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회사를 그만두니 정말 칼같이 월급이 멈췄다. 원래도 들어오자마자 여기저기로 빠져나가 버렸긴 하지만, 아예 안 들어오니 기분이 이상하긴 했다. 돈 때문에 다시 일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돈을 벌다가 벌지 않을 때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일단, 내가 벌 때는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퇴사 후, 더블 인컴이 싱글 인컴으로 바뀌는 순간 나의 자유는 다소, 아니 꽤나 제한됐다. 그 원인이 바로 나로 인한 것임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상당히 어색했다. 시간이 지나면 이 기분이 어느 정도는 사라지긴 하지만... 친정 생각도 났다. 내가 돈을 벌 때는 아무래도 친정 식구들과 더 편하게 밥도 먹고 그랬다. 그러다 엄마 생각도 났다. 이렇게까지 키워주셨는데 고작 이러려고 그렇게 엄마 속을 썩였나... 효녀모드 급발진이다. 막상 일 할 때는 엄마보다는 내 생활하며 놀기 바빴기 때문에 이럴 때만 애틋한 거 인정한다.
하여튼, 들어오던 돈이 다시 들어오지 않는 것은 굉장히 큰 변화고, 경력 부활을 꿈꾸는 주된 이유이기도 했다. 먹고살아야 해서도, 자존감을 위해서도, 언제나 돈은 중요하고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와는 별도로 퇴직금이 들어왔다. 퇴사와 동시에 월급은 끊기지만, 운이 좋은 경우 묵직한 퇴직금이 생기는 거다. 이 돈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사람들은 차를 사기도 하고, 명품을 지르기도 하고, 대출을 갚기도 하고, 주식을 하기도 했다. 매월 들어오는 돈이 아쉬웠던 사람으로서 지방에 작은 아파트를 사서 월세를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한 달에 60만 원짜리 월세를, 대출 이자 제하고 35만 원 정도 남게 세팅했다. 이제 내 월급은 한 달에 35만 원이 됐다. 일 할 때와 비교하면 어이없게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남편 앞에 체면이 선달까? 경단녀 탈출을 위한 사전 포석은 끝났다. 다음 할 일은?