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와 I 사이의 애매함에서

비슷한 여럿으로서 vs유일한 하나로서

by Summer Breeze

난 확실히 내향형 인간이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혼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웃고 떠드는 것도 물론 즐겁지만 혼자 시간을 보낼 때만 채워지는 무언가가 있다.


사람들은 힘들다고 말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나 같은 집순이에게는 오히려 쉬운 편이다.

다들 집에서 뭐가 그렇게 할 일이 많냐고 하는데 생각보다 집에서 할 일들이 꽤 많다.

넷플릭스 영화도 봐야 되고, 그림도 그려야 되고 밀린 책도 읽어야 된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도 해야 되고 강아지랑도 놀아 줘야 한다.

더욱이 누워만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해도 시간은 매우 잘 간다.


그런데 이런 내가 MBTI 검사를 하면 E형이 나온다.

참 신기한 결과다.


비슷하게 혈액형이 있다.

사람들은 나한테 O형이나 B형 같다고 하지만 난 A형이다.

여기서 하나 팁을 주자면, 누군가가 자신의 혈액형을 물었을 때 O형 아닌 A형이라고 대부분 맞는다. 왜냐하면 전 세계 인구의 70%가 O형 아님 A형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엄청 인기가 많았던 혈액형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고 MBTI가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유명해지기 전부터 MBTI를 알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열광할 줄은 몰랐다. 궁합, 직업 등등 다양하게 응용되며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과거와 비슷한 유행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분류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느꼈다. 성격을 몇 가지로 나누고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몇 달 넘게 대화하고 관찰하는 것보다 빠르고 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세상의 사람들은 너무 다양해서 끝이 없는 스펙트럼과 같아서 유형화하게 되면 그 사이에 애매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공백이 남는다. 그리고 우린 확증편향의 덫으로 특정 유형으로 판단된 것에 부합되지 않는 정보보다 적합한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하게 된다. 특정 성격으로 분류되고 판단된 사람 역시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그 유형에 맞춰 재단하고 조절한다.

유일한 하나로서의 독특함이 여럿으로서의 동일함으로 점점 치환된다. 개인의 개성보단 성격유형 집단의 특성만 남아 더 이상 개인이 개인으로서가 아닌 집단으로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을 이해하고자 사용하는 간편한 도구들이 진짜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아는데 장애물이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궁금해졌다면 혈액형이나 MBTI가 아니라

대화를 깊게 해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일 정확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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