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지 못하는 코끼리가 되지 말자
아침의 지하철은 수많은 사람들로 꽉 차 있다.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하고 있는 사람들,
눈을 감고 부족한 아침잠을 충전하고 있는 사람들,
빈자리가 나길 기다리며 서있는 사람들과
가끔 시험기간쯤인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
‘지옥철’이라고 불릴 정도로 빈틈없이 꽉 차 있는 열차 안엔
무표정하고 지쳐 보이는 눈빛이 가득하다.
아니 지쳐 보이는 건 아마 내가 지쳐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제 문득 퇴근하고 생각을 해봤는데
어제 하루엔 ‘내’가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나를 돌보는 일보단 일과 회사뿐이었다.
깨닫고 나니 무력감과 허무함이 들었다.
가끔 아침 일찍 일어나면 출근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학습된 무기력 실험이 떠오른다. 어떤 동물을 케이지 안에 가두고 피할 수 없는 전기충격을 지속적으로 가할 때 그 동물은 처음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자극을 피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동물은 미동 없이 고통을 받아들인다.
어릴 때 묶인 코끼리가 집채만 한 크기가 되고 묶인 끈을 끊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돼도 도망가지 않는 이유도 학습된 무기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꼭 점점 내가 우리 안의 동물과 닮아가는 느낌이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무력감에 길들여져 가는 기분.
삶은 수많은 통제 불가능한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이야기를 들어도 웃어야 하는 각자만의 이유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의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충분한 힘이 있어도 도망가지 못하는 코끼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하루에 하나씩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가는 건 도움이 된다.
책을 10페이지 정도만 읽어도 좋고
브런치에 5줄만 적어도 좋다.
작게라도 오로지 나만을 위해 쓰는 시간이 생긴다는 게
의미 있는 거니까.
정말..회사랑은 썸만 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