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1등이 아니어도 괜찮은, 재능

by 소담
E5E4CE50-E36F-48A2-85AB-7EB91EAE76FC_1_201_a.jpeg


공부.


지긋지긋한 공부. 그래도 하던 게 공부라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문제는, 내가 학창 시절에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는 머리도 아니었고, 서울대 갈 만큼 내신이 좋지도 않았고, 대학 학점도 사실 형편없으며, 토익 점수도 별로였다는 사실이었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공부에 특별한 재능이 없는 것은 나의 12년 공교육 성적과 대학이 말해줬다. 우리나라는 한 사람이 얼마나 공부에 재능이 없는지 학기마다, 학년마다 확인해주는 공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누구보다 잘 알았다. 공부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더 큰 문제는... 그런 공적 시스템 안에서 12 년을 구르고 나니, 공부도 못하지만 다른 것은 더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누구처럼 손재주가 좋아 머리를 잘 자르는 미용사가 된다거나, 미각이 좋아 요리를 잘해 식당을 연다거나, 몸이 날렵해 운동을 한다거나, 감각이 뛰어나 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나에게는 없다는 게 너무 확실했다. 게다가 공부까지 재능이 없는 총체적 난국이었는데, 그래도 하던 게 연필 잡고 종이에 뭐 쓰고 시험 보고 그랬던 거라... 결국 공부를 해서 이 난제를 해결해보기로 했다.


학창 시절에 1등 한 번 못해보고 공부가 재능이라고???


이 부분에서 재능이라는 것을 좀 더 현실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미용사를 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도 있고 동네 미용사도 있다. 현재 그들의 위치 차이는 실력이나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손재주가 없는 나 같은 사람은 그 둘 중 누구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그들은 비슷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핵심.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다. 요리사도 호텔 셰프도 있지만 동네 식당 요리사도 있다. 미각과 요리 솜씨 없는 나는 그 둘 중 어느 자리에도 갈 수 없다. 운동도 마찬가지, 디자이너도 마찬가지, 그리고 하물며... 의사도 마찬가지다.


공부로 돌아가 본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한국의 교육 체계에서는 공부를 기준으로 해서 공부 잘하는 1등 밑으로 모두 줄을 설 것 같지만, 사회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재능이라는 것은 꼭 그 분야에서 1등 해야만 있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 10등 20등일지라도 다른 것보다는 공부가 체질에 맞다면, 그게 적당한 재능이 되는 거다. 그렇게 공부를 재능으로 인정하고, 스스로가 가진 능력만큼 공부를 해서 그만큼의 일을 하면 되는 거다. 내 주력 업계가 공부 쪽이라는 거다. 이렇게 경단녀의 타이틀을 떼어낼 무기를 공부로 결정했다.

keyword
이전 05화5. 누구의 딸도, 엄마도, 아내도 아닌, 바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