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단녀, 퇴직의 이유들

by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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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그 아까운 회사를 왜 그만뒀더라?


저녁 다 먹고 차분히 생각해 본다. 만만 한 건 남편이다. 남편이 그만두고 쉬어도 된다고 했다. 아니, 언제부터 이렇게 종속적인 삶을 살았나? 더 솔직해져 보자.


회사가 힘들었다. 적당히 경력이 쌓일 즈음 회사 일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승진하는 재미도 한두 번이다. 게다가 승진 못 할 때의 자괴감 또한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팀원들과 점심 식사 후 하는 산책을 뒤따라가며 멍 때리기를 반복한 적도 많았다. 재미없는 팀빌딩에 웃으면서 사진 찍는 일, 몇 년을 봐도 더 깊게는 친해지지 못하는 동기들과 역시 동기밖에 없다며 전우애를 다지는 일, 아무리 해도 일로는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매일매일... 그 일들이 있긴 있었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지만, 그때 사람들은 왜 이렇게 회식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종종 내 귀를 스쳐가는 약간의 성적인 발언들...


경단녀로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거기서 빠져나온 게 잘했다 싶기도 하다.


일찍 일어나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이상한 소리에 재밌다며 미소 띠지 않아도 된다. 참다 참다 일 좀 제대로 하라고 옆의 동료에게 오래간만에 맞는 말 해놓고도, 내가 그냥 알아서 처리할걸 괜히 성질부렸나 뒤집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칼 퇴근을 할 수 있을까 온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되고, 녹초가 되어 집에 와서 그냥 잠드는 게 아까워 밤새 핸드폰과 티브이를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왜 다시 그 일을 하려고 할까?


돈 때문일까? 아니면 스타벅스 쿠폰을 빨리 모을 수 있기 때문일까? 일단 커피 한 잔 하면서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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