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시작하자마자 하기 싫은, 자격증 공부

by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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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자격증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우선 공부로 승부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었고, 시간당 버는 돈이 올라가기 때문에 절반만 일하고 (예전 그대로만 벌고) 나머지 시간에는 아이를 볼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어떤 자격증이든 조건은 까다롭고 공부할게 많았다. 난 어차피 반나절만 일 할 거니까, 막연히 기존 급여의 두 배 이상의 돈을 많이 벌 것 같은 자격증을 골랐다.


학교/학원도 등록해야 했고, 책도 사야 했다. 노트북도 하나 살까 하다가, 일단은 있는 거 써야겠다 생각했다. 계속해서 정보를 알아봐야 하니 뭔가 힘이 나기도 했다. 막연하게 구직자 사이트를 헤매고 다닐 때보다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자격증을 따면 취업이 확실히 되려나? 그 부분이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일단은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먹었으니 그것에만 집중하는 거로 했다. 그 뒤는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미뤘다. 물론, 자격증만 따면 크게 문제없을 것 같다는 기대감과 함께. 이쯤 하니, 뭔가 감정적으로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막상 맘 잡고 앉아 책을 펴보니, 그냥 경단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그냥 맘에 안 든다. 갑자기 공부하기도 깝깝하다. 이렇게 해서 될까 모르겠다. 하루 종일 앉아서 해도 모자란데, 통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아이 픽업해야지, 집안일해야지, 남편 오면 또 얼굴이라도 비춰야지, 예전 같지 않다. 게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공부에 재능이 아주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 키우는 것도 급작스레 재미있어지려고 하고, 돈 아껴 쓰는 것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퇴직금으로 바꿔놓은 지방 아파트의 35만 원의 월세는 이럴 때 큰 힘이 된다. 그냥 이렇게 살까?


생각을 살짝만 느슨하게 해도 한 두 달이 훌쩍 가버린다. 다른 사람에게 이해하기 쉽게 말하다 보니 나 스스로를 경단녀라고 말한 거뿐이지, 내 직업은 사실 한 두 개가 아니다. 애도 봐야 하고, 운전도 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가족도 챙겨야 하고, 애 친구 엄마들과 교류도 해야 하고, 남편이 오면 또 그에 맞춰 이야기도 해야 하고... 이렇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많은 일을 할 자격을 가지고 있는데, 또 무슨 자격이 필요해서 자격증을 따려는 걸까? 내 일을 뒤로 미루는 건 참 쉬웠다.


어쨌든 시작은 했으니 책상에 앉았다. 근데 몸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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