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피곤해서 그럴거라 생각했다.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니까... 꾀병인가 싶기도 했다. 괜찮아질거라 생각하고, 이왕 시작한 거니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끝을 내보자 생각했다. 남편이 도와주고, 친정 엄마도 도와줬다. 아이도 안쓰럽긴 하지만 잘 버텨준다. 멋진 엄마의 모습이 되는 것으로 아이의 본보기가 될 거라고 생각하며 가족이 모두 잠든 밤, 다시 한 번 혼자 책상 앞에 앉는다.
밤 중에 책상에 혼자 앉아있으면 오만 생각이 다 든다. 이 글의 시작부터다. '어쩌다 내가 경단녀라니...' 부터 지금까지 했던 사고의 과정을 쭉 훑어보는 것이 일종의 의식이 됐다. 포기할 포인트를 찾아본다.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어설픈 열정으로 시작해 버렸다. 이제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했다. 몸은 지치고, 공부는 예전 같지 않다. 나이 들어서 기억력 탓으로 공부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꼭 그런 거 같지는 안았다. 남편이 기분 나쁘게 한 건 절대 안 까먹는데, 공부한 것만 까먹는다. 선별적 망각...
외로운 싸움이었다. 주변의 도움도 사실은 거기까지였다. 남은 것은 나 자신과 내 의지뿐이었다.
내 의지가 사라지면, 남은 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나.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나. 이제는 경단녀라고 불리든지 말든지 아무 상관이 없는데, 어느덧 멀리 와버린 나. 거기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될 나. 누군가의 엄마라고 하기에는 공부한답시고 엄마 노릇을 많이 안 한 나. 남편에게 도움만 받고 실패 한 나. 뭐 그런 나...
이렇게 멘털이 무너지고 있었다. 이와 함께 건강도 무너져버렸다. 출산 후 제대로 된 보충 없이 바로 공부에 뛰어든 탓일까? 이상함을 감지 했을 때 쉬어야했는데... 뒤늦은 후회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이 멈췄다. 당장 중요한 것은 경력단절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내 건강이었고, 아이였고, 가족이었다.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렇게 포기에 가까이 갔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