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누구의 딸도, 엄마도, 아내도 아닌, 바로 나

by 소담
2BFB4183-5114-4F2C-8FE6-B7B7ECC898DF_1_201_a.heic


나.


그래 나.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경단녀라는 타이틀이 싫어서 일단 발버둥부터 쳤다. 현실을 바로보고 차근차근 시작해보기로 했다.


내가 누구인가? 너무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그러나 이쯤 해서 피하지 말아야 할 질문이기도 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가? 내가 뭘 잘하는가? 내가 뭘 하고 싶은가? 사람들은 내가 뭘 하기를 기대하는가? 내 상황이 어떠한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다 보면 내 욕망이 보일 거고, 그걸 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인정하고 시작한다. 나는 경단녀다. 내가 그랬듯, 미혼 여성과 출산 전 여성들, 또는 출산 후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워킹맘이 우려하고 있는 그 타이틀, 바로 그 경단녀다. 이렇게 와버렸는 것을 어떻게 하나.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삶의 흐름이 나를 이리로 데려온 거다. 경단녀 되기 싫어 발버둥 치는 사람도 이해하고, 그들이 어떤 면에서 경단녀를 측은해하는 것도 이해한다. 아니 전혀 안 그럴 수도 있는데, 자격지심에 혼자 상상으로 만들어낸 그들일 수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냉정한 현실 인식이었다.


돈. 계속해서 솔직해지자. 돈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다.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벌다가 안 버니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가난해서, 집안의 벌이가 시원치 않아서 그렇냐고도 하던데, 그러기엔... 이부진도 일한다. 삼성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부진은 경단녀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아이. 당장은 내가 돌봐야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 누군가 돌봐줘야겠다고 생각한다. 내 손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또 육아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도 가득하다. 이 양면성은 끝끝내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아이는 커갈 것이고 점차 상황은 좋아질 것이다. 이왕이면 파트타임이 좋겠지만, 지금 그걸 가릴 땐가? 아이가 크는 사이에 준비하면 해결될 문제다.


구직 시장.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일 그만둔 지 얼마나 됐다고, 시장에서 원하는 조건에 맞지 않는다. 서너 군데 이력서를 넣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력서에 대답이 와도 당장 면접부터 문제다. 얼마나 쉬었다고 어색하다. 면접에서 둘째는 언제 낳을 거냐고 물어보던 면접관이 생각난다. 걱정일까, 오지랖일까? '그 남자 면접관이랑 사는 여자는 행복할까?'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애써 무시해 본다.


시장이 원하는 바와 내가 원하는 바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뿐이다. 돈이 너무 적거나, 일이 너무 별로거나, 근무 시간이 너무 많거나, 출퇴근이 너무 멀거나, 하여간 내가 원하는 것은 없었다. 비슷한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어떠한 삶을 살아왔든, 한 마디로 경단녀가 할만한 일자리는... 없었다.


남은 건 공부다. 근데 무슨 공부를 해야 하지?



keyword
이전 04화4. 무엇보다 중요한, 내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