야만 한다면, 서울-경기도에 거주하고 있기에 쓰레기의 마지막을 목격할 일이 없는 이들에게 쓰레기는 쓰레기를 모아다 집 밖에 내놓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쓰레기 직접 매립의 유해성과 지속 불가능성을 고려해 지난 2021년, 2026년부터 수도권 매립지 내 직접 매립을 금지하고, 소각이 불가한 불연성 폐기물만 매립하도록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확정해 공포했다. 이외의 지역은 4년 뒤인 2030년부터 직접 매립이 금지된다. 환경부의 정책은 “타 지역의 쓰레기를 더 이상 수용하지 않겠다”라는 앞선 인천시의 선언과 직접 매립을 강력히 규제한다는 점에서 공명하는 지점이 있다. 그러나 감소하게 될 직접 매립의 비율만큼 중간 처분을 단행하기 위한 소각장의 신규 건설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잠깐만 생각해 보아도 지역 간 갈등이 더욱 빈번해질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쓰레기 직접 매립 금지가 당장 2년 뒤인 2026년에 시행되는 수도권 지역에 있어서는 현재 진행 중인 갈등이다. 서울시는 환경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 시내 신규 소각장 입지를 물색했고, 그 결과 기존에 자원회수시설을 운영하고 있던 마포구 상암동이 최종 부지로 선정되었다. 소각장 옆 주민들은 사라져 없어질 것을 기대하며 버린 쓰레기의 행위자성을 냄새를 통해 즉각적으로 감각한다. 더럽고 역겨운 쓰레기 냄새. 태우면 그만이지만 쓰레기를 소각함과 동시에 다량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며, 소각하기가 무섭게 그 빈자리를 새로운 쓰레기가 채우기 때문에 냄새는 소각장이 가동되는 한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나의 이야기 

쓰레기는 모두가 함께 배출한 것임에도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갈등은 처리 시설이 들어선/설 지역과 그 인근 지역의 주민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라는 사실이 기이하게 여겨졌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폭탄 돌리기 게임을 보는 것만 같았다. 총무처 총무팀에서 교내 미화 관련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 주임님을 만나러 갔을 때, 2021년까지만 해도 단과대 건물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각 단과대의 예산으로 처리하다 종종 출처 모를 쓰레기가 발생할 때 쓰레기의 책임 소재를 두고 문제가 빈번히 불거져 2022년부터는 총무팀에서 일괄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기 시작했다 말씀해 주신 것이 퍼뜩 떠올랐다.  

  그러나 저 불결한 쓰레기가 나의 생활을 어지럽히지 않아 다행이라 여기는 감정은 사실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배달업이 크게 성장해 안 그래도 매년 증가하던 추세인 쓰레기가 다량의 일회용 용기 배출로 인해 또 한 번 크게 늘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질끈 눈을 감고 쓰레기 처리 시설이 제발 내가 있는 이곳에 들어서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은 단지 한 순간만을 모면하게 할 뿐이다. 

  그럼 무얼 할 수 있을까. “폐기물 처리 시스템의 빈틈을 찾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식의 논지를 전개하기 위해 관련 제도들을 쭉 검토해 볼 수도 있겠지만, 쓰레기 문제에 있어 장기적인 해결책은 결국 ‘쓰레기 배출량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비단 글을 쓰고 있는 나, 한국 사회뿐 아니라 (너무나 당연하게도) 전 지구적으로 중요하게 공유하고 있으며, 이 흐름 속에서 환경을 위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 운동이 단지 구호로만 남아 스러지지 않도록, 개개인의 생활 양식에 있어 실천적인 변화를 끌어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얼떨결에 일상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시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정을 나누고자 한다. 



언제는 안 그랬겠냐마는,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을 떠나 서울에서 혼자 생활을 꾸려나가다 보니 생활의 모든 부분이 다 돈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매달 들어가는 주거비, 관리비, 식비, 교통비, 의료비 같은 것들을 계산하다 보면 정해둔 한 달 생활비를 빠듯하게 운용해야 예산을 맞출 수 있었다. 생활비가 정 부족하다면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주거비와 학교 등록금을 부모님께서 전적으로 지원해 주시는 만큼 생활비만큼은 내가 가용할 수 있는 돈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모종의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 


학기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이 하루에 소비하는 내용을 생각해 보면, 아마 매일 대략 


    ✅ 삼시세끼라지만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많으니 밥 두 끼 - 2만 원

    ✅ 피곤하니까 커피가 마시고 싶을 수 있다 - 4천 원 

    ✅ 간식이 먹고 싶을 수 있다 - 3천 원 

    ✅ 집에서 학교 오가는 교통비 – 3-4천 원 


정도는 소비할 것이다. 나의 경우 걸어서 학교에 갈 수 있어 교통비를 따로 매일 지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식비만으로 대략 한 달에 60만 원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 학교를 멀리 벗어날 수 없어 주로 학식을 먹거나, 샌드위치, 간편식,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운 것에 불과한 것임에도 그렇다. 식비를 아끼자니 식사를 거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 보였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장을 봐 집에서 요리해 먹으면 식비를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집에서 만들 수 있음 직한 음식은 만들어 먹기 시작했고(파스타가 대표적이다. 나는 파스타가 이탈리아식 건강한 라면이라는 수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주말에 장을 봐 반찬을 미리 만들어 두고 그다음 한 주간 밥만 새로 지어 학교에 갈 때면 도시락을 싸 다니고 있다. 

  언젠가 배달 앱을 깔아 집으로 음식을 배달해 먹었는데,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니 혼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져 음식을 남겨 결국에는 버렸고, 배달비도 만만치 않아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배달을 시키면 담겨오는 포장 용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페널티를 부과받지 않기 위한 배달 노동자들의 거친 운전에도 음식은 온전해야 하므로 필요 이상의 포장재가 사용되었다. 플라스틱 용기에 빨간 국물이 물든 경우 재활용이 어려워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평소 잘 쓰지 않는 큰 용량의 종량제 봉투를 별도로 구비해 두어야 했다. 밥 한 끼 먹었을 뿐인데,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금세 쓰레기통이 찼다. 그 이후 집에서 요리해 먹기가 귀찮으면 차라리 직접 식당에 가서 먹거나, 다회용기를 들고 가 음식을 용기에 담아 들고 집으로 돌아와 먹곤 한다. 

  그리고, 탄소중립 포인트 녹색생활 실천이라는 제도가 있다.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소비 활동을 전개할 때 전자 영수증 발급, 텀블러 이용, 다회용기 이용 등 친환경 활동을 실천할 때마다 건당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무언가를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기업들이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살펴보시길!


취향

돈은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서만 쓰이지 않는다. 소비자의 소비를 원천으로 성장하는 소비 자본주의 사회는, 소비자를 매료시키는 수많은 물건을 아케이드에 진열해 둔다. 소비자는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며 자신의 취향을 찾아간다. 소비는 개인이 느끼는 격렬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 방법으로도 종종 등장하는데, 스트레스를 잔뜩 받아 소비를 통해 감정을 해소하는 ‘홧김 비용’, 돈을 쓰면서 행복을 느끼는 ‘탕진잼’ 등의 수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나 또한 한 명의 소비자로서 나의 즐거움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은 않은 것들을 구매한다. 다만 나의 필요와 선호에 기초해 마련한 기준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옷을 산다고 하면, 나의 필요와 선호 이외에도 


    ✅ 입었을 때 편한가?

    ✅ 오래 입을 수 있는가? 

    ✅ 빨래를 세탁기에 돌려도 망가지지 않는가? 

    ✅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옷과 겹치지 않는 스타일인가? 


와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 옷을 구매한다. 이 기준 중 다수를 만족하지 않는다면, 나의 운명이 아니라고 생각해 아쉽지만 보내준다. 무엇보다 구매한 물건을 ‘오래 사용할 수 있는가’는 옷뿐 아니라 다른 물건을 구매할 때도 공통으로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이다. 왜냐하면 내가 무언가를 구매하기로 했다는 것은 그 물건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인데, 내구성이 좋지 않아 빨리 망가지면 해당 물건에 쏟은 애정을 뒤로 하고 그를 대체할 무언가를 새로 찾아야 하는 주기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필통은 중학생 시절 여행을 갔을 때 구매한 것으로, 크기가 크지는 않지만 내가 꼭 들고 다녀야 하는 필기구는 다 들어가고, 색상도 평소 좋아하는 파란색 계열에 마감이 잘 되어 있어 10년 가까운 세월을 매일 같이 들고 다녔음에도 특별히 헤진 곳이 없다. 사용하고 있는 텀블러는 고등학생 때 구매한 것으로, 스테인리스 재질이고 보온과 보냉 기온이 탁월해 굳이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외관 도장이 따로 없어 칠이 벗겨질 일이 없어 세월을 감각하기 어렵다. 다만 나의 부주의로 여러 번 떨어뜨린 탓에, 군데군데 찌그러진 흔적이 남아 있기는 하다. 
 

기후 우울

시험 기간에 테이크아웃 음료 잔으로 터질 듯 넘치는 학교 쓰레기통을 볼 때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와. 쓰레기 이렇게나 많다고? 다음 날 아침이면 이내 쓰레기통은 말끔히 비어 있는데, 저녁에 집에 돌아갈 때쯤이면 또다시 쓰레기통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중학생 때 죽은 물고기 배를 가르니 가득한 폐플라스틱을 보고 받았던 충격을 학교를 올 때마다 받았다. 물고기들은 바닷속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무심코 먹고 몸이 물보다 가벼워져 수면 위로 떠 말라 죽거나, 혹은 소화되지 않는 플라스틱 탓에 기능 장애가 발생해 죽는다고 했다. 그 사실을 플라스틱 더미를 볼 때마다 떠올렸다. 

  커피를 당연히 테이크아웃 해서 마실 수 있고 페트병에 든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것도 응당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동시에 그러지 않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지 않는 선택지가 더 쉽다. 학교에는 정수기가 온 건물에 설치되어 있으니,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물을 받아 마시면 되고, 커피도 테이크아웃할 때 들고 온 텀블러를 내밀며 그곳에 담아달라 부탁하면 된다. 심지어 텀블러를 사용하면 학교 트레비앙은 할인해주고, 앞서 언급한 탄소중립 포인트 녹색생활 실천을 이용하면 건수마다 일정 금액이 적립된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텀블러를 헹구는 일이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 덕에 플라스틱 소비가 줄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일이다. 심지어 얼마 전 중앙 도서관 1층 한 편에 텀블러 세척기가 설치되었으니, 이용해 보아도 좋겠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계에서 살아간다 

줄곧 쓰레기 문제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호소하는 글을 써왔지만, 쓰레기 문제(혹은 더 크게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꽤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실천을 행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나는 잘 알고 있다. 주방 세제를 다시 채우기 위해 홍제천 근처에 위치한 리필 스테이션 보틀 팩토리에 방문해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이 공간을 채운 것을 봤을 때. 어느 주말 채소와 과일을 사려고 방문한 서교동의 농부 시장 마르쉐가 손님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찬 것을 봤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고로 나는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나의 실천이 어떤 토양 위에서 (불)가능했는지를 살펴야만 한다. 

  애초부터 분리수거가 어렵게 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있다. 쓰레기 탐험대 활동을 하다 대원들 모두가 탄식을 내뱉었던 페트병이 있었다. 딸기 바나나주스가 담겨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병이었는데, 병 옆면에 붙은 스티커는 쉽게 떼어지지도 않고 병뚜껑도 요상한 우산 모양이라 사이사이 깨끗한 세척이 어려운 구조였다. 식재료를 사기 위해 집 근처의 마트에 가 보면 1인 가구의 편의를 위해 파, 마늘, 가지 등의 식재료가 대개 스티로폼과 랩에 싸여 소분되어 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장을 볼 선택지가,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집 가까이에서 열리지 않는 마르쉐에 가야만 존재한다는 사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잘 포장된 신선 제품을 내 장바구니 속에 넣게 만든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분리배출 규정은 분리배출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여태껏 재활용 쓰레기라 생각했던 플라스틱 빨대가 실은 일반 쓰레기이고, 서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인 바나나 껍질이 전북 군산에서는 일반 쓰레기인 식이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일반쓰레기, PET, 캔/알루미늄, 스티로폼 등 길게 늘어선 쓰레기통 앞에 서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혼란스러움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 쓰레기 탐험대 활동을 하면서는 쓰레기통의 종류가 충분히 다양하지 않아 학생들이 혼란을 겪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이/일반쓰레기/재활용 쓰레기의 3구 쓰레기통을 조사했을 때는 쓰레기 혼입률이 비교적 양호했으나, 일반 쓰레기인지 종이인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이 박스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경우에는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이 동시에 버려져 있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23년 11월 환경부는 “고물가/고금리 상황 속 소상공인의 부담을 고려해” 종이컵 사용 규제 폐지 및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조처하는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2003년부터 이어져 오던 일회용품 규제를 위한 노력을 역행하는 결정으로, 2022년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조치로 본격화된 종이 빨대 산업에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마지막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일은 개인의 소비 방식 변화를 요청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제로 웨이스트는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자신에게 기대되는 소비자 정체성을 적극 활용해 사회 변화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내는 정치적 소비주의(political consumerism)에 크게 기대고 있다. 즉, 사회가 개인에게 기대하는 바가 소비라면, 바로 그 소비의 양상을 변화시켜 궁극적으로는 기업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할 것을 요청하는 제로 웨이스트의 실천은 개인 밖에 존재하는 소비 자본주의라는 삶의 조건에 대항하는 항구적인 노력 혹은 그 조건과 타협하는 과정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나의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가꾸기 위해 필요한 자원인 시간과 돈은 속해 있는 계급에 따라 각기 달리 분배되기 때문에, 제로 웨이스트 실천 양상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개인적인 분투는 개인을 빠르게 소진한다. 

  그러나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무겁게 지고 있는 개인이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주어진 조건과 끊임없이 분투하며 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무엇이 ‘쓸모 있는’ 물건인지를 재차 질문하는 일, 다음 세대가 살아갈 지구를 염려하는 일, 나 이외 종의 삶을 살피는 일을 계속해 나가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좌절을 경험한 개인들이, 계속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동료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생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자고 말하는 제로 웨이스트의 구호에 동감하는 이라면, 자기 자신을 포함해 지구 위에 살아가고 있는 다종의 구성원들이 더 나은 삶의 조건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데에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리라 믿는다.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각자의 속도로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으니, 언젠가 길에서 마주치길 바란다.



편집위원 영원(wizjulia@hanmail.net)






[1] 쓰레기 탐험대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 분회, 문과대학 자치언론 문우, 연희관 015B,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중앙교지 연세편집위원회의 다섯 개 단체로 구성된 프로젝트이다. 

[2] 공일오비 17호 모자의 <보이지 않던 노동을 마주할 때>, 19호 날틀의 <눈 똑바로 뜨기>에 자세한 내용이 서술되어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3] 이 절에서 학교를 떠난 폐기물이 처리되는 방식에 대한 서술은 폐기물관리법, 폐기물관리법시행령, 그리고 서울환경연합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영상 “[쓰레기대학2] 6강 | ‘폐기물 처리’의 정의”를 참고해 작성하였다. 



참고문헌

강나리, "환경부, 2026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사이드뷰, 2021.2.5., (https://www.sideview.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77).

구자익·이정용, "수도권 소각장서 대기오염물질 1000톤 넘게 배출," 시사저널, 2021.6.24.,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602). 

김기범, "일회용품 줄이려던 사회적 노력 물거품..."일회용품 안 쓰려던 아이들에겐 뭐라 설명할까요?"," 한겨레, 2023.11.7., (https://m.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311071536001#c2b). 

김현종,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폐트병 하나에 19원 ... 플라스틱, 왜 이렇게 싼 걸까요?," 한국일보, 2021.3.16.,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31214500001945).

김휘원, "서울 신규 소각장 마포구 상암동으로 확정...주민들은 반발," 조선일보, 2023.8.31.,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seoul/2023/08/31/Z3RKEBA7NBARRMAZLFUENVBHSE/). 

박진만·박서영, "끝나지 않는 '폭탄돌리기'의 역사... 쓰레기 매립지 갈등," 한국일보, 2020.11.14., (https://www.ajunews.com/view/20230425141613672). 

이새은, "쓰레기 대란 카운트 다운... "3년도 안 남았다"," 데일리굿뉴스, 2022.5.12., (https://www.goodnews1.com/news/articleView.html?idxno=408357). 

최정석·조연우, "[르포] "창문 못 열어, 전기세 폭탄"...마포구 쓰레기 처리시설 '몰빵' 울분 토하는 주민들," 조선비즈, 2023.9.14.,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3/09/11/T54VHFXP4FA2JKOV4ESCX27M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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